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조사서 "외국인이라 GPS 못 본다" 진술
10여분 간 NLL 북측 해역 머물다 돌아와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지난 17일 우리 어선 1척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쪽으로 갔다가 돌아온 사건과 관련해, 우리 군이 "돌아오라"는 호출을 50여차례나 했지만 선원들이 외국인이었던 탓에 호출을 알아듣지 못하고 계속 북쪽 해역으로 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19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군이 어선공통망 등을 이용해 50여회 이상 어선에 호출을 해 '남하기동을 해 남쪽으로 돌아오라'고 지시했지만 응답이 없었다"며 "(조사 결과) 외국인이라 의사소통이 안 돼 호출을 못 알아들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군은 지난 17일 낮 12시 45분경 레이더 감시장비를 통해 길이 10m, 4.5톤의 어물운반선인 김포 선적의 '광성 3호'가 우도 서남쪽 6.5km 해상에서 북상하고 있는 것을 포착했다. 이곳은 우리측 조업한계선으로부터 북방으로 약 6.4km, NLL에서는 남방으로 약 9.6km 떨어진 곳이다.
군은 처음 10여분 동안은 대응하지 않았다. 그러다 최초 발견 9분 뒤인 12시 54분 다른 레이더를 통해 어선이 NLL을 월선하고 있는 것이 포착되자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를 통해 배의 정보를 파악했다. 이후 군은 12시 56분경 호출을 통해 "NLL 이남으로 남하하라"고 선박에 지시했다.
[연평도=뉴스핌] 최상수 기자 = 지난 14일 인천 연평도 북측 NLL선상 해역에서 중국어선들이 불법조업을 벌이고 있다. 2020.10.14 kilroy023@newspim.com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하지만 선박에 탑승하고 있던 선원들은 모두 외국인이라 우리 군의 지시를 알아듣지 못했다고 한다. 해경 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일부는 한국어를 하지 못하고, 일부는 조금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LL 북쪽으로 월선을 하게 된 것에 대해서도 "외국인이라 GPS를 볼 줄 몰라서"라고 진술을 했다고 전해졌다.
군 당국에 따르면 선박은 NLL 북방 약 3.7km 지점까지 북상했다. 이후 10여분간 북측 해역에 머물다 NLL 이남으로 복귀했다.
군 관계자는 우리 국적의 배인데 외국인 선원들만 탑승하게 된 경위에 대해 "어물운반선에 있던 선장은 어물을 가지고 모선(母船)으로 이동하고 외국인(선원)들만 승선한 채 선장의 지시를 받고 이동하는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이번 사건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북한으로부터 반응이 전혀 없다"며 "해경에서 상황 종료 후 오후 2시경 북측에 '우리 어선이 항로 착오로 NLL을 넘었다가 바로 남하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며 통보했지만 반응이나 특별한 동향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연평도=뉴스핌] 최상수 기자 = 지난 14일 인천 연평도 북측 NLL선상 해역에서 중국어선들이 불법조업을 벌이고 있다. 2020.10.14 kilroy023@newspim.com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 해경·군, 우리 어선이 NLL 이북에 10여분간 머무는데도 무(無)대응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해경과 군의 초동 대처가 안일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군은 선박이 NLL 이북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10여분간 사실상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통상 어선이 우리측 조업한계선을 넘거나 NLL을 북상하는 일이 생기면 해경이 대처를 하거나, 군에 공조 요청을 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때는 해경이 어떤 대처를 하거나, 군에 공조 요청을 하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해경으로부터) 통보받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경으로부터 공조 요청이 없었다고 해도, 최초에 선박이 NLL을 넘어 월선하고 있는 것을 파악하고도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은 것은 군이 안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추가적으로 우리 선박인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다"면서도 "전체적으로 포착을 하고 차단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