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실비 보상 권고안에 수요자 "과도한 조치"
허위·미끼매물 많아 실비 기준 모호..."일괄적 0.3%로 낮추자" 의견도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집만 둘러봐도 부동산 중개사에게 '수고비'를 내도록 하는 국민권익위원회의 방안을 놓고 반발의 목소리가 거세다. 공인중개사들은 실비 보상이 적절하다는 시각인 반면 소비자들은 선택권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지적한다.
소비자가 원하지 않았던 매물을 보거나 소개를 제대로 받지 못할 경우 보상 기준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불분명하다. 실비 보상의 규모와 적정성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중개사와 소비자 간 상당한 마찰이 예고된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중개업소를 배제한 부동산 직거래가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실정이다. 여기에 권익위가 제시한 방안도 부동산 '복비' 부담이 크게 줄지 않아 단일요율로 적용하자는 의견도 적지 않다.
◆ 집만 봐도 돈 내라?...수요자 "현실성 떨어져"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권익위가 부동산 중개수수료율 개편과 실비 보상을 담은 '주택의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방안' 추진에 논란을 낳고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 매물란 모습. 2020.10.19 pangbin@newspim.com |
특히 집을 구하는 사람이 매물을 본 뒤 계약을 하지 않아도 중개사에게 수고비 명목으로 중개·알선수수료를 지급하는 내용이 쟁점이다.
소비자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부동산 한 커뮤니티에서 네티즌들은 "물건 파는 매장에서 물건을 사지 않아도 둘러만 봐도 실비를 내야할 판", "집을 보러 갔다가 허위 및 미끼매물을 보거나 원하는 매물을 보지 못하면 소비자가 보상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서비스 질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 등의 지적이 상당수다.
중개 매물을 소개하고 계약까지 이르면 상응하는 수수료를 받는 게 중개사의 주된 업무다. 하지만 서비스 제공만으로 실비 보상을 해야 한다는 제도 개선에 소비자의 거부감이 큰 것이다. 또 허위매물과 미끼매물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의 피해는 보상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
권익위가 이번 개편안을 위해 실시한 설문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실비보상과 관련해 '매우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일반 소비자는 20.4%를 기록했다. 공인중개사가 응답한 61.7%와 큰 차이를 보인 것이다.
◆ 중위가격 7년간 3억 올라, 수수료 부담 여전..."단일요율 적용하자" 목소리도
주택의 중개수수료 개편을 추진하는 만큼 보다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모색하자는 의견도 있다. 권익귀가 수수료율을 일부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복비 부담이 과하다는 시각이 많아서다.
현재 부동산 매매시 중개 수수료는 거래금액 기준으로 ▲5000만원 미만 0.6%(최대 25만원) ▲5000만∼2억원 미만 0.5%(최대 80만원) ▲2억∼6억원 미만 0.4% ▲ 6억∼9억원 미만 0.5% ▲9억원 이상 0.9% 등을 적용한다. 임대차 계약에는 ▲5000만원 미만 0.5%(최대 20만원) ▲5000만∼1억원 미만 0.4%(최대 30만원) ▲1억∼3억원 미만 0.3% ▲ 3억∼6억원 미만 0.4% ▲ 6억원 이상 0.8% 등이다. 물론 이는 대부분 상한선으로 고가 주택의 경우 최대치의 중간 수준에서 합의하는 게 일반적이다.
권익위가 제시한 개편안은 좀 더 세분하고 고가 주택의 수수료율을 낮췄다. 9억원 초과 12억원 미만 주택의 중개수수료는 0.9%에서 0.7% 낮아진다. 12억원 초과 금액은 수수료율이 0.1~0.4%로 낮아지는 대신 중개료 누진 가산이 적용된다. 12억원까지는 0.7%를 적용하고 그 이상은 최고 0.4%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반면 2억 이상 6억 미만 주택의 중개수수료는 0.4%에서 0.5%로, 6억 이상 9억 미만은 0.5%에서 0.6%로 수수료율이 오른다.
권익위 권고안대로 반영돼도 중개 수수료 부담은 여전하다. 현행 수수료율은 2014년에 개편한 것이다. 중위 가격만 보더라도 7년 전과 비교해 주택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014년 4억8000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올해 초 8억759만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7년간 평균 3억2000만원 오른 것으로 수수료율 0.5%를 단순 계산해도 부동산 계약자는 160만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수수료율을 단일세율로 적용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고가와 저가 주택을 거래하는 데 서비스의 질 차이가 크지 않아 굳이 수수료율을 차등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또 다른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10억짜리와 30억짜리 주택을 거래할 때 받는 서비스는 큰 차이가 없는데 비싼 수수료를 내는 게 납득이 안된다", "복비 부담을 고려할 때 단일세율 0.2~0.3%를 적용하는 게 적당하다", "부동산을 직거래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등의 의견도 있다.
수수료율 개편이 실제 이뤄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권익위가 제시한 방안은 권고안으로 국토교통부가 이를 수용할지는 추가 검토가 필요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권익위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게 아니라 실무자 및 전문가 의견을 듣고 도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이해 관계자가 많기 때문에 적정성과 효율성 등을 따져 이르면 상반기 중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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