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부회장 美 출장 결과...추신수 선수 영입
야구 PB상품 SSG닷컴서 판다..사업시너지 주목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SK와이번스를 인수한 신세계그룹이 1호 선수로 추신수를 영입하는 등 야구단에 거액을 베팅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즐거움 경영' 철학이 야구단 투자를 좌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SK, 롯데그룹과는 다른 방식으로 야구단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SSG닷컴 및 복합테마파크와의 사업 시너지를 높이면서 신세계그룹의 호스피탈리티(환대) 아이덴티티를 강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추신수 러브콜' 정용진...야구단은 '즐거움 경영'의 정수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오는 4월 3일 프로야구 개막전을 앞두고 구단명 확정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SK텔레콤으로부터 SK와이번스 지분 100%를 1000억원에 양도·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KBO(한국야구위원회) 회원 가입 절차도 마쳤다.
추신수 선수 [사진= 로이터 뉴스핌] |
특히 신세계는 KBO리그 역대 최대 연봉 수준(27억원)으로 추신수 선수 영입을 완료했다. 추 선수는 이전에는 롯데자이언츠 이대호 선수가 25억원의 입단 계약을 한 바 있다. 클리블랜드, 신시내티, 텍사스 등 20년간 미국에서 활동한 추 선수의 입단은 당초 SK와이번스가 추진해왔다.
야구단 인수와 추 선수 영입에는 정용진 부회장의 적극적인 판단이 개입됐다. 신세계는 야구단 인수합병(M&A)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SK에도 적극적인 구애를 펼쳤다. 신세계가 SK와이번스 인수 결정을 내린 지난달, 정 부회장은 코로나19 이후 첫 미국 출장길에 올라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 트렌드를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 부회장의 평소 소신인 '고객 즐거움 경영'과 맞닿아 있다. 정 부회장은 복합쇼핑몰, 마트 등이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공간이 아니라 고객에게 즐거움을 안기는 주체가 돼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고객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유통그룹이 돼야한다는 경영 방침을 강조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신세계의 KBO리그 데뷔전 상대는 '유통 맞수'인 롯데다. 추 선수와 동갑내기인 이대호 선수의 맞대결로 야구 팬들의 관심이 벌써부터 뜨겁다. 신세계는 정식 구단명을 확정하기 전까지 이마트와 신세계 엠블럼을 부착한 임시 유니폼을 사용할 계획이다.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2021.02.24 hrgu90@newspim.com |
◆'적자에 포기' SK·'기업 홍보용' 롯데...신세계는 다르다?
신세계는 SK, 롯데그룹과는 다른 방식으로 야구단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와이번스와 롯데자이언츠는 티켓, 굿즈 판매 및 중계, 광고 수입으로 매년 500억원대 매출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흑자를 낸 해를 손에 꼽을 만큼 수익성을 유지하지 못했다. 롯데자이언츠는 손에 꼽히는 인기 구단이지만, 지난해 29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SK그룹의 경우 안 되는 사업은 접는다는 기조로 야구단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세 번의 우승을 거두며 두터운 팬층을 유지해왔으나, 적자 부담을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SK가 인천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20년간 '문학구장' 등에 쏟은 투자도 신세계의 인프라로 넘어가게 됐다.
롯데그룹은 소비재 기업 특성상 '브랜드 홍보용'으로 롯데자이언츠를 활용해왔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다수 영위하고 있음에도 SK 대비 연간 구단 매출은 더 적었다. 일본의 '라쿠텐'을 모델로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룹 계열사와의 사업 시너지는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2019년 말 기준 롯데자이언츠의 지분은 롯데지주가 95%, 롯데알미늄이 5%를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는 야구단을 사업적으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우선 그룹의 호스피탈리티 노하우를 바탕으로 '라이프 스타일 센터'로 야구장을 진화시키겠다는 큰 그림을 제시했다. 세부적으로는 신(新) 성장 동력인 SSG닷컴에 야구 게임과 굿즈, 커뮤니티 등 비대면 수요를 집중시킬 예정이다. 야구 관련 PB(자체브랜드) 제품 개발로 SSG닷컴의 고객 유입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평소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이용에 활발한 정용진 부회장이 야구 팬들과 일으킬 소통 시너지도 기대되는 요소다. 신세계 관계자는 "야구장을 찾는 MZ세대(밀레니엄+Z세대)에게 신세계가 갖고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야구장 밖에서도 '신세계의 팬'이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hrgu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