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투자 압박' 정상회담 앞두고 반도체 기업 소집
삼성전자 20조 투자 계획 고민중..오스틴 현지 공장 유력
'백신 스와프' 겹쳐 삼성전자에 '역할론' 부담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투자 계획 발표가 임박한 모양새다. 미국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대상으로 현지 투자를 강조하고 있어 현재 가동 중인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증설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 대규모 신규 투자에 따른 리스크 분석은 물론, 미국과 우리나라 정치권까지 가세한 압박에 정무적인 판단도 고려해야 상황이다. 최종 결단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12일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을 전후로 삼성전자가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2020.10.26 pangbin@newspim.com |
업계에선 발표 시점을 한미정상회담 전후로 점치고 있다. 미국 정부가 한미정상회담 하루 전 반도체 칩 부족문제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과 화상회의에서 삼성전자를 호출하면서다.
최근 인텔과 TSMC가 미국 내 공격적인 투자를 요구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압박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속속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의 투자 계획 발표도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회의는 지난달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주재로 열린 1차 회의에 이은 후속 회의로, 투자 계획이 구체적으로 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초 약 20조원에 달하는 170억 달러의 투자 계획을 세우고 텍사스주 오스틴과 그 외 몇몇 곳을 물망에 올려놓고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틴과 미국애리조나주, 뉴욕주 등이 후보로 꼽힌다. 올 초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에 약 170억 달러(19조1000억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을 증설할 경우 20년간 8억550만달러(9000억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달라고 지방 정부에 요청한 사실이 현지 언론을 통해 밝혀졌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 계획은 세계 반도체 업계가 모두 주시하고 있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 세계 1위인 대만의 TSCM은 최근 미국 정부의 압박에 미국 애리조나에 건설하려는 파운드리 공장을 3년 내 5개를 추가로 늘리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에서 TSCM(54%)에 크게 뒤쳐져 있는 삼성(17%)이 TSCM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시설 확충이 불가피한 상황. 다만 미국이 최적의 투자처인가에 대해선 우려의 시선도 따른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IT, 전기차 등 글로벌 기업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삼성전자의 미세공정 기술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이 공정을 구축하기 위한 시공능력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 시설을 건설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상당 인력을 현지에서 확보해야 하는데, 미국의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비싸고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며 "20조원 가까운 투자에도 불구하고 파운드리 수주가 저조할 경우 경영에 미치는 타격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의 압박은 반도체 공급 시장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아시아에 집중된 생산시설을 유치해 시장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미국의 압박에 인텔과 TSMC는 투자 계획을 밝힌 삼성전자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코로나19 백신과 반도체를 맞바꾸자는 '백신 스와프'가 정치권에서 꾸준히 제기되면서 삼성전자에게 국가적 차원의 역할까지 요구하고 있어 어깨가 무거운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오스틴을 비롯해 다양한 지역을 대상으로 투자 계획을 검토 중"이라며 "다만 현재까지 정해진 바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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