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기대감 선반영·자사주 매입에 차익 실현 욕구 커져
SK바이오팜 상장 이후 수급 전환 여부 확인 필요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SK바이오팜의 국내 최초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 승인 쾌거에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탄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정작 모회사인 SK만이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SK바이오팜 기대감과 자사주 매입 이슈 등으로 그간 주가가 많이 상승한 터라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진 때문이란 게 증권가 분석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는 이날 오후 2시 40분 현재 전날보다 1000원(0.38%) 하락한 25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 22일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XCOPRI, 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4.4% 떨어진 가격이다. 특히, FDA 판매 승인 소식이 전해진 22일 SK 주가는 4.80% 급락했다.
자회사의 대형 호재에도 불구 SK의 이 같은 주가 움직임은 다소 의아한 데가 있다. 더욱이 모회사 SK에 비해 관련성이 적다고 할 수 있는 SK바이오랜드나 나노엔텍, 유바이오로직스 등이 SK바이오팜의 FDA 판매 승인 소식 이후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궁금증은 더욱 커진다.
SK바이오랜드는 지난 22일 이후 지난 27일까지 4거래일 동안 58.8% 뛰었고, SK우는 41.0% 올랐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이 최대주주인 진단의료기기 전문업체 나노엔텍도 34.9% 급등했고, SK바이오팜으로의 매각 기대감이 인 유바이오로직스는 5.5% 상승했다. 사돈의 팔촌들까지 흥에 겨운 마당에 정작 주인인 SK만이 전날까지 4.1% 빠지며 잔치에서 소외되는 형국이다.
[로고=SK바이오팜] |
이와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이미 주가가 크게 오른 상태라는 데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실제 SK 주가는 지난 10월 이후 전날까지 27.5% 올랐다. SK바이오팜 FDA 승인 기대감이 반영돼 왔고, 자사주 매입 이슈도 있어서 주가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는 얘기다.
앞서 SK는 지난 10월 1일 주가 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 보통주 352만 주를 장내 매수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7181억 원 규모로, 취득기간은 10월 2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다.
심원섭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에 바닥 대비 40% 오르다 조정받고 있는데, SK바이오팜 가치가 이미 반영돼 왔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그런 모멘텀도 있고 자사주 매입이라는 수급도 있기 때문에 차익 실현 욕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SK 매도세가 심해졌다"고 분석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많이 올랐기 때문에 조정받는 듯하다"며 "11월에 FDA 판매 허가 날 것이란 게 어느정도 예상했던 거고, 주가도 저점 대비 30% 가까이 올라서 차익 매물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당분간 조정 국면에 들어가더라도 향후 전망은 나쁘지 않다. 에너지·화학, 통신에서 IT와 바이오까지 아우르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성공했고,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SK바이오팜 상장 등 이슈도 호재가 될 수 있어서다.
심 연구위원은 "시장에서 평가하는 SK바이오팜의 가치는 5조~7조 원 수준으로 장부가가 4787억 원(2019년 2분기 기준)임을 감안할 때 기업공개(IPO) 시 막대한 평가차익이 기대된다"며 "또, 내년엔 SK텔레콤 분할 후 SK와 투자부문의 합병을 통해 SK하이닉스를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격상시킬 가능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다만, "SK바이오팜 상장 이후로는 SK 주가가 빠질 수도 있다"면서 "(SK바이오팜에 투자하고자 할 때) 상장 전에는 SK를 사야 했지만, 상장 후에는 SK를 팔고 SK바이오팜을 사면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위원의 생각도 비슷하다. SK바이오팜의 IPO 과정에서 유입되는 현금은 향후 배당증액 및 자사주 매입 등의 재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이고, 이는 SK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나 IPO 이후에는 수급 전환 여부 가능성 등에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는 "IPO 이후 신약 관련 모멘텀에 따른 투자는 SK를 통한 간접투자에서 SK바이오팜에 대한 직접투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며 "새로 제시되는 주주환원의 규모가 이러한 수급상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일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