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최숙현 선수를 죽음으로 내몬 원인을 두고 논란이 여전하다. 오직 메달을 외치는 엘리트스포츠·성과지상주의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유를 알면서 왜 대책은 구하지 못하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들은 지난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감독의 폭행·폭언과 주장의 집단 따돌림, 폭행·폭언이 이어졌다고 증언했다. 동료 선수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철인3종경기)은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으며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돼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고(故)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장모 선수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2020.07.06 pangbin@newspim.com |
고인의 동료이자 이번 사건의 또다른 피해자인 이들은 "팀 최고참인 주장은 선수들을 이간질하고 따돌림했다"며 "폭행과 폭언으로 선수들을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고 털어놨다. 또 "감독에게서 인센티브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국제대회에 나갈 때마다 지원금이 나오는데 항상 80만~100만원가량의 사비를 주장 이름의 통장으로 입금해야 했다"고 폭로했다.
팀닥터로 불린 무자격 치료사도 장 모 선수의 어머니가 소개했으며, 원래 다니는 병원의 물리치료사로 알려졌다. 선수들이 증언한 장 모 선수의 가혹행위 등 정황을 살펴보면 감독 역시 장 선수의 눈치를 봤을 거란 추측에 무게가 실린다.
송강영 동서대 스포츠레저학과 교수는 "성적이 좋은 선수들이 코치나 감독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경우가 있다"며 "감독이나 코치는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대표 선수 눈치를 보고, 비위를 맞추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 선수는 메달리스트이기 때문에 감독 등이 눈치를 많이 봤을 것"이라며 "더구나 팀닥터라는 사람도 장 선수의 어머니와 관련 있기 때문에 감독이 팀닥터에게도 함부로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은 장 선수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것은 성과를 내는 에이스 선수에 과한 특권이 부여됐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최 소장은 "선수 사생활까지 지배했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행위다. 감독이 자신의 신분을 보전하기 위해 팀 에이스인 장 선수에기 많은 권한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팀닥터를 장 선수가 소개한 것을 보면 감독과 주장 간의 평범한 관계는 아닌 것 같다"면서 "새로운 증언이 나오진 않지만 둘의 관계가 서로의 약점을 알든, 채무관계가 있든 또 다른 것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 관련 추가 피해자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故) 최숙현 선수의 동료들이 참석해 증언을 했다. 2020.07.06 leehs@newspim.com |
최 소장은 체육계에 만연한 성과주의가 청산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겠지만, 세대교체가 된다면 충분히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스포츠는 승부를 내야 하고 성과에 대한 보상이 따른다. 보상에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는 1960년대 엘리트스포츠가 등장하면서 스포츠를 통한 교육적 가치가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적으로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규정을 어겨도 다 봐줬다. 프로가 성행하다보니 과정보다 '우승'이라는 결과가 더 중요해진 것"이라며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바뀌지 않으면 체육계 성과주의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최근 젊은 지도자들은 인권이 강조되는 사회에 살며 이에 대한 개념도 갖고 있다. 인권과 관련한 교육도 받는다"며 "현재 체육계는 혁신돼가는 과정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송강영 교수는 당분간 체육계 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관련단체가 관심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대한체육회 창립 100주년인데, 그간 적폐가 청산되지 않았다"며 "우리도 인내심을 갖고 체육계 성과주의 등 혁신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제대회에서 성과를 냈다고 열광하고 지난 문제를 뒤로 하면 악순환만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가슴 아프지만, 체육인에게 자정능력은 없다"면서 "자정능력을 가질 수 있을 때까지 제도와 정부 등의 관심으로 안정 단계에 접어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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