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코로나19(COVID-19)로 촉발된 미국과 중국간의 갈등 고조가 홍콩 국가보안법 이슈로 이어지며 금융전쟁으로 확대될 형국이다. 미국이 중국에 달러 결제시스템 사용을 금지하는 '핵 옵션'을 시사하는 가운데 중국은 그 위험성을 저울질하며 대응책을 수립에 부심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의 홍콩 보안법 승인 이후 미국의 중국에 대한 금융제재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의 제재가 현실화되면 세계 금융이 혼돈에 빠지는 금융 쓰나미가 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을 국제결제시스템망(SWIFT)이나 미국도매결제시스템(CHIPS)에서 배제할 경우, 국제 금융은 예측이 불가능한 미지의 세계로 빠져들어간다는 것.
이같은 미국의 '핵옵션'에 대해 중국 당국은 그 위험성을 저울질 하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대책 논의에 참여한 한 중국 관리는 "중국 정부는 이런 시나리오가 발생할 가능성을 여전히 낮게 평가하고 있다"면서 "이는 냉전보다 더 치열한 행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달러 결제 국제금융망에서 퇴출하는 것은 분명 '핵옵션(극단적인 선택)'"이라면서 "이런 조치를 취한다면 중국이 다칠뿐만 아니라 미국이 더 큰 피해를 입게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외환보유고의 절반이상을 달러화로 비축해 두는 한편 지속적으로 '달러화 패권'을 약화시키는 시도를 해왔다.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발행은 SWIFT와 CHIPS를 대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SWIFT에 따르면 국제거래에서 미국 달러거래는 43%를 차지한다. 반면 위안화 거래는 1.66%에 불과하다.
미국은 중국의 개별기업이나 개별은행을 상대로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국제금융망에서 퇴출하는 제재를 가한 전례는 있다. 중국 국영석유회사인 주하이전화그룹과 쿤룬은행이 미국 지불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다.
하지만 중국 전체에 대해 이런 제재를 가한 전례는 없다.
홍콩과기대 프랜시스 루이 교수는 "미국은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 정치적으로나 재정적으로 힘 없는 국가를 괴롭힐 수 있지만 중국 경제의 큰 규모를 생각해 그런 극단적인 조치를 강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미국이 중국을 달러 결제 시스템에서 퇴출할 경우, 중국의 미국 부채 매각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 부채 중 4.4%인 1조1000억달러(약 1320조원)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행 차오위안정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결제 금융시스템에서 중국을 퇴출하려는 미국의 시도는 2차 세계대전이후부터 존재해 왔던 국제통화질서 개편을 추진하게 된다"면서 "향후 20~30년 동안 새로운 화폐시스템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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