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 LG생건 선방...아모레는 부진 지속
연 매출 5천억 격차...4Q 광군제 성과가 '결정타'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국내 화장품 '투톱'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그룹이 화장품 매출 1위 '왕좌'를 놓고 초박빙 승부를 펼치고 있다. 매년 조 단위 수준이었던 이들의 실적 격차는 올해 3분기 매출까지 합산한 결과 5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채널 대응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발생한 차이다. 1년 중 가장 많은 매출이 발생하는 4분기만을 남겨놓은 현재, 중국 '광군제' 쇼핑 행사가 최종 승자를 가려낼 것으로 보인다.
◆2배 차이 나던 화장품 매출...성큼 따라잡은 LG생건
29일 아모레퍼시픽그룹에 따르면 이 업체는 3분기 실적으로 매출 1조2086억원, 영업이익 61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3%, 49% 감소한 수준이다. 주요 자회사인 아모레퍼시픽도 매출은 22% 감소한 1조886억원, 영업이익은 48% 감소한 560억원을 기록했다.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2020.10.28 hrgu90@newspim.com |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매출은 증권가 컨센서스(추정치 평균)에 못 미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매출 1조2500억원을 거둘 것으로 추정됐다. 영업이익의 경우 컨센서스(451억원)를 대폭 상회했으나, 매출 감소폭이 예상보다 컸다.
이로 인해 분기 매출이 LG생활건강과 초접전 수준에 이르렀다. 3분기 LG생활건강 화장품 부문(뷰티 부문) 매출은 1조14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에 그쳤다. 상반기에는 아모레퍼시픽과 동일하게 전년 대비 매출 감소 비율이 두 자릿수였으나, 3분기 들어 선방한 것이다.
사드 사태가 발생한 2017년만 해도 아모레퍼시픽그룹과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매출은 2배가량 차이가 났다. 2017년 아모레퍼시픽그룹은 6조291억원의 매출을 올린 반면, LG생활건강 화장품 부문 매출은 3조2799억원에 불과했다. 2018년 역시 양사의 화장품 매출은 6조와 4조원대로 2조원가량 벌어져 있었다.
이 격차는 LG생활건강의 럭셔리 화장품 매출이 급증한 시점을 기점으로 좁혀진다. LG생활건강 화장품 부문은 2018년 4분기 '더 히스토리 오브 후'의 중국향 수요가 증가하며 첫 분기 매출 1조를 기록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실적 변동 폭이 미미한 지난해 4분기, LG생활건강은 30% 고공성장하며 경쟁사를 바짝 추격한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올해 양사의 매출(1~3분기) 차는 5341억원에 불과한 상태다. 3분기 매출 격차는 648억원이다. 이는 면세점 채널 회복 속도에 따른 결과다. LG생활건강의 면세점 채널 매출은 상반기 31%까지 감소했으나, 3분기 들어 -2%로 대폭 줄었다.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에 의한 광군제 선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3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면세점 채널에서의 부진이 여전하다고 밝혔다. 또한 아모레퍼시픽과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의 백화점, 로드숍 등 오프라인 매장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니스프리의 경우 올해 초부터 매장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3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한 매출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의 올해 광군제 참여를 알리는 옥외광고. [사진=LG생활건강] 2020.10.28 hrgu90@newspim.com |
◆4분기 대목 광군제 스타트...1차 예약판매는 LG생건 勝
자연스럽게 시선은 4분기 실적으로 향하게 된다. 만약 LG생활건강 화장품 부문이 4분기 컨센서스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게 된다면 '국내 화장품 업계 1위' 타이틀은 LG생활건강이 거머쥐게 된다. 특히나 양사는 지난 몇 년간 4분기에 1년 중 가장 많은 성과를 내왔다.
이는 광군제 덕분이다. 광군제는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의 중국판 쇼핑 행사다. 온·오프라인 모든 유통업체들이 할인전을 벌이면서 폭발적 소비가 일어난다. 광군제에 참여하는 국내 화장품, 식음료 업체들이 올 상반기부터 마케팅과 물량 확보에 주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 광군제는 '보상소비' 기조가 더해지면서 실적을 제고할만한 동력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중국 알리바바그룹 티몰(tmall)은 21일부터 예약구매를 실시하면서 작년보다 광군제 기간을 길게 기획했다. 매년 11월 11일 하루였던 광군제 판매일을 두 번으로 나눠 11월 1~3일을 1차, 11일을 2차 발매 기간으로 잡은 것.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이미 1차 예약판매에서 지난해 광군제 거래액을 초과 달성했다. LG생활건강은 후가 오픈 11분 만에 5억1100만위안(약 871억원)의 매출을 기록, 주력 제품인 '천기단 화현' 세트가 화장품 부문 판매량 1위에 올랐다.
아모레퍼시픽 설화수는 작년 광군제 전체 판매량 대비 올해 첫날 예약판매량이 60% 증가했다. 지난해 '자음라인' 세트가 예약판매 3분 만에 1억위안(약 17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을 고려할 때, 올해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대략 지난해 4분기 중국 화장품 매출의 3분의 1에 달하는 실적이다. 지난해 4분기 중국 시장에서 LG생활건강은 2800억원, 아모레퍼시픽은 367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행사 열기가 점차 고조되는 광군제 당일까지의 실적을 집계하면 작년 매출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10월부터 발생한 시내면세점 매출을 더하면 광군제발(發) 실적은 4분기 매출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화장품 담당 애널리스트는 "국내 사업은 높은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성장은 중국에서 나와야 한다"며 "광군제는 각 브랜드들의 대 중국 브랜드 인지도를 점검해보고 4분기 또는 내년을 조망해볼 수 있는 기회이며 분기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집계된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4분기 LG생활건강 화장품 부문은 1조4000억원, 아모레퍼시픽그룹은 1조3518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 경우 연간 매출은 아모레퍼시픽그룹(5조원)이 LG생활건강 화장품 부문(4조5000억원) 대비 소폭 앞서겠으나, 분기 매출은 LG생활건강의 첫 역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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