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생산 위한 인력 규모 두고 노사 이견
이달 유럽·4월 국내, 미국 등 순차 출시
현대차 "곧 노조와 협의 마치고 생산 예정"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첫 공개한 전기차 '아이오닉5' 생산이 순탄치 않다. 일선 영업점에서 아이오닉5를 지금 계약한다면 고객이 차량을 인도받는 데까지 약 10개월 가량 소요될 것이란 게 복수의 영업사원들 설명이다.
이같은 상황은 고객의 폭발적인 관심과 더불어 현대차 노사 간 생산 인력 규모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측은 "생산 인력 규모에 대해 노동조합과 협의하고 있다"라며 "협의를 마무리하는대로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아이오닉5 생산라인의 투입할 근로자수(맨아워·Man Hour)를 두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아이오닉5 생산 근로자수를 줄이는 것에 대한 이견차이가 크다. 전기차 생산 라인에 필요한 인력은 기존 내연기관차 생산 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아이오닉5가 내연기관차 대비 구조가 비교적 간단한 만큼 근로자수를 줄여야 한다는 게 입장인 반면, 노조는 사측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아이오닉5는 지난달 25일 국내 사전계약 하루 만에 2만3760대를 기록해 역대 최다 기록을 세우는 데 이어, 유럽에서 3000대 한정 계약도 1만여명이 몰리며 완판됐다. 현대차그룹 최초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인 E-GMP를 탑재해 전기차 세계 1위인 테슬라와 견줄 만한 주행 성능과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현대차 관계자는 "곧 노조와 협의를 마치고 아이오닉5 생산에 나설 것으로 본다"며 "초기 생산 모델은 현대차 전국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아이오닉5가 테슬라와 경쟁할 정도로 손꼽히는 전기차인 만큼 현대차 노사의 이견이 자칫 갈등으로 불거질까 우려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아이오닉5의 소비자 인도 및 수출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올해 아이오닉5 출시를 계기로 현대차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선도를 선언했다.
장 사장은 지난달 23일 아이오닉5 프레스 컨퍼런스 라이브에 참석해 "현대차가 오늘 선보인 아이오닉5는 E-GMP를 기반으로 한 첫 번째 전기차이고 충전이나 항속거리 등 전기차의 기본 성능에 충실했다"며 "현대차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할 탑티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맨아워 협의는 통상 신차 출시 2개월 전에 노사가 협의를 완료해왔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를 이달 유럽에 출시하고, 내달 국내에 이어 미국 등에 순차 출시하기로 했다. 이 같은 국가별 출시 일정을 감안하면, 조속한 노사 협의가 필요해 보인다.
현대차 노사는 전기차 PE 모듈 시스템(Power Electric System) 생산을 현대모비스 등에 맡기는 외주화를 놓고도 마찰을 빚어 지난 1월 말 아이오닉5 테스트 차량을 생산하던 울산1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된 바 있다. PE 모듈 시스템은 전기모터와 배터리 등을 전기차 전용 부품 덩어리다.
이후 모듈 외주화의 경우 일부를 울산공장에서 작업하는 것으로 노사가 합의했으나, 이번에는 맨아워 협의 지연 탓에 아이오닉5 생산이 '공회전' 상태다.
현대모비스는 PE 모듈 시스템을 올해 15만대에 이어, 2026년까지 약 30만대를 현대차와 기아에 공급할 수 있도록 생산시설을 확대해 나갈가고 있다. 아이오닉5의 올해 총 판매 목표는 7만대, 기아가 7월 출시 예정인 전기차 CV(프로젝트명)는 6만대 수준이다.
현대차 영업점 한 관계자는 "아이오닉5는 지금 계약해도 내년에나 소비자에게 인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