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정상회담 1주일 전 개통…정상 간 사용 공식 언급은 없어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연결하는 핫라인이 개통 781일 만에 끊길 위기에 놓인 가운데 청와대는 북한의 의도 파악에 나섰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9일 "12시부터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폐기하게 된다"고 밝혔다.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가운데)이 지난 2018년 4월 20일 남북 정상 간 핫라인 개통에 맞춰 북측과 시험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청와대는 북한의 통보에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상황 파악에 나섰으나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핫라인의 상시 가동 여부를 떠나 당장은 '남측과 대화하기 싫다'는 북한의 메시지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우선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북한의 남북 연락채널 폐기 배경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핫라인 폐기 여부 확인 조치를 취했는지는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역시 일단 소집되지 않아 관련 입장 발표가 늦어질 수 있다.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첫 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둔 지난 2018년 4월 20일 개통됐다. 같은 해 3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한 대북특사단이 방북해 김 위원장과 합의한 성과였다.
청와대 여민관 3층의 문 대통령 집무실 책상 위에 전화기가 놓였고, 관저와 본관 집무실 등 대통령 업무 장소에서 모두 연결됐다. 문 대통령이 집무를 보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김 위원장과 직접 통화가 가능한 셈이다.
단절 위기에 놓인 남북 정상 간 직통전화 [사진=청와대] |
청와대는 핫라인 설치 직후 북측과 시험통화도 했다. 송인배 당시 제1부속실장이 북측에 전화를 걸어 3분 2초, 곧바로 북측이 전화를 걸어 1분 17초간 대화를 나눴다. 남북은 "서울은 오늘 날씨가 좋습니다", "여기도 좋습니다" 등의 안부 인사를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후 2018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 각종 외교 이벤트가 열릴 때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핫라인을 사용할지가 관심사였으나,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핫라인 통화가 이뤄졌다고 밝힌 적은 없다. 다만 사전 예고 없이 이뤄졌던 2018년 5월 26일 2차 남북정상회담은 핫라인을 통해 사전 조율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청와대는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남북대화 복원 노력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5일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계기로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공동방역, 철도 연결, 개별관광 등 이미 제안한 남북 협력사업을 언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북측이 모든 통신선을 끊겠다고 했으나) 아마 판문점 라인은 살아있을 것"이라며 "급할 일이 있으면 판문점을 통해 전통문을 주고받는 식으로 남북회담은 살려낼 수 있으니 조금 진득하게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eog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