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최종건 차관 방문 등 동결자금 해결의지 전달"
"선박과 선장 억류해제 제외는 사법절차·선박 관리차원"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이란 정부가 지난 2일 한국케미호 선원 19명을 나포 29일 만에 전격 석방한 이유는 국내 시중은행에 동결돼 있는 70억달러에 달하는 이란 석유수출대금 문제를 해결하려는 한국 정부의 진정성이 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3일 기자들과 만나 나포 사건 발생 초기 이란 측은 "어떻게 한국이 미국보다 더 미국의 제재를 과도하게 지키냐"며 "한국과 우호적 관계 있는데 미국보다 더 심하다, 화가 많이 났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27일 외통위 회의장에서 진행된 모즈타바 졸누리(Mojtaba Zolnouri) 이란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과의 화상회담에서 억류 중인 한국 케미호 선원들의 조기 석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송영길 의원실 제공] |
이 당국자는 그럼에도 이란 정부가 한국 선박 선원들의 조기 억류해제를 결정한 배경은 최종건 1차관의 이란 방문과 사건 발생 이후 거의 매일 소통하며 동결자금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인 정부의 진심이 이란 측에 전달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란 고위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최종건 차관의 방문이 많은 도움이 됐다"며 "최 차관 방문과 이후 우리와의 외교 소통을 통해 우리의 진심, 신시어리티(sincerity)라고 표현했는데, 우리 마음이 이란 지도부에 전해졌다. 앞으로는 그 전과는 다른 의지로 동결자금 문제 해결할 의지를 보게 됐고, 그래서 동결자금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란에선 한·이란 우호적 관계와 인도적 고려로 선원 풀어줬다고 발표했다"며 "그런 면에서 우리가 사태 이후 1차관 방문 후에도 광범위하게 외교 소통을 했고 이란 측 인사들을 많이 접촉했다. 지난달 14일 최 차관 귀국 이후 14회 가량 통화했다. 휴일 제외하면 매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소통이 외교채널 간 있었고, 국회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도 이란 의회(모즈타바 졸누리 이란 국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와 소통했다. 그런 소통을 통해 우리가 그 전과는 다른 의지로 동결자금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많이 전달된 걸로 보이고, 그런 게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스위스 인도적 교역 채널(SHTA)을 이용한 이란에 대한 의약품 수출은 과거 6개월간 150억원이던 것이 최근 2개월간 256억원으로 2배로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한국 내 동결자금을 이용한 유엔 분담금 납부 문제가 대폭 진전돼 실제 가시적 성과를 보이기 시작한 것도 이란의 신뢰를 얻는 데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란 외교부가 한국케미호 선원 석방 결정을 발표하며 '한-이란 우호관계와 인도적 이유'를 언급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라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이 당국자는 이란 측이 동결자금을 이용해 납부하겠다는 유엔 분담금 문제에 대해서도 "거의 해결이 돼가고 있다. 미국과의 기술적 협의만 남아있다"며 "다만 큰 틀의 합의가 이뤄져도 세부 기술적 합의가 안 돼 그르치는 경우가 있다"고 언급했다.
◆ "한국 선박과 선장 억류해제 제외는 사법절차 및 선박 관리차원"
또한 이란의 석방 결정에도 불구하고 한국 선박과 한국 국적 선장이 억류 해제에서 제외된 것은 각각 현지 사법 절차와 선박 관리 차원이라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당초 이란은 선원들은 모두 풀어주고 선박 억류만 지속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억류 선박을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해 선장을 남긴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란 측은 억류 선박 관리에 선장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선사의 입장은 다르고, 현재 해당 선박의 전체적 운영 및 관리를 위한 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어떤 인력이 필요할 지를 두고 내부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케미호 선장 억류와 관련해 "이란이 (사법절차에 대한) 타임라인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신속·공정한 절차를 통해 가급적 조속히 선박 억류를 해제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 정부는 전날 한국케미호 선원 19명을 억류 해제한다고 발표했으나, 선박 나포 당시 제기한 '환경오염'에 대한 사법적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이유로 선장과 선박의 억류는 해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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