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NFT 미술품 경매서 마리킴 작품 6억에 낙찰…작가 최고가 기록
전문가 "대체 불가능한 가치로 NFT 작품 가격 상승"
현재 미술 시장의 폐쇄성 보완…"국내 미술 시장 확대 기여할 것"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피카프로젝트가 국내 최초로 시도한 NFT(Non 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 미술품 경매에서 마리킴의 작품이 시작가의 11배 높은 6억원에 낙찰되는 성과를 올리면서 디지털 작품의 2차 시장 판매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19일 기술투자서비스 기업 피카프로젝트에 따르면 전날 마리킴의 작품 'Missing and found'이 NFT 미술 경매에서 시작가 5000만원에서 치열한 경합 끝에 288이더리움에 낙찰됐다. 이를 한화로 환산하면 6억원에 이르며, 경매 시작가의 11배 이상 올라간 가격이자 마리킴 작품 중 최고가다. 마리킴은 지난해 가나아트에서 개최한 개인전을 통해 1억5000만원에 작품을 판매한 바 있는데, 가상 공간인 NFT 시장을 통해서는 이보다 4배 높은 가격에 작품이 거래된 셈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NFT는 가상화폐의 기반인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최근 게임시장, 미술 시장 등에서 거래되고 있다. 세계적인 경매 회사 크리스티에서 세계 최초로 NFT 미술품 경매를 진행한 바 있고,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 아내가 NFT 작품으로 65억원을 벌어들여 화제를 모았다.
이번 마리킴의 'Missing and found' 거래는 국내서도 디지털 작품이 상품으로써 가치를 인정받은 사례로 보인다. 미술평론가인 이택광 교수는 "지금까지의 미술 시장의 실체를 보여준 것"이라며 "미술이 지금까지 셀러브리티 중심의 것이 아니었나. 예술의 영역이 넓어졌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사실 2년 전 까지만 해도 국공립미술관에서 기술 융복합 전시, 미디어아트전을 선도적으로 기획하고 작품을 사들였다. 당시 복수의 공립미술관 관계자는 "미술 흐름의 변화를 읽는 게 국공립미술관의 소명"이라며 "변화가 안정되고 평가 받아 시장으로 가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국공립미술관이 기술 융합 전시를 주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옥션계서도 당시 디지털 아트의 상품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기술복합형 예술작품은 실험적이지만, 시장에서 거래 가치는 높지 않다"며 "디지털 아트가 미술관과 화랑, 아트페어 등이 작가에 직접 구매하는 1차 시장에서 경매와 같은 2차 시장으로 오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전망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마리킴, 'Missing and found' [사진=피카프로젝트] 2021.03.11 89hklee@newspim.com |
하지만 2년 사이에 디지털 작품이 미술 시장에서 거래되는 양상은 확연히 바뀌었다. 비트코인과 달리 '교환되지 않는' 가치를 가진 NFT 작품은 희소성이 높아 거래가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이택광 교수는 "철학적으로 보면 희한한 현상"이라며 "자본주의가 낳은 백러시"라고 해석했다. 그는 "NFT 시장은 자본주의적으로 보이지만, 법칙은 자본주의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으로 비트코인처럼 등가 교환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점이 가격을 더 뛰게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NFT 기술로 예술을 유일무이한 것"이라며 "희소성이 높은 것으로 만들고, 가치의 개념은 더 고전적이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디지털 작품의 2차 시장 판매가 가능해졌다는 것이 미술사에서는 어떤 의미일까. 이택광 교수는 "NFT 미술품 거래는 미술사적으로 '예술은 무엇인가'에 따른 심각한 도전"이라며 "예술의 경계는 없다는 결론은 이미 났지만, 현대미술의 딜레마가 원본과 복제물을 구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NFT화된 미술 작품의 가치 평가를 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는 기술 개발에 따른 문화적 변동이지만, 단 시간에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도 NFT 미술 시장을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양 교수는 "지금까지 국내 미술 시장이 확대되지 않았던 이유는 미술계 자체서도 납득할만한 작품의 진위 문제와 가치평가에 대한 확신 없었기 때문"이라며 "이 문제가 기술로 해결만 된다면 국내 미술 시장 확대의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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