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산업재해 사고사망자를 882명으로 최종 발표했다. 지난 1월 말 잠정 집계한 수치와 동일하다. 전년과 비교하면 오히려 27명 늘었다. 줄어야 마땅한 산재사고 사망자가 오히려 30명 가까이 늘어난 것.
정성훈 경제부 차장 |
고용부는 지난해 4월 말 발생한 이천물류창고 화재(38명 사망)의 영향이 컸다고 애둘러 해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산재사망자 20% 감축을 다시 한번 약속했다. 올해는 그만큼 자신있다는 표현일 것이다. 정부 목표대로라면 올해 산재사망자는 700명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
이를 위해 고용부는 크게 3가지 감축 방향을 제시했다. 먼저 대규모 현장의 경우 본사 중심의 책임관리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2년 연속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회사 등에 대해서는 본사 및 모든 소속현장에 대한 감독 등 특별관리를 실시한다고도 했다.
또 50억 미만 중소규모 현장 중 고위험 현장은 패트롤 점검을 중점 실시하고, 5억 미만 초소규모 현장은 무료 기술지도 및 시스템비계, 고소작업대 등 안전시설 재정지원 비율 확대(65%→80%)를 약속했다.
여기까지는 산재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건설현장에 대한 정부 조치다. 지난해 건설업 산재 사망자는 458명(51.9%)으로 전년대비 30명이나 늘었다.
그 다음으로 산재사망자가 많이 발생하는 제조업 현장에 대해서는 밀착 관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100인 미만 끼임 위험기계 보유 사업장 약 5만개소를 대상으로 밀착 관리를 실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방관서에 배치된 624명의 산업안전감독 인력을 투입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건데 이들 인력들이 전 사업장을 관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두 번째 방향은 안전관리 불량 사업장에 대한 지도·감독 강화다. 3대 안전조치(추락·끼임·필수 안전보호구 착용) 준수 여부가 집중 점검 사항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8대에 불과하던 패트롤카(순찰차)를 올해(404대) 4배 가량 늘렸다. 이 또한 현장 감독 강화의 일환이다.
마지막으로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약속했다. 대표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하위법령의 조속한 제정 추진을 목표로 했다. 사실상 개선 효과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중대한 인명 피해를 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법에 따르면 안전사고로 근로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법인에는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 근로자가 다치거나 질병에 걸릴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금껏 산재 발생 시 현장 책임자와 법인 등을 대상으로 형사처벌이 이뤄져 현실적인 개선효과는 미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되면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회사를 대표하는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가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 현장책임자들이 평소보다 2~3배 더 신경쓸 것이 자명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시행령 제정 등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50인 미만 사업장은 공포 뒤 2년간 법 적용을 유예받게 돼 2024년부터 적용을 받는다.
정부 정책이 어찌됐든 산재 사망사고는 소중한 현장 인력을 한순간에 잃는 동시에 그 가족에게 씼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정부가 자신있게 20% 감축 공약을 내세운 만큼 국민은 우선 정부를 신뢰할 것이다. 다만 정부 공약이 헛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한번 잃은 신뢰는 다시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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