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향해 "나약·무능" 비판, 러시아에 "혐상서 우위" 평가
젤렌스키 "법적 구속력 있는 미국의 안보 보장 선행돼야"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향해 "전쟁에서 패배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미국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평화안의 조속한 수용을 압박하고 나섰다. 유럽 지도자들을 향한 거친 비판과 함께 러시아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인식까지 드러내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 "현실을 직시하고 양보를 시작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 국가들이 "나약하고 무능하다"고 비난하며, 러시아가 평화 협상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서두르고 있는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확실한 안보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영토나 주권과 관련된 핵심 사안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8일 "우크라이나가 얻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안보 보장은 미국으로부터 나와야 하며, 이는 단순한 정치적 약속이 아니라 미 의회를 통과한 법적 구속력 있는 약속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9일에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우크라이나와 유럽 측 국가안보보좌관들이 새로운 제안 초안을 마련했으며, 이를 미국 측에 제시할 준비가 됐다고 밝히면서 "미국과 함께 잠재적 조치들을 가능한 한 신속히 실행에 옮기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당국 간 협상은 여전히 세 가지 핵심 쟁점에서 교착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평화 협정의 일환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어느 범위의 영토를 양보할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그리고 서유럽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에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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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2월 8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농민들을 위한 지원책를 발표한 날 열린 원탁 토론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유럽을 동시에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지도자들을 "약하고 무능하다"고 비판하면서 러시아의 군사·협상력 우위를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선거 실시를 촉구하며, 전쟁이 민주주의 절차를 미루는 명분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한 발언을 보도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속도전에 나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확실한 안보 보장을 최우선 조건으로 내세우며 버티고 있어 협상의 장기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