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기대감에 LCC 주가 급등...'실권주'도 수익률↑
"섣부른 회복 기대는 자제...비행 없이는 내년 상반기가 마지노선"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유상증자에 나선 저비용 항공사(LCC) 실권주가 흥행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LCC들이 실적 부진을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향후 주가 반등을 기대한 투자자들은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에어부산에 따르면 최근 783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결과 일반 공모 청약에 2조1000억 원의 청약 증거금이 몰렸다. 에어부산은 지난 7~8일 우리사주조합과 구주주 청약을 마친 후 남은 실권주 120만주에 대해 10~11일 이틀 간 공모 청약을 진행했다. 경쟁률은 626.52대1이었다.
저비용항공사들 [사진=뉴스핌DB] |
최근 국내 증시가 고공행진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실권주 청약이 숨은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유상증자의 경우 보통 발행가를 할인하는데, 일반 공모의 경우 현재 주가 대비 최대 30%까지 저렴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코로나 사태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한 LCC에도 실권주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향후 항공 수요가 늘어날 경우 현재 저점에 가까운 주가가 크게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부터 화이자·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회사를 필두로 코로나19 백신 기대감이 커지면서 LCC 업계 주가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유상증자를 단행한 LCC는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 등 4곳이다.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투자자들은 벌써부터 40%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 제주항공의 경우 현재 주가는 유증 발행가 대비 148.49%에 이른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 주가는 각각 발행가 대비 196.43%, 171.72% 올랐다.
이 같은 분위기 탓에 3분기에 9~10%에 달했던 LCC(제주항공·진에어) 유상증자 실권율도 11월 들어 4%대 이하로 뚝 떨어졌다.
실권주가 줄면서 경쟁률은 더 높아졌다. 지난 8월 올해 첫 유상증자에 나섰던 제주항공의 경우 실권주 경쟁률은 79.87대 1에 그쳤다. 반면 지난 달 진행된 티웨이항공 실권주 일반 청약은 경쟁률이 4358.81대 1까지 치솟았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LCC 업체의 즉각적인 재무구조 개선이 어려운 만큼 섣부른 반등 기대는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대형항공사(FSC)는 항공화물 운송으로 매출액 감소를 방어하고 있지만 저가항공사(LCC)는 이가 없어도 이를 대신할 잇몸이 없다"며 "파도타기식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해 현금을 마련한 항공사들에 대해 안도하지 말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엄 연구원은 이어 "저가항공사가 매출 없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내년 상반기 정도이고, 일부 항공사는 1분기 정도가 마지노선일 것"이라며 "화물영업이나 면세쇼핑 등 관광 비행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데 개별업체들 별로 틈새매출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느냐가 버틸 수 있는 기간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