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복병에 롯데온 출격 한달가량 연기...이커머스에 대반격
"오프라인 DNA 버려야" VS "옴니채널 시너지는 기대"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야심작으로 꼽히는 '롯데온'이 출격을 앞두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코로나19 복병을 만나면서 내달로 출시 일정이 연기되면서다.
롯데는 '롯데온'으로 이커머스 시장을 향한 대반격에 나설 태세다. 업계도 유통공룡인 롯데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유통 사업의 무게 중심을 옮기는 만큼 시장 판도 변화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오프라인 DNA'를 버리지 않으면 생존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다소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했다.
◆롯데온 출격 한달가량 연기...이커머스에 대반격
1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7개 계열사 통합 온라인 쇼핑몰인 '롯데온'(On) 출시를 다음달 말로 미뤘다. 당초 이달 29일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개점 특수'를 누릴 수 없다는 판단 아래 한 달가량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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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 |
처음 선보이는 롯데온을 소비자에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대규모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에 따른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할 때 진행하더라도 효과를 거두기 어렵고 감염 우려가 큰 콜센터 운영도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롯데온은 신 회장이 진두지휘해 온 디지털 전환의 역점사업으로 꼽힌다. 그동안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롯데백화점·마트·홈쇼핑·롯데닷컴·하이마트·슈퍼·롭스 등 7개 계열사 온라인 쇼핑몰을 한 데 모은 통합 애플리케이션(앱)이다.
한 번의 로그인으로 7개 계열사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검색해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온·오프라인을 연결해 온라인에서 사고 가까운 롯데 매장에서 받을 수 잇는 '옴니채널'을 구현한다는 복안이다.
롯데가 보유한 고객 3900만명의 구매 행태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온·오프라인 양쪽에서 취합된 고객 구매패턴 데이터를 활용한 것은 롯데온이 처음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전국에 1만3000개에 달하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용했던 구매행태 데이터가 지금처럼 정교하게 취합된 적이 없다"며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할 때마다 데이터가 축적이 돼 좀 더 똑똑한 형태로 고객 개개인을 위한 상품 제안이나 혜택에 대한 안내가 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롯데온의 가장 큰 경쟁력은 오픈마켓 전환이다. 상품력을 강화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다만 허위 광고 등 오픈마켓의 부작용을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관리형 오픈마켓'도 도입한다. 소비자 신뢰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개인이나 법인 사업자가 롯데가 제시한 일정의 요건을 통과해야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는 식이다. 다만 짝퉁 등 허위광고가 많은 일부 카테고리로 제한했다. 모든 상품을 미리 검수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롯데는 롯데온 실현을 위해 올해까지 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앞으로 2023년까지 온라인 취급액을 현재 3배인 20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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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출시 예정인 롯데온 앱 화면 캡처 2020.03.18 nrd8120@newspim.com |
◆돌풍 아닌 '미풍' 예상..."오프라인 DNA 버려야" VS "옴니채널 시너지는 기대"
이커머스 업계는 '롯데온' 출시를 놓고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전혀 새로울 게 없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이미 신세계가 2년 전 SSG닷컴을 통해 계열사 쇼핑몰을 한 곳으로 모은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차별화다. 하지만 롯데가 내세운 개인 맞춤형 서비스와 관리형 오픈마켓은 이미 여러 업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서비스로, 경쟁력이 없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맞춤형 서비스와 관리형 오픈마켓으로는 업계 판도를 뒤흔들 수는 없다"며 "이커머스에서 이미 하고 있고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롯데온은 기존 쇼핑몰을 통합해 편의성을 높인 것에 불과하다. 또한 온라인은 배송 경쟁력이 곧 차별화인데, 이에 대한 준비는 하지 않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번 출시 시기를 늦춘 것을 놓고도 온라인 DNA에서는 나올 수 없는 결정이라는 견해가 우세했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온라인 주문이 늘고 있는 시점에서 개점 특수를 누리지 못한다는 게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실제 쿠팡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지난달 19~20일 하루 사이 주문량이 4배 주문량이 늘었고, SSG닷컴도 최근 주문마감률이 99.8%까지 치솟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며 "이커머스 사고방식이라면 지금 무료 배송 쿠폰 등 프로모션에 힘을 쏟는 게 일반적이다. 출시를 연기한다고 했을 때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롯데의 오프라인 DNA를 버리지 않으면 생존조차 장담할 수 없다"고 부정적 견해를 내놨다.
다만 오프라인 점포를 거점으로 갖고 있는 롯데의 인프라를 잘 활용한다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나왔다.
오픈마켓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온·오프라인 연결을 통해 옴니채널을 구축하는 것은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며 "개인 맞춤형서비스도 온라인 경험을 안한 오프라인 고객을 온라인으로 끌어들이기에는 유용하다. 오프라인 점포를 거점으로 한 롯데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nrd812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