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1·9호 피해 구제는 예외 검토해야" 반대 의견도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국가배상책임 성립요건으로 규정한 국가배상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6일 임모 씨 등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등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대 3 의견으로 합헌 결졍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국회의원과 국회의장 등 간의 권한쟁의' 심판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2020.02.14 alwaysame@newspim.com |
임 씨 등은 지난 1979년 '긴급조치' 위반으로 구속기소 됐다 긴급조치 해제로 면소 판결을 받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재심을 통해 무죄를 확정 받았다. 이에 국가를 상대로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9호 발령과 이에 따른 수사와 재판, 그 과정에서 불법체포·구금 등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긴급조치9호 위헌·무효가 선언되기 이전 해당 법령을 집행한 공무원의 수사·재판 행위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이유다.
이들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가운데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라는 부분에 대해 "법원이 공무원의 '법령 위반에 대한 인식'이라는 행위자의 주관적 성립요건을 내세워 국가배상청구권을 제한할 수 있게 하므로 그러한 요건 없이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에 대해 국가배상을 하도록 규정한 헌법 제29조 제1항에 규정된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공무원이 법률을 집행할 때 그 법률이 사후에 위헌 또는 무효가 될 것인지까지 고려해 법을 집행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당시 긴급조치에 대해서는 "긴급조치 제1호와 제9호는 국민 기본권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위헌적 규범이었다"며 "그럼에도 시대적 상황으로 2010년대에 이르러서야 위헌으로 선언될 수 있었던 만큼 다른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과는 분명 차이가 있고 이에 따른 피해 보상이 필요하지 않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보상 필요성 때문에 국가배상책임 성립요건으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 요건에 예외가 인정돼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국개의 행위로 인한 모든 손해가 국가배상법에 따라 구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국가 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이 조항으로 구제를 받으면 되고 그렇지 않더라도 피해에 대한 구제가 필요하면 다른 방법으로 구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같은 의견에 대해 김기영·문형배·이민선 헌법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 3명은 "위헌적인 긴급조치 발령과 이에 따른 법 적용·집행을 통한 국가의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불법행위는 다른 일반적 국가의 불법행위에 비해 그 위법성 정도나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이러한 행위를 일반적 국가배상책임 사유로 상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국가배상청구권을 형성하는 심판대상조항이 원칙적으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더라도 이 중 긴급조치 제 1·9호 발령을 통한 국가의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불법행위에 관한 위헌 여부는 별개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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