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 하이난섬 4개 면세점 매출 1조 육박
한신평 "높은 中 의존도...국내 면세점 약점"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중국 정부의 면세 특구 조성책으로 국내 면세점 매출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큰 손'들이 점차 이탈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나, 중국 정부의 내수진작 정책은 장기적으로 위협이 될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4일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중국 하이난(海南)에 있는 4개 면세점이 기록한 매출액은 55억8000만위안(약 9676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달간 1조원에 육박하는 면세품 소비가 일어난 셈이다.
중국 하이난 면세점에서 쇼핑중인 관광객들 [사진=바이두] |
이는 중국 정부가 새로운 면세 정책을 실행한 덕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7월 1일자로 내국인 면세 특구인 하이난의 연간 1인당 면세 한도를 3만위안(514만원)에서 10만위안(1700만원)으로 인상했다. 쇼핑 횟수 제한을 없애고 면세품 품목도 38개에서 45개로 확대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 시대로 들어섬에 따라 해외 소비를 내수로 돌리기 위함이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에 제한을 받은 유커(중국인 관광객)와 따이공(중국인 보따리상) 하이난으로 유인해 장기적으로 발을 묶어두기 위한 전략이다.
중국 정부의 정책은 올 상반기 중국면세품그룹(CDFG)이 기록한 실적에서도 나타났다. 지난달 글로벌 면세전문지인 무디리포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CDFG는 올 상반기 기준 매출 28억5500만달러(약 3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듀프리와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에 이어 4위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중국 기업 최초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하이난에서 출발하는 국내외 관광객들의 면세한도를 1만위안(171만원)에서 3만위안으로 확대한 효과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하이난 면세한도가 10만위안으로 늘어남에 따라 하반기 1위와 2위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조성하는 면세 특구가 장기적으로 국내 면세 시장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난해 기준 국내 면세 시장 규모(약 25조원)의 70%를 중국이 담당하고 있는 탓이다.
한태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중국 면세 시장 규모가 성장한다는 건 70%의 소비가 중국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므로 국내 면세사업에 부담"이라며 "면세 수요가 중국으로 급격히 빠져나가진 않겠지만, 특정 소비층에 대한 매우 높은 의존도는 사업 안정성의 분명한 약점"이라고 말했다.
면세 업계는 현재는 중국 하이난 면세점 수요가 우려할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전혀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신중히 대응 방안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한국 면세점들의 입지와 높은 알선수수료, 가격 경쟁력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따이궁들을 빼앗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중국 정부가 여러 곳에 면세 특구를 조성하고 한도를 부과하면 충분히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시내면세점들은 전년 대비 매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자 명절 대목에도 휴점을 택했다. 롯데면세점은 명동점, 월드타워점, 코엑스점, 부산점, 제주점 총 5개 영업점을 명절 당일인 지난 1일 닫았다. 신라면세점은 장충동 본점, 신세계면세점은 명동점, 강남점 등을 휴점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명절 연휴 동안 무역센터점과 동대문점의 문을 모두 닫았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문을 닫는 게 이익이라고 판단이 돼서 명절 당일에는 휴점키로 했다"며 "명절 연휴에 휴점하는 건 사실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hrgu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