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서 5일새 코로나 확진자 100명 돌파
강화된 방역 능력 '제2의 우한' 되지 않을 것
바이러스 변이 가능성, 백신 개발 더 어려워
[서울=뉴스핌] 배상희 기자 =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닷새 만에 100명을 넘어서면서 우한(武漢)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베이징발(發) 바이러스의 전염성이 우한 당시보다 더욱 높다는 진단이 나와 주목된다.
15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에 따르면 중국 우한대학 의학부 전염병 연구소의 양잔추(杨占秋) 교수는 "베이징 신파디(新發地) 농수산물 시장에서 이틀 만에 7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다는 것은 그 전염성이 우한 화난(華南) 수산물 도매시장에서의 전염성보다 더욱 크는 것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양 교수는 바이러스의 치병성(병인으로 질병이 생기는 것)과 전염성 강도는 확진자의 수와 기간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지목돼온 우한 화난 시장에서는 지난해 12월말부터 1월 17일까지 6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양 교수의 판단에 따르면 확진자수와 기간 측면에서 닷새만에 1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한 베이징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염성은 더욱 강력한 것으로 판단된다.
[베이징 신화사 = 뉴스핌 특약] 배상희 기자 = 중국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의 발원지로 지목된 중국 베이징 펑타이(豊臺)구의 대형 농수산물 시장인 신파디(新發地) 도매 시장에 봉쇄 조치를 내리고 주변 지역 방역에 나선 상태다. |
양 교수는 "바이러스 생존에 유리한 동절기에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우한과 달리 현재 베이징발 바이러스는 여름 고온 환경에서 발생한 것인 만큼, 바이러스가 쉽게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이에 베이징서 단시간내 이렇게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는 것은 다소 의외의 결과"라고 전했다.
이어 "바이러스가 진화되는 과정 중 전염성은 더욱 커질 수도 있고 약해질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할 때, 이번 신파디 시장에서 발견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 전염성이 우한 화난시장을 뛰어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양 교수는 "먄약 확진자에게서 확인된 바이러스 유형과 신파디 시장에서 추출한 유형이 완벽히 일치한다면 바이러스는 유럽에서 온 게 분명하다"면서 "베이징 신파디에서 발생한 바이러스는 해외 유입성 사례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앞서 베이징시 질병예방통제센터 전문가 양펑(楊鵬)은 "신파디 시장에서 발견된 바이러스 유전자 서열이 유럽에서 온 것을 발견했다"면서 "해외 유입과 관련된 것이라고 잠정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당국은 이번 신파디 도매시장에서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수입 연어를 자르는데 쓰는 도마에서 검출된 것으로 판단한 상태다.
바이러스 변이 가능성과 관련해 양 교수는 "만약 신파디 시장에서 발견된 바이러스가 변이됐다면 백신 효과가 약해지거나 아예 없을 수 있다"면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개발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 교수는 "과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어류 등 수산물을 통해 감염될 수는 없고, 이에 연어는 중간 숙주가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면서 "수산물과 양고기, 가금류 등이 해외에서 가공되는 과정 중 감염자에 의해 오염됐고, 이후 냉동돼 운송되면서 중국으로 유입됐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어 "중국은 이미 바이러스를 성공적으로 진압한 경험이 있지만, 또 다시 베이징 바이러스 사태를 맞이하는 시험에 들었다"면서 "현재 방역의 핵심은 해외 유입 차단에 있으며, 바이러스가 해외 냉동 해산물 제품에서 유입된 것이라면 이들 제품의 세관 검역 단계까지 방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신화사 = 뉴스핌 특약] 배상희 기자 = 코로나19의 진원지로 지목된 우한(武漢) 화난(華南) 수산시장. |
현지 다수의 전문가들은 베이징이 '제2의 우한'이 될 수 있다는 관측과 관련해 그럴 가능성이 적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우선, 과거 우한 사태를 통해 구축한 풍부한 방역 경험과 방역 메커니즘, 강화된 의료 시스템, 바이러스에 대한 인지도 등에서 초기 우한 사태 당시와는 차이가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왕광파(王廣發) 베이징대학 부속 제1병원 호흡기내과 주임은 "베이징 코로나 사태는 일부 측면에서 우한 당시와 유사하긴 하지만, 초기 우한 사태 당시와 비교해 방역 능력과 바이러스에 대한 인식 등이 크게 제고됐다"면서 "이에 우한 당시처럼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설명했다.
왕 주임은 "향후 1~2주간의 기간이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면서 "잠복기인 이 기간 동안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들면 통제 선상에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그 수가 계속 증가하면 더욱 강화된 방역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16일 기준 중국 베이징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00명을 넘어섰다.
이날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 15일 전국에서 40명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고 사망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 중 베이징에서만 27명이 나왔다. 허베이(河北)성과 쓰촨(四川)성에서 각각 4명과 1명씩 나왔고, 해외 역유입 신규 확진 사례는 8명이었다.
베이징에서는 지난 11일 신파디 시장 관련 신규 확진자 1명이 처음으로 나온 이후 12일 6명, 13일 36명, 14일 36명, 15일 27명 등으로 확진자 수가 계속 늘고 있다.
pxx1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