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플랜트 매출, 코로나에 발목 잡혀…직원 189명 떠나
'캐시카우' 건축·주택, 171명 늘어…새 사장도 주택 전문가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현대건설이 작년 토목·플랜트 부문 인원을 189명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토목·플랜트 실적이 부진했던 영향으로 분석된다. 현대건설은 대형건설사 중 해외공사 비중이 높아서 코로나에 따른 공사 지연·비용 반영 리스크가 높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1.03.26 sungsoo@newspim.com |
◆ 토목·플랜트 매출, 코로나에 발목 잡혀…직원 189명 떠나
29일 현대건설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토목 부문 직원은 작년 말 기준 1203명으로 한 해 전(1360명)보다 157명(11.5%) 줄었다. 이 중 정규직 직원(730명)은 1년 전보다 53명 줄었고, 기간제 인원(473명)은 104명 감소했다.
현대건설의 사업부별 매출을 보면 토목 분야가 가장 많이 줄었다. 인프라·환경(토목) 부문은 작년 매출이 2조3645억원으로 1년 전보다 25.2% 감소했다. 특히 국내보다 해외 부문이 더 크게 줄었다.
국내 매출(1조2482억원)은 1.9% 감소한 반면 해외 매출(1조1163억원)은 40.9% 위축됐다. 현대건설의 ▲건축·주택 ▲플랜트·전력 ▲기타 등 다른 사업부 국내·해외 매출을 비교해도 가장 큰 감소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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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트 사업부도 매출과 인원이 모두 축소됐다. 플랜트의 경우 정규직(1105명)은 1년 전보다 2명 늘었지만 기간제 인원(337명)은 34명 줄었다. 정규직, 기간제를 합치면 32명(2.2%) 감소했다.
작년 플랜트·전력 매출은 4조7966억원으로 전년대비 5.7% 줄었다. 플랜트·전력도 국내보다 해외에서 타격이 컸다. 국매 매출(1조2856억원)은 1년 전(5941억원)의 2배가 넘었지만 해외 매출(3조5109억원)은 21.8% 축소됐다.
현대건설의 해외 매출이 이처럼 저조한 것은 작년에 코로나19 장기화로 공사 착공이 지연되거나 셧다운(폐쇄)됐기 때문이다. 공사 진척에 따른 매출 인식이 느려져서 해외부문에 보수적인 회계처리를 한 것이다.
현대건설 해외현장은 작년 3분기 약 110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했다. 당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미르파 발전소의 비용협상이 지연돼 미청구공사 500억원을 대손처리했다.
대손이란 회수 불가능한 채권 금액을 말한다. '받아야 하는데 못 받는 돈'이라는 뜻이다. 회사는 미래 발생할 대손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설정한다. 그리고 실제 대손이 발생하면 대손충당금 범위에서 대손충당금과 상계하도록 하고 있다.
현대건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도 작년 코로나에 따른 공기지연으로 추가원가 600억원을 반영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알제리 발전사업 현장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셧다운(폐쇄)으로 공기지연 비용이 추가됐다.
또한 원화 강세로 환차손 269억원까지 반영됐다. 환차손이란 환율변동으로 발행하는 손해를 말한다. 환율이 하락한 탓에 외화로 받은 이익을 원화로 환산하니 이익이 줄어드는 현상이다.
◆ '캐시카우' 건축·주택, 171명 늘어…새 사장도 주택 전문가
반면 건축·주택은 현대건설에서 가장 성과가 좋은 사업부로 조사됐다. 작년 건축·주택 매출은 8조9243억원으로 회사 전체의 약 절반(52%)을 차지했다. 1년 전보다는 8.1% 증가했다. ▲인프라·환경(-25.2%) ▲플랜트·전력(-5.7%) ▲기타(-7.2%) ▲연결조정(-48.7%) 매출이 모두 전년대비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건축·주택은 다른 사업부와 달리 국내보다 해외 실적이 훨씬 크게 향상됐다. 국내 매출(7조8649억원)은 한 해 전보다 2.2%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해외 매출(1조593억원)은 87.4% 늘었다. 1년 전의 약 2배 수준이다.
실적과 함께 인원도 늘었다. 주택 부문 직원은 한 해 전보다 110명(7.3%) 늘어났다. 이 중 정규직은 39명 줄었지만 기간제가 149명 증가했다. 건축 부문도 같은 기간 61명(8.3%) 많아졌다. 정규직은 7명, 기간제가 54명 늘었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사진=현대건설] 2020.12.15 sungsoo@newspim.com |
새로 취임한 윤영준 대표이사도 주택사업본부장 출신인 만큼 앞으로 현대건설은 주택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표는 지난 1987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35년간 현대건설에 몸 담은 '현대맨'이자 주택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주택사업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발휘해 현대건설의 아파트 브랜드를 고급화했다. 또한 주택정비사업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두는 등 독보적 성과를 달성해 회사 실적 개선을 이룬 것으로 평가받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윤 대표이사는 다른 사업부보다 수익성이 높은 주택사업에 더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며 "아파트 분양시장도 호황인 만큼 사회간접자본(SOC) 쪽보다는 주택사업을 열심히 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