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평화연구소 '독일 통일 30주년 화상대담'
베이전 전 국무 "부시, 2+4 다자협상틀 고안"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남한과 북한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가운데, 1990년 동서독 통일 과정에 참여했던 미국과 독일의 주역들은 독일 통일이 주는 교훈으로 다자 간 협력과 미국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지 H.W. 부시 행정부 시절 독일 통일 협상에 참여했던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 미국평화연구소(USIP)가 주최한 독일 통일 30주년 기념 화상 대담에서 독일 통일의 첫 번째 원동력으로 동서독 통일에 대한 부시 당시 대통령의 오랜 열망을 꼽았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전했다. 동서독 통일을 수년간 지지해온 부시 전 대통령이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이를 저버리지 않았던 것이 매우 중요했다는 설명이다.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 미국평화연구소(USIP)가 1월 28일(현지시각) 주최한 독일 통일 30주년 기념 화상 대담. [사진=USIP 홈페이지 캡처] |
그는 또 부시 전 대통령이 헬무트 콜 당시 서독 총리와 통일 초기 과정에서 끈끈한 유대 관계를 유지하며 국내외의 회의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동서독과 미국, 영국, 프랑스, 당시 구 소련 4개국이 참여하는 이른바 '2+4'라는 통일 협상을 위한 '매개체'를 고안해냈다고 밝혔다. 같은 생각을 가진 미국과 서독 두 정상이 마련한 이 협상 체계가 독일 통일을 이루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독일 통일의 미국 측 또 다른 주역인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은 "민주적인 평화에 대한 신뢰"를 독일 통일의 첫 번째 교훈으로 지목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당시 콜 전 총리가 국내 시위를 다루는 모습 등을 보며 서독의 강력한 민주주의를 인식했고, 민주적 평화를 원했던 독일 사람들의 민주주의 구축을 도움으로써 통일에 기여했다는 말이다.
라이스 전 장관은 또 독일 통일의 교훈으로 "동맹국들의 역사와 배경을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을 꼽고 "이들과 단순히 이해관계가 아닌 가치를 공유한다는 사실에 의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통일 당시 재무장관을 지내며 협상 과정에 참여했던 호르스트 쾰러 전 독일 대통령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독일이 통일이 될 것이라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며 "불가능한 일을 기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쾰러 전 대통령은 부시 전 대통령과 콜 전 총리, 당시 구 소련의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 간 신뢰 덕분에 통일의 기회를 잡고 주변국들의 회의론을 극복할 수 있었다며, "신뢰 외에도 독일 통일과 서구 유럽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미국의 끊임없는 지지, 그리고 다자 간 대화의 틀이 독일 통일을 이끌었다"고 회고했다.
베이커 전 장관도 미국의 리더십을 강조하며 "독일 통일 과정에 미국이 관여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모습이 아니었을 것"이라면서 "리더십은 고립주의나 보호주의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또한 "동맹은 힘의 지렛대를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며 "통일 과정에서 동맹국들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했다"고 피력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지낸 쾰러 전 대통령은 통일 과정에서 동독 경제가 시장경제로 전환되던 시절 동독 주민들의 대규모 실업 등을 상기시키며 "보다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분산된 방식으로 경제 민영화를 체계화 하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구 소련에서도 이런 경제 민영화 과정은 IMF(국제통화기금)나 세계은행 같은 국제 금융기관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며 "순전히 시장 주도 성장에 너무 많이 의존했던 것은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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