[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동원한 통화완화 정책 기조에서 발을 빼는 움직임이다.
제로금리 정책을 기존의 계획보다 서둘러 종료하는 한편 자산 매입 역시 역시 경제 지표와 보조를 맞추며 축소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
지난 4월과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연율 기준 각각 4.2%와 5.0% 치솟으며 13년래 최고치를 기록하자 정책자들이 인플레이션 압박에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다.
월가 [사진=로이터 뉴스핌] |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가파르게 하락한 한편 장단기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뛴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융시장의 '발작'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지난해 3월 저점에서 가파른 주가 랠리를 부추겼던 이른바 '연준 풋'이 종료 수순에 돌입하는 만큼 후폭풍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16일(현지시각) 2023년 두 차례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제시한 연준의 6월 통화정책 회의 결과에 월가는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회의 성명서 발표에 이어 기자회견을 가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장기간 상승할 수 있다고 발언, 기존의 '일시적'이라는 입장에서 발을 빼는 모습도 금융시장에 일격을 가했다.
장중 연준 회의 결과가 전해지자 최고치 수준에서 안주하던 뉴욕증시가 급락했다. 장중 다우존스 지수가 333포인트(0.97%) 폭락하며 3만4000선 아래로 밀렸고, 나스닥 지수와 S&P500 지수도 각각 0.9% 내외로 동반 하락했다.
지난 4~5월 인플레이션 적신호에도 내림세를 나타냈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7bp(1bp=0.01%포인트) 치솟으며 1.6% 선에 근접했고, 정책 금리에 가장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이 1년래 최고치로 뛰었다.
달러는 강세 흐름을 나타냈다. 6개 바스켓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연준 회의 결과 발표 후 0.4% 오르며 90.901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달 7일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월가는 이달 연준의 결정이 '매파'라는 데 입을 모았다. 인플레이션 상승이 일시적이며, 테이퍼링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최근까지 고집했던 연준이 2023년 두 차례의 금리인상을 예고한 것은 예상 밖의 결과라는 얘기다.
지난 3월 점도표에서 정책자들은 2023년 말까지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지만 최근 물가 급등에 백기를 들었다는 해석이다.
인플레이션이 가파르게 치솟을 경우 정책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은 '서프라이즈'라는 반응이다.
아베르딘 스탠더드 인베스트먼트의 제임스 맥케인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이번 회의 결과는 월가의 예상과 어긋난다"며 "인플레이션 상승이 일시적이라는 주장을 고집하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투자자들의 생각보다 일찍, 더 빠르게 단행할 입장을 밝힌 셈"이라고 말했다.
테이퍼링에 대해서도 연준은 보다 적극적인 속내를 드러냈다. 경제 지표 향방에 따라 월 1200억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 축소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것.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진단을 수정, 예상보다 큰 폭으로 오래 상승할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5월 이후 안도하던 월가에도 다시 경계감이 번질 전망이다.
테이퍼링을 둘러싼 불안감과 함께 2023년 금리인상 가능성이 자산시장에 직접적인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다.
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로 꼽히는 제러미 시겔 펜실베니아 대학 와튼스쿨 교수는 이날 연준이 회의를 마치기 앞서 정책자들이 점도표에서 금리인상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예상하고, 이 경우 뉴욕증시가 강한 하락 압박을 받을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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