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발생지인 중국 우한(武漢)시가 사실상 봉쇄된지 일주일이 넘었다.
각국에서 전세기를 동원해 우한 내 자국민의 귀국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봉쇄된 도시에 남은 사람들은 불안과 함께 싸우고 있다고 31일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중국 정부는 우한시를 위해 전국가적인 물자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중국 우한시내의 한 소형 마트가 1월 29일 늦은 밤 어둠속에서 조명을 밝히고 있다. 30일 현지 교민에 따르면 우한폐렴으로 최근 우한에서는 작은 상점과 과일가게 정도만 문을 열 뿐이다. 2020.01.30 chk@newspim.com |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우한시에서 일본요리점을 운영하는 히라마쓰 소(平松荘·60)씨는 일본 정부가 보낸 전세기를 타지 않고 우한에 남기로 결정했다.
우한시는 23일 이후 시 외와 이어지는 교통망이 끊긴 것 뿐만 아니라 시내에서 운행되는 버스나 지하철도 중단됐다. 많은 오락시설이나 레스토랑도 폐쇄되고 있다.
히라마쓰시는 가게 운영을 재개하는 날을 기다리겠다는 생각으로 우한에 남기로 결정했지만, 기회를 포기했기 때문에 당분간 귀국은 어렵다. 그는 "너무 불안하다"고 속마음을 밝혔다.
우한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는 29일 시점 우한시 내에서 129명 이상으로 중국 전체 사망자의 약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감염자도 2261명에 달한다.
대부분의 우한시민은 감염을 두려워하며 집 안에서만 머무르고 있다. 한 40대 여성은 '봉쇄' 직전에 사재기해뒀던 야채와 냉동만두가 바닥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28일 오전 일주일만에 들른 슈퍼 입구에선 체온 검사가 진행됐지만 여성은 "매대에 진열된 상품들이 평소와 다르지 않아 충분히 구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봉쇄 상태에서도 슈퍼마켓이 운영될 수 있는 건 중국 정부의 지시와 방대한 물자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봉쇄 후 우한시에서 야채가 바닥나자 중국 정부는 27일 산둥(山東)성에 "매일 600톤의 야채를 우한에 보내라"고 명령했다. 이후 랴오닝(遼寧)성 배추, 내몽골 자치구의 감자 등 각지에서 식료품이 열차로 전달되고 있다.
하지만 마스크와 약은 여전히 부족하다. 29일 후베이(湖北)성엔 철도 수송만으로도 194만개의 마스크와 111톤의 약이 전달됐지만 여전히 주민들은 개점 전 약국 앞에 길게 줄을 서야만 마스크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의료체계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군 의료부대 450명을 포함해 각지에서 4500명의 의료관계자를 우한에 보냈지만 SNS 상에는 "병원은 장사진이다"라는 등의 글이 계속해 올라오고 있다. 언론에도 "아내가 몇번 병원에 갔지만 침상 부족으로 입원할 수 없어 복도에서 수액을 맞았다"는 등의 증언이 전해졌다.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우한대학교 중난병원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폐렴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2020.01.29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사태가 수습되지 않는다면 봉쇄는 해제할 수 없다. 중국 정부는 지난 30일 "4만5000톤의 생활물자를 보낼 준비가 끝났다"고 밝히며 야채 등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증산하라"고 전국 각지에 지시했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중국 전국의 상황이 악화된다면 이런 지원이 계속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만일 물자가 계속해서 충분히 지원된다고 해도 장기적인 폐쇄상태가 주민들에게 미치는 정신적 부담은 상당하다. 우한시에 거주하는 한 회사원 여성은 "시내 병원의 심각한 상황을 인터넷으로 보면서 우울해졌다"고 말했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우한시 정부는 24일부터 심리상담 전화를 시작했다. 이 전화엔 개설 2일만에 1000건 이상의 상담이 들어왔다. 감염 우려나 불안 때문에 전화하는 사람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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