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뉴스핌] 고규석 기자 = 목포 삼학도에 봄이 활짝 피었다. 7만 송이 형형색색의 튤립이 만개해 상춘객을 유혹한다. 꽃에 취하고 봄에 반한다.
혼자 무심히 지는 벚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슬픔대신 가장 아름답게 빛났던 시절을 떠올린다. 지난 시간은 저마다 향기가 있다. 청동기 유물 빛깔을 띤 수로에 벚꽃이 해산하듯 몸을 푼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젖는다. 수로를 따라 눅진한 삶의 둘레를 천천히 걸으며 나무가 전하는 소리를 무심히 듣는다.
한 떨기 바람에 꽃이 흔들리고 내가 흔들리고 봄이 흔들리고, 끝내 봄 처녀의 마음도 흔들리나?
에스프레소 진한 커피 향 같은 그런 사랑이 내게도 올까. 내가 만약 지는 저 꽃들의 아픔을 쓰다듬어 줄 수 있다면, 보듬어 줄수 없다면, 등짐지고 갈 수 없다면 말없이 다가가 나도 들꽃처럼 피고 싶다. 꽃은 내게 늘 상처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자전거 타는 풍경에 나오는, 한편의 동화 같은, 그네 탄 풍경에 바라만 봐도 가슴이 설렌다.
수선화 핀 언덕에서 이난영 공원을 바라보며 바람에 흔들리는 노란 꽃잎 사이로 봄에 젖어 목포의 눈물 한 구절을 흘려보낸다.
상춘객을 홀리는 7만송이 형형색색 튤립의 유혹을 무엇을 막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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