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50년까지 100% 전기·수소차 전환 선언
전기차 출시 가속화 되자 보조금 눈치경쟁' 치열
보조금 의존보다 장기적인 전기차 구매 촉진책 마련해야
[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조금 더 지켜보다 구매하면 보조금 있을까요. 출시될 전기차도 많다는데 보조금 못 받을까 여러 곳에 가계약을 걸어놨네요."
요즘 전기자동차 커뮤니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민이다. 전기차 성능 비교도 뜨거운 감자지만, 전기차 보조금 실시간 현황이나 후기가 높은 관심을 얻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쯤되니 전기차가 먼저인지 보조금이 먼저인지 헷갈릴 정도다.
정부는 연일 탄소중립을 외치고 있고, 각종 자료에선 어렵지 않게 친환경차 이야기를 볼 수 있다.
환경부는 2050년까지 국내 자동차를 100% 전기·수소차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고 본격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전기 및 수소차 구매 보조금 지원 규모는지난해 대비 23.8% 증가한 13만6000여대다.
바쁜 건 정부만이 아니다.
국내·수입 완성차 업체들도 연일 차량의 전동화를 선언하며 출시 소식으로 장내를 달구고 있다. 테슬라는 2월 중순께 가격을 파격 조정하고 소비자들을 끌어모았다. 현대자동차는 첫 전동화 모델인 '아이오닉5'로 대박을 쳤다. 사전계약 첫날 올해 국내 판매 목표 대수(2만6500대)를 턱밑까지 채운 2만3760대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출시차량 중 사전계약으로는 역대 최다 기록(1만7294)을 가볍에 갈아치운 것이다.
정부나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질주 분위기는 이렇게 좋은데 문제는 정작 소비자다. 보조금 경쟁 때문이다. 올해부터 보조금 지급 물량의 40%가 법인에 우선 지급되는데, 신차까지 쏟아지니 보조금을 향한 소비자들의 경쟁이 치열해 질수밖에 없다. 보조금 점찍기 현상인 '양다리 계약'도 늘고 있다. 테슬라와 현대차에 가계약을 하고 빨리 받을 수 있는 차를 계약하는 것이다.
보조금 신청 후 2개월 이내 출고 등록이 이뤄져야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환경부 지침이 빚어낸 현상인데, 추후 계약 취소로 이어지면서 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친환경차 권유가 그저 구호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 단순히 전기차 가격대를 나눠 지급하는 보조금, 지역별 인구수나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지급 규모, 이사 가면 뱉어내야 하는 지원금이 오히려 전기차 구매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정부는 미래차 전환 시점을 로또 번호 고르듯 2050년으로 정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전기차 보조금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제공할 건지, 전기차 충전소를 주유소 수만큼 확충해 전기차 인프라를 탄탄히 구축할 방법은 무엇인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안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giveit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