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6K·Tu-95, 핵·순항미사일 동시 운용 가능한 전략폭격기
한·일 정부, 중·러 대사관에 항의… "명백한 도발 행위"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중·러 폭격기가 일본 시코쿠 남쪽까지 북동진하며 도쿄를 겨냥한 비행 능력을 과시, 동아시아 안보지형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13일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 발표를 인용해 "중국 H-6K 폭격기와 러시아 Tu-95MS(베어) 폭격기 각 2대가 지난 9일 오키나와섬과 미야코지마 사이를 통과한 뒤, 남서 방향에서 갑자기 북동쪽으로 90도 선회해 시코쿠 남쪽 해역까지 비행했다"고 전했다.

이 경로를 연장하면 도쿄,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 방향으로 직선 연결돼, 실질적인 '수도권 접근 시위'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나왔다. 중·러 폭격기가 함께 시코쿠 남쪽 태평양까지 진입한 것은 관측 사상 처음이다.
이번 임무에 투입된 중국 H-6K는 핵탄두 장착 순항미사일 운용능력을 갖춘 전략폭격기로, 사거리 1500km 이상인 CJ-20 공대지 미사일을 최대 6기 탑재할 수 있다. Tu-95MS 역시 최대 사거리 1만km 이상, Kh-101·Kh-55형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러시아의 대표적 장거리 폭격기다.
일본 방위성 관계자는 "도쿄를 폭격할 수 있다는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실제 과거 중국 폭격기들은 오키나와 남단을 지나 괌 방향으로 향하는 패턴이 많았으나, 이번처럼 일본 본토 방면으로 방향을 틀어 비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가 일본 오키나와 남쪽에서 시코쿠 인근까지 진입한 비행경로가 직선으로 연장될 경우, 도쿄 상공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일본 본토 타격'을 염두에 둔 시위성 임무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불과 열흘 전 중·러 군용기들이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을 무단 진입한 데 이어, 양국이 연합 항공작전을 동아시아 전역으로 확장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한·일 정부가 잇따라 항의에 나섰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앞서 지난 11월 말 중·러 군용기 8대가 KADIZ를 침범한 데 대해 "식별 구역 내 진입 시 사전 통보가 없었다"며 공군 전투기를 긴급 출격시켰다. 외교부는 주한 중국·러시아 대사관 국방무관을 초치해 "영공 근접 도발 행위라며" 엄중 항의했다. 일본 정부 역시 지난 9일 비행 직후 러시아·중국 대사관을 통해 유사한 항의 의사를 전달하고, 방위성 내 경계태세를 상향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비행을 "미·일·한 3국 미사일 방어망을 상대로 한 전략 시위"로 해석한다. 중·러 양국은 2019년 이후 연 1~2회 연합 폭격기 비행을 실시해왔으며, 비행 범위는 서해에서 동중국해, 이번에는 태평양 방면으로까지 확장됐다.
군 관계자는 "H-6K의 핵 운용능력, Tu-95의 장거리비행 특성을 동시에 보여준 것은 '핵전략 연계 실험' 성격이 강하다"며 "도쿄뿐 아니라 오키나와·괌·요코스카 등 미군기지를 겨냥한 일련의 전략 경로 시험일 것"이라고 했다.
goms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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