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김기춘 차량 손괴 및 집시법 위반 혐의 모두 인정"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사 중 한 명인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되던 날 김 전 실장이 탄 차를 가로막고 부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시위 참가자들이 모두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조국인 판사는 17일 한국진보연대 대외협력위원장 이모(51) 씨 등 시민활동가 11명의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및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공동재물손괴) 혐의에 대한 재판에서 이씨와 한모(47) 씨에게 각각 징역 6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김모(37) 씨 등 4명은 각 벌금 200만원, 연모(31) 씨 등 5명은 각 벌금 50만원이 선고됐다.
서울동부지법.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2020.10.08 kmkim@newspim.com |
재판부는 "우선 공동재물손괴 관련해 대법원 판례와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들을 비롯한 집회참가자들은 김 전 실장의 석방 반대 뜻을 같이하고, 김 전 실장이 타고 있는 차량을 가로막는 과정에서 보닛 및 전면 유리창, 범퍼 등을 내리치는 행위를 했다"며 "이로 인해 사이드미러와 앞유리가 깨지고, 범퍼가 찌그러졌다"고 말했다.
이어 "재물손괴에 대한 전체적인 모의 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순차적, 암묵적으로 재물손괴 범행에 공동 가담해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가 상통했다"고 했다.
또한 "이씨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은 성명불상의 집회참가자들과 피해자 차량을 손괴했고 질서를 어지럽혔다"며 "집시법 제18조2항, 16조4항2호는 집회 또는 시위의 참가자는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 하면 안 된다고 규정한다"며 "이에 준하는 행위로서 집회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를 모두 일컫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며, 집시법 위반 혐의를 부인하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이 사건의 집회 주최자로 보기 충분하다. 집시법상 질서를 유지 못하면 곧바로 집회를 종료해야 한다. 질서 문란 행위가 행해지는 것을 알면서 '김기준 석방 안 된다'는 구호를 외치면서 선동하거나 방치하면 그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4일 이씨와 한모 씨에 대해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도에서 멈춰야 한다"며 각 징역 8개월을 구형했다. 김씨 등 5명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 박모(37) 씨 등 4명에 대해서는 징역 4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씨 등 11명은 지난 2018년 8월 6일 구속기간 만료로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출소하던 김 전 실장이 탄 차량을 부수고 차량 운행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김 전 실장은 대법원에서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상고심이 진행 중이었지만, 구속 기한인 1년 6개월을 모두 채움에 따라 석방됐다. 시위대는 "김기춘을 구속하라", "무릎꿇고 사죄해라" 등의 구호와 욕설을 하며 차량을 둘러싸거나 차 앞 유리창으로 몸을 던지는 등 귀갓길을 막아섰다.
경찰은 집시법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에 착수했고 같은 해 10월 이 위원장과 한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이후 검찰은 올해 8월 25일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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