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조원 선박 수주시 선수금환급보증(RG)만 10조
카타르, 글로벌 신용도 높은 은행과 RG 등 계약
당국 주도의 국책은행+시중은행 공동 지원 불가피
은행 "LNG선박 수주, 은행 수익성 개선에도 호재"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국내 조선 3사의 23조원 규모 카타르 LNG선박 수주 소식이 전해지면서, 은행권의 선박금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 계약이 체결되면 국책은행과 시중은행들이 공동으로 선수금환급보증(RG)에 나서야만 선박 건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조선 3사(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는 카타르 국영 석유사인 카타르 페트롤리엄(QP)과 LNG선박 건조 공간(슬롯) 확보 계약을 체결했다. 슬롯 계약이 정식 선박수주 계약은 아니지만, 조선업계에서는 앞으로 100척 규모 발주를 통해 700억리얄(약 23조6000억원)에 달하는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인도한 LNG 연료추진 원유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2020.06.05 bjgchina@newspim.com |
조선 3사가 카타르과 LNG선박 본계약을 체결하고 남은 과정은, 국내 은행들로부터 선박금융을 제공받는 것이다. 선박 발주사(카타르)는 엄청난 선박 구매 비용과 건조 기간의 위험성을 고려해, 글로벌 신용등급이 높은 은행을 통해 선박 구매가의 일정비율 만큼만 대금을 지급한다. 이를 토대로 은행은 선박제조사에 대금과 건조 비용을 대출해준다.
선박금융은 크게 RG보증과 건조대금 대출로 나뉘며, RG보증이 먼저 시행된다. 선주는 완성된 선박을 인수받기 전까지 건조비용의 약 40~50%를 단계적으로 미리 지급하는데(선수금), 선박이 제대로 인도되지 못할 경우 조선사를 대신해 은행이 선수금을 돌려주는 장치가 RG보증이다. 그 외에 추가로 필요한 비용은 조선사가 건조대금 대출을 신청하게 된다.
카타르 전체 발주 금액이 23조원이라면 RG규모는 약 10조원이 되고, 은행은 통상 보증수수료 1%를 가져가 1000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얻는다. RG수수료는 대출금리보다 낮지만 충당금을 적게 쌓는 등 부담도 적어 은행 입장에선 대출과 비슷한 수익을 낸다. 또한 보통 선수금을 RG 발행은행으로 입금 받기 때문에 환전, 예금, 송금 등 추가 거래도 가능하다.
선박건조 계약서에는 '일정 신용등급 이상 은행을 RG보증 은행으로 한다'는 문구가 들어간다. 선주 입장에서는 글로벌 신용도가 높은 은행이 선수금 환급을 보증해야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신용등급이 높은 수출입은행이 대형 RG 계약을 주로 맡아 왔지만, 2010년 이후부터는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의 신용도도 높아져 RG 업무를 함께 해 왔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좀 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아직 정식 건조 계약까지 이어지지 않은데다, 선박금융 규모가 워낙 커 만에 하나 부실로 이어질 경우 손실도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소의 선박건조 능력과 파산 리스크 등을 꼼꼼히 따질 수밖에 없다.
은행 BIS기준 자기자본비율 측면에서도 부담일 수 있다. RG보증도 여신(대출)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그만큼 BIS비율이 내려가게 된다. 한 은행이 대규모 RG보증을 떠안게 되면 BIS 비율 유지를 위해 새로 자본충당을 해야 한다.
은행권에서는 국책은행이 RG보증을 주도하되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등 시중은행도 함께하는 공동RG 형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10조원 규모의 RG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과 조선3사의 주거래은행 등이 나눠서 지원할 것이란 설명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LNG선박 수주는 은행 실적에도 분명 호재다. 하지만 개별 은행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라며 "정부에서도 관심있게 지켜보는 만큼 금융당국과 함께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은행들이 공동으로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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