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지난 4일(현지시간) 대규모 폭발 참사가 발생한 후 사회적 거리두기 통제가 와해되고 의료 인프라가 붕괴돼 코로나19(COVID-19)가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레바논 일일 확진자가 439명으로 사상 최다 수준으로 늘자 17일 레바논 보건부는 2주 간 전국 봉쇄령을 내렸다. 하마드 하산 레바논 보건장관은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베이루트 로이터=뉴스핌] 황숙혜 기자 = 초대형 폭발 참사로 성난 시민들이 베이루트 도심에서 과격 시위를 벌였다. 2020. 08. 08. |
레바논은 열악한 의료 인프라 붕괴를 막기 위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 적극적 봉쇄조치로 대규모 확산을 피해 왔다. 하지만 경제가 급격히 피폐해지자 레바논 정부는 현금 확보를 위해 지난 6월 베이루트 공항을 포함해 제한 조치를 완화했다.
이 가운데 폭발 참사가 발생해 코로나19 통제가 완전히 무너졌다. 폭발 당일 베이루트의 주요 3개 병원이 파괴된 데다 최소 178명이 사망하고 6000명 이상이 부상을 입는 등 인명 피해가 극심해 병원이 포화 상태가 됐다.
세계보건기구(WHO) 이번 폭발로 베이루트에서 병상 500개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레바논 의료 전문가 알렉산더 네흐메 박사는 330개의 병상을 되찾으려면 1년의 기간과 3000만달러의 자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코로나19 환자들이 무너지는 병원에서 탈출하면서 다른 환자 및 부상자들과 섞여 이들에 의한 확산 위험이 높아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거의 불가능해졌다. 참사로 충격을 받은 베이루트 시민들은 분노와 슬픔을 나누기 위해 적절한 감염 예방 조치 없이 함께 모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으며, 수천명이 거리에 나와 반정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또한 폭발로 집을 잃은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가족과 지인들의 집에 함께 머물면서 가정 내 감염이 확산됐고, 거리에서는 시민들이 가까운 거리에 모여 폭발 잔해를 치우고 있다.
게다가 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친 만큼, 이동과 모임 등을 제한하는 조치가 내려진다 하더라도 시민들이 이를 따르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라피크하리리 대학병원 관리자인 피라스 아비아드는 "코로나19 상황을 다시 통제하려면 시민들이 개인적, 집단적 행동에 자발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현재 혼란 속에서는 그러한 행동을 유도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레바논 정부의 재정 문제도 심각하다. 국내 미달러가 부족한 상황에서 레바논 파운드마저 급격히 평가절하돼 마스크와 장갑, 개인보호장비, 산소호흡기 등 의료 물품을 수입할 자본이 부족한 상태다.
최근 30명의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코로나19 병상을 다시 운영하기 시작한 게이타오위 병원의 의사인 나지 아비-라셰드 박사는 "폭발로 음압병실과 병상 등이 파괴돼 더 이상의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루트 로이터=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9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한 어린 소년이 반정부 시위로 인해 어지러진 현장을 청소하고 있다. 2020.08.09 goldendog@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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