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원구성·불편한 남북관계에 친문 자극할 필요 없다"
캠프 사무실 확보·싱크탱크 확대도 잠시 '멈춤'
[서울=뉴스핌] 김현우 기자 =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활동을 마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이 의원이 당분간 공개일정을 최소화하고 잠행에 들어갈 방침이다. 정가에서는 그의 '잠행'을 두고 에둘러 친문의 마음을 잡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발표 시점은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활동 직후로 예상됐다. 곧 여의도 모처에 전당대회를 위한 사무실을 계약하고 캠프를 꾸릴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이 의원 측은 이를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지사시절부터 이어온 공부모임의 싱크탱크화(化)도 잠시 멈췄다. "아직 출마 선언도 하지 않았다. 현 상황에서 캠프와 싱크탱크를 꾸리는 것은 출마 선언과 다른 것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25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 의원 행보에 대해 "사실상 출마 선언은 이미 했다"라면서도 "전당대회에 임하는 구체적 메시지가 중요한데 지금 상황에서 이를 밝혀봤자 좋을 것이 없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leehs@newspim.com |
그는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가 반환점이 돌았지만 여전한 지지도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당내 최대 세력인 '친문'의 마음을 잡기 위한 활동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에 조속한 3차 추경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3차 추경에 대해 '민생 맞춤형 추경'이라며 코로나19 이후 한국 사회를 설계할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의원이 현 상황에서 출마 선언을 한다면 오히려 문 대통령 지지층으로부터 '자기 정치'를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색된 남북 관계도 이 의원 잠행의 주된 이유다. 이 의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 계획 보류를 결정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대북 화해 상징인 개성공단 연락사무소는 이미 사라졌다. 이런 가운데 이 의원이 메시지를 낸다면 문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훈수'로 비쳐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이 의원은 논쟁적 사안에서도 최대한 입장을 숨기고 있다. 이 의원은 24일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활동보고회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소득과 보편적 증세에 대한 의견을 묻자 "오이는 머리부터 먹으면 써서 다 먹지 못 한다"며 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찬반 논의는 환영하지만 책임있는 사람이 결론부터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두 사안은 모두 사실상 대선의제다.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 의원이 증세 이야기를 한다면 사실상 대선을 염두에 둔 메시지로 비쳐질 수 있다.
이 의원과 가까운 여권 인사는 "문 대통령 인기가 많은 상황에서 현 정부와 엇나갈 필요는 없다"면서 "우유부단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의원은 확실해야만 행동에 나선다. 그 때 결단력과 추진력은 상당하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거취 발표까지 계획을 묻자 "의원실로 계속해서 손님이 찾아오는 등 예상 못한 일정이 생기고 있다"고 답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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