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유니온, 패션 어시 노동 실태조사 결과보고서 발표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아직도 구두계약으로, 월급 50만원을 받고 정해진 휴일 없이 부르면 나가서 일하고, 마치 개인 시간을 다 빼앗긴 노예처럼 부려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유명한 가수나 배우팀은 사람이 바로 또 구해지기 때문에 대우가 더 나쁜 경우가 많습니다." (패션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A씨)
"픽업, 반납? 말이 쉽지요. 한 촬영당 70~90벌의 옷을 빌리고, 진열하고 반납해야 합니다. 그 와중에도 잔 업무는 밀려 있고 전화기를 손에서 놓을 수 없습니다. 이 업계 사람들은 말합니다. 우리는 그것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으며 일했다고. 이런 구조 시스템 자체가 어시들에게 노동의 당위성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패션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B씨)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청년유니온은 6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0년 패션 어시 노동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진=이정화 기자] 2020.07.06 clean@newspim.com |
가수나 배우 등 연예인들의 패션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패션 어시)들이 화려한 연예인들의 모습 뒤에 감춰진 노동 현실을 고발하고 나섰다.
청년유니온은 6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0년 패션 어시 노동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5일부터 21일까지 보름간 패션 어시 관련 종사자 252명에게 온라인 무작위 배포를 통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다.
패션 어시는 연예인들의 스타일을 담당하는 패션스타일리스트들 밑에서 팀원으로 일하며 대행사에서 의상 대여, 수선, 반납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4.4%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4대 보험에 모두 가입돼 있다는 경우는 5.2%에 불과했다.
월 평균 임금 수준은 97만원으로 최저임금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이들은 하루 평균 12시간 일하면서도 한 달에 5일을 채 쉬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시간당 평균 임금을 계산해보면 3989원이었다.
수많은 의상과 부자재들을 관리하는 스타일리스트 어시들은 본인들이 분실·손상하지 않은 경우에도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경험한 경우가 많았다. 손해배상을 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69.8%가 자비로 부담했다. 5만원짜리 귀걸이부터 300만원이 넘는 한복까지 보상한 경우도 있었다.
갑질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갑질은 크게 ▲인격 모독 ▲사적 영역 침해 ▲업무와 관련 없는 사적인 지시 ▲부당한 업무지시 등이 꼽혔다.
한 응답자는 "현장에서 스팀다리미질을 하고 있었는데 '왜 빨리빨리 하지 않느냐'며 스텝들이 보는 앞에서 스팀기를 집어 던진 적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가끔 실장 강아지 수발을 들면서 스타일리스트가 아니라 개인 비서 느낌이었다"라고 했다.
청년유니온은 이 같은 실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용노동부 서울 강남지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할 예정이다. 청년유니온은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들은 최저임금 및 주휴수당을 보장받지 못했고,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임금체불 사례자를 모아 집단진정을 넣는 한편 청년유니온 내에 패션어시지부를 설립할 계획이다.
청년유니온은 "방송산업의 하도급 계약 문제, 패션업계의 도제식 시스템과 같이 산업 구조를 바꿔야만 이 같은 패션 어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며 "청년유니온은 업계의 잘못된 관행 때문에 가슴 뛰는 내 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패션업계의 변화를 열망하는 패션 어시와 함께 이들이 노동자로서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년유니온 관계자들은 "노동법 무법지대 패션어시 노동환경 규탄한다", "카메라 뒤 노동 착취 패션업계는 각성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패션 어시의 노동 실태를 고발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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