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런던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기업 경영과 투자에 있어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핵심 테마로 부각되면서,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그룹 등 대형 은행들이 미국 기업 이사진의 다양성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여성이나 소수자의 이사진 포함을 의무화하기 위해 대주주로서 압력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다른 월가 은행들도 비슷한 정책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골드만삭스는 월가의 가장 전통 있는 대형 은행으로서 기관 투자자들과 합세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다만 기업들 스스로가 아닌 투자은행들이 이사진 다양성를 주도한다는 것은 점차 성별 및 인종 차별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은 매우 앞서 나가는 데 반해 기업 사회의 사회적 변화를 유도해내기는 여전히 어렵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사진=로이터 뉴스핌] |
골드만삭스는 지난 2019년 기업 이사진에 여성이 한 명 이상 포함돼 있지 않은 기업은 투자 포트폴리오에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약 1조800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부문 책임자인 캐서린 위너는 1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에는 기준을 최소 2명의 소수자로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이사진 다양성의 기준에 성별, 성정체성, 소수자, 인종 등을 포함하고 있고 기업들은 이 중 한 가지만 택할 수 있어 이사진에 백인 여성 2명만 포함돼도 골드만삭스의 기준에 부합하게 된다.
다만 상당수 기업들이 이사들의 인종 및 민족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데이터를 입수하기 어려운 만큼 이와 관련한 명확한 기준은 세우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일부 인권운동가들은 자산운용사들이 어떻게든 데이터를 얻어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지냈던 로엘 캄포스 라틴계 기업이사협회 회장은 "찾고자 한다면 데이터는 구할 수 있다"고 촉구했다.
인종 및 성정체성보다 이사진의 성별 다양성이 더욱 빨리 개선되는 이유도 각 이사의 성별은 다른 정보보다 파악하기 쉽기 때문이다. 리서치 업체 에퀼라에 따르면, 현재 러셀3000 지수 상장기업들 이사진의 여성 비율은 23%로 2016년의 15%에서 늘었다.
반면 미국 탑 기업들 이사진에서 흑인과 히스패닉계·라틴계가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8% 및 5%로 미국 전체 인구 대비 비율인 13% 및 19%보다 훨씬 낮다.
한편 최근 장외시장 거래소인 나스닥 또한 신규 상장 및 상장 유지 조건으로 이사진에 본인을 여성·성소수자 또는 소수인종이라 밝힌 이사가 1명 이상 포함돼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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