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아스트라제네카·얀센·화이자·모더나 3400만명분 코로나 백신 선구매
박능후 장관 "수요 폭발 속 불공정 계약 불가피...면책요구도 글로벌 공통 현상"
남재환 카톨릭대 교수 "아스트라제네카 등 도입 백신 심각한 부작용 없어"
[서울=뉴스핌] 박다영 기자 = 통상 10년 이상 걸리는 백신 개발 과정이 이번 코로나19의 경우 전 세계적 유행으로 1년으로 단축되면서 백신의 안전성, 효과성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백신 개발 업체들 역시 모든 국가에 '부작용 면책'을 요구한 상황. 이에 대해, 정부는 물량을 확보한 백신에 대해 '심각한 부작용은 없다'면서도 '불공정 계약은 불가피한 상황'이란 점을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코로나19 백신 도입 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12.08 dlsgur9757@newspim.com |
정부는 8일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화이자, 모더나 등 글로벌 백신 개발 기업에서 최대 3400만명분의 코로나19 해외 백신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최대 4400만명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선구매다. 다국가 백신연합체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에서 1000만명분,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모더나·얀센 등 개별 기업과 협상으로 3400만명분을 확보했다.
이번에 도입하기로 한 4개 회사의 백신은 크게 두 가지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의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원 유전자를 인체에 무해한 바이러스에 넣고 전달체(벡터)로 운반하는 '바이러스 전달체 백신'이다. 반면 화이자와 모더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닌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자를 체내에 집어 넣어 면역력을 갖게 하는 'mRNA 백신'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임상 3상에서 투약 용량에 따라 효능이 62%부터 90%까지 천차만별인 데다가 임상시험 대상자 제외되면서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화이자·모더나의 mRNA 백신은 이제까지 대규모로 사용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남재환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이날 코로나19 백신 도입 계획 브리핑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위험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며 "모든 백신은 부작용이 있는데, 아스트라제네카에서 나온 부작용은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화이자는 이제까지 부작용을 다 공개한 상태다. 따라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먼저 구매한 것은 전략적으로 옳은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화이자, 모더나의 mRNA 백신에 대해서도 심각한 부작용은 없다고 봤다.
남 교수는 "mRNA 백신이 단 한번도 대규모로 사용된 적이 없고, 이에 대해 걱정이 많은 상황인데 모더나와 화이자는 암 백신 개발을 위해 mRNA 플랫폼을 사용해왔다"면서 "코로나19 유행 이전 임상 1상이 나와 안전성이 검증된 상태였다"고 했다.
남 교수는 "일각에선 백신에 대해 부작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데, 백신 부작용은 접종 후 근육통이나 뻐근한 것까지 포함된다"며 "mRNA 백신도 기존 백신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어 다른 백신보다 부작용이 크다고 보긴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유럽이나 미국이 먼저 접종하고 난 후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면서 과학자들이 접종 후 질병이 악화되는 부작용을 가장 우려했는데 현재까지 공개된 임상 3상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중인 해외 제약사들은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임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모든 국가에 '부작용 면책'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제약사들의 부작용 면책이 불공정계약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라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부작용 면책조항 등) 불공정약관이나 계약은 일정 부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계약이 맺어지고 백신이 도입되더라도 정부는 갖고 있는 안전성 검증 테스트 과정을 거쳐 충분히 안전성을 확보하고, 해외에서 접종 추이를 보는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고 워낙 많은 국가들이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우선 백신을 구매해야겠다는 사회적 요청이 있다 보니 불공적 계약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면서 "광범위한 면책을 요구하는 것이 국제적으로 거의 공통된 현상인데, 다른 백신이나 의약품과 비교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개별 기업이 면책을 요구함에 따라 정부가 백신 부작용에 대한 보상 시스템을 갖춰나갈 계획이다.
양동교 질병청 의료안전예방국장은 "현재 감염병예방법에 백신 부작용에 대한 피해보상제도가 있다"며 "코로나 백신도 감염병 예방법의 예를 따라 보상하는 시스템을 갖춰나가는 등 세부적으로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 안팎에선 백신 개발 업체들의 부작용 면책과 관련해 수익의 일부를 손해배상금으로 지불하는 등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임상을 완벽하게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이 나오면 제약사 입장에선 면책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에 정부도 딜레마인데, (그럼에도) 백신 안전성을 더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고, 국제기구에서 책임을 부과하거나 글로벌 제약사가 해당 국가에서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를 배상금으로 쓰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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