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집시법 적용 못해, 일반 집합금지 기준 규제"
서초구 "수백명 모여도 주최자 불명확, 행정처분 어려워"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 속에 집회·시위, 기자회견 등이 제한되고 있지만 '항의방문'은 여전히 곳곳에서 강행되고 있어 논란이 인다. 항의방문은 수백명이 모여도 고발 대상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행정처분도 불가능해 방역 구멍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5시쯤 서울 서초구 경원중학교 후문 앞에 학부모 20여명이 모였다.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경원중 혁신학교 신규 지정을 반대하기 위해 학부모들이 학교 항의방문에 나선 것이다. 엄동설한에도 학부모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1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에서 2.5단계로 격상되기 전날이었다.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경원중학교 후문 앞에 모인 학부모들. [사진=김유림 기자] 2020.12.18 urim@newspim.com |
결국 안전 사고를 우려한 관할 서초경찰서는 신속대응팀, 5분 타격대, 순찰차 3대 등 경력 총 30여명을 긴급 출동시켰다. 이후에도 학부모들은 7시간가량 항의방문을 이어갔고,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처음 시행된 8일 새벽까지 모여 있다가 해산했다.
당시 경원중 인근에 100명 이상이 집결하면서 금지된 집회나 시위를 사실상 강행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집회·시위를 관리하는 경찰은 아무런 제재도 할 수 없었다. 항의방문은 강제적으로 해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항의방문은 일명 집단민원이라고 표현하는데 집회로 보기 어렵다"며 "강제 해산은 물리력이 수반돼야 하는데, 항의방문은 처벌법이 없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어 "경원중 항의방문도 갑자기 순식간에 대규모 인원이 몰려든 거라서 남아 있는 경력 전부 출동했다"며 "행정처분은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이고 경찰이 할 수 있는 건 충돌에 대비하거나 설득해서 해산시키는 것 정도"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부터 집회 인원을 10명 아래로 제한하고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적용을 받지 않는 기자회견도 집회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관할 구청 감염병관리과에서 직접 현장에 나와 9명까지만 모일 수 있도록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경원중 학부모들처럼 항의방문 형식은 제한이나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항의방문은 집회 기준에 적용할 수 없어 집합금지 제한 인원에 맞춰야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제재나 고발 조치 등은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시는 "항의방문은 집시법 대상이 아니라 집합금지 인원 2단계 100인, 2.5단계 50인을 적용한다. 경원중 항의방문에 50명 이상, 100명 이상이 모였으면 행정조치 고발대상"이라면서도 "서울시가 서울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다 알 수는 없기에 서초구에 문의해봐야 한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경원중학교 후문 앞에 모인 학부모들. [사진=김유림 기자] 2020.12.18 urim@newspim.com |
서초구는 주최자를 특정할 수 없어 행정처분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서초구에서 당시 모인 분들에 대한 행정처분을 하진 않았다"며 "결혼, 전시회 등 주최자나 참여자를 특정할 수 있는 경우 집합금지 인원 제한을 어겼다면 감염병의예방및관리에관한법률(감염병예방법)을 적용해 고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항의민원은 주민 한 명, 한 명이 정해진 장소에 모였기 때문에 개개인을 특정할 수 없어 고발 조치를 할 수 없다"며 "이후 항의민원이 또 발생해도 코로나19 관련 위험의 소지가 있으니까 안전하게 해산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 정도가 가능할 뿐"이라고 전했다.
ur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