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참가자 등 非전통 투자자들이 물량 흡수"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물량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국제 신용평가사의 등급 하락 경고가 이어졌다.
코로나19(COVID-19)발 충격에 대비해 현금을 쌓아두려는 기업이 늘어난 가운데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에서 730억달러(약 89조 1000억원) 규모의 투자등급 회사채가 발행됐다. 앞서 역대 최대였던 2013년 당시보다 21% 가량 많다. 나이키(60억달러)와 홈디포(50억달러) 등 리테일 기업들이 상당 규모를 차지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영업 중단이 장기화돼 현금난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을 부추겼다. 무엇보다 발행 물량의 상당 부분을 주식시장 참가자 등 비(非)전통 투자자들이 흡수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앤들듀 카프 투자등급 회사채 부문 책임자는 "주식, 하이일드, 부실채권과 같은 자산에 투자했던 비전통 투자자 다수가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으로 왔다"면서 "나이키의 경우 비전통 투자자들이 전체 주문의 최대 4분의 1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비전통 투자자의 수요가 늘어난 것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져 위험도가 낮은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커진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투자등급 회사채 매입을 발표하고, 이달 앞서 회사채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가격 매력도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블룸버그바클레이스 지수에 따르면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금리(가격과 반대)는 지난 27일 약 3.7%로 최근 고점인 이달 20일 4.58%보다 하락했지만 2월 말 2.43%보다는 높다. 투자등급 회사채 가격은 이달 들어(지난 27일까지) 약 8.5% 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낙폭 15%보다는 작은 편이다.
회사채 시장의 활황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경기가 침체를 앞둔 가운데 디폴트(채무불이행)이 늘어날 수 있다며 미국 회사채 신용등급에 대한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고 CNBC방송이 30일 보도했다.
무디스는 소비자 수요와 심리에 가장 민감한 업종인 항공사, 숙박, 크루즈 산업, 자동차 등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등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디스는 또 에너지 가격 급락으로 석유·가스 업종이 우려된다고 했으며, 금리 하락과 경기 악화로 은행 업종이 어려운 환경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무디스에 따르면 미국 내 비금융 회사채 시장의 규모는 작년 말 기준 6조6000억달러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날 무렵인 2009년 중반 이후 78% 늘었다.
미국 달러화 [출처=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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