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장에 "관련 제도 정비하라" 의견표명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마약 소지 여부를 파악한다는 이유로 서면 동의 없이 알몸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인격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8일 인권위에 따르면 파키스탄 출신 귀화 한국인 A씨는 지난해 친구들과 함께 두바이로 여행을 갔다가 김포공항으로 귀국했다. A씨 일행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공항세관은 "마약을 소지했다는 신고가 들어왔으니 검사에 응해달라"고 요구했다.
서울 중구 삼일대로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전경.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
A씨 일행은 별도의 공간에서 마약탐지견 탐지, 이온스캐너 반응 확인, 휴대품 검사 등을 받았다. 특히 공항세관은 마약 소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이들에게 옷을 벗고 알몸으로 검사를 받도록 했다. A씨 일행은 항문 등 신체 은밀한 부위까지 검사를 받았으나 마약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A씨는 "알몸조사는 인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행위이고 조사 이후 지인들에게 이 사실이 알려져 수치심을 느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세관 측은 "외부수사기관으로부터 첩보를 받았고 신변검색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A씨 등에게 구두로 동의를 구하고 알몸검사를 진행했다"며 "알몸검사의 경우 통상적으로는 동의서를 작성하나 이는 규정에 있는 사항이 아니므로 문제가 있지는 않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서면 동의 없이 알몸검사를 하는 것은 조사대상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현행 관세법에는 세관 신변검사에 알몸검사를 포함하지 않는 등 명확한 규정이 없다고 봤다.
인권위는 관세청장에게 관세법 및 관세법 시행령에 마약조사관이 조사대상자에게 탈의 등을 요구할 수 있는 명시적인 근거와 그 사유, 조사 방법을 규정하고 관련 매뉴얼에 업무 절차를 세밀하게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신변 검사를 실시하기 전 조사대상자에게 근거 규정 조사를 받는 이유 조사 거부 시 받게 될 불이익 구체적인 조사 방법 등을 고지하고 서면 동의를 받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다만 인권위는 당시 공항세관이 알몸검사를 시행했어야 할 충분한 개연성은 있었다고 판단해 A씨의 진정은 기각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알몸검사는 조사대상자에게 극도의 수치심을 주는 조사 방식으로 최소한 서면 동의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또 신변검사의 남용을 막기 위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고 그 방식도 인권친화적으로 규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