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상승 속도조절 및 종부세·재산세 경감 등 검토
문 대통령, 규제기조 발언 후 당정 세부담 완화 신중론
무주택자·청년층 부담축소 타깃...고가주택 소유자 혜택 제외될듯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포함해 종합부동산세 감액 등 세부담 완화 정책이 애초 예상보다 매우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 야당을 중심으로 부동산시장 전반에 대한 규제완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여당에서도 세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기존 규제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에서도 투기 우려를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세제 개편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렇다 보니 12년 만에 조정될 것으로 보였던 종합부동산세 기준의 상향 조정안도 물거품 될 것이란 분위기도 감돈다.
◆ 당정, 부동산 세제안 대폭 손질에서 '신중론'으로 선회
17일 정치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중 당정이 검토 중인 부동산 세제안이 공개될 전망이다.
이번 부동산 세제안에는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를 비롯해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감경 방안, 거래세(취득세+양도소득세) 등이 논의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5.12 leehs@newspim.com |
세제안 개정폭은 애초 예상보다 축소될 것이란 분위기다. 서울과 부산 보궐선거에서 야당이 압승하면서 부동산 세제안의 개정의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세부담이 높아진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주민들이 야당에 표를 몰아주자 고가 주택 보유자에 부과되는 종부세 부분도 수정될 것이란 기대감이 흘러나왔다.
야당에서도 일부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달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완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종부세 대상을 공시지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여기에 최근 95%까지 상승한 공정시장가액비율의 상한을 100%에서 90%로 조정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19.01% 급등해 주택 소유자의 세부담을 일부 줄여줄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다주택자의 경우에도 과세대상이 일부 줄어들게 되고 종부세 부담도 20% 안팎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 기조를 이어갈 것을 재차 강조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문 대통령은 "실수요자 부담은 완화할 필요가 있지만 투기수요 차단을 위해 현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향적인 세부담 완화에 제동을 건 셈이다.
이후 청와대와 여당에서도 규제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분위기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종부세 과세 기준을 상향하는 것은 조금 더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며 "수요나 과세 형평성 측면에서도 다각도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가주택에 부과하는 종부세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에 신중론을 편 것이다.
민주당 부동산 특위 위원장에 오른 김진표 의원도 첫 회의에서 "부동산에 관한 세제의 큰 원칙은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춘다는 세계적인 기준(글로벌 스탠다드)을 맞춰나가는 것"이라며 "세제상의 여러 문제를 면밀하게 검토해 투기수요를 자극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규제들은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보유세인 재산세와 종부세를 강화하는 게 적합하다는 취지로 이 부분의 경감은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태도로 읽힌다.
◆ 집값 반등·투기 조장 우려에 반쪽 정책만 고수
당정의 태도 변화는 투기수요가 다시 늘어 집값 불안이 재현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4대책으로 수도권 30만가구를 포함해 전국에 80만가구 이상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오는 7월부터는 3기신도시 사전청약 일정을 잡았다. 공공주도 정비사업으로 역세권 고밀도 개발, 소규모 정비, 공공 재건축 등도 핵심 사업이다.
그럼에도 집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지난달 주간 단위로 0.05~0.07% 올랐지만 이달에는 0.09%로 상승폭이 커졌다.
서울지역 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했지만 집값은 되레 반등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주택 소유자를 대상으로 보유세를 낮추면 과세 형평에 맞지 않고 갭투자(전세끼고 주택매매)가 다시 고개를 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실상 현 시점에서 부동산 정책에 '진퇴양난'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주도 주택공급 사업에는 불확실성이 크다. 신규택지 지정이 지연됐고 도심 공급도 주민 동의율 확보에 문제로 사업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지난 4년간 수요대비 공급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결과다. 대규모 주택공급을 늘리려 하지만 단기간에 조성하기도 어렵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매도자 우위시장으로 집값이 일시적인 조정은 있어도 대세 하락으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야당 국토위 소속 관계자는 "종부세와 재산세 등 부동산 세부담을 완화하는 개선안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지만 제대로 수용되지 않고 있다"며 "강력한 규제 기조가 계속될 경우 민간시장의 매물 잠김도 적지 않아 집값 불안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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