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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문희상, 와세다대 초청 강연 "문재인-아베 선언 기대"

기사입력 : 2019년11월05일 18:30

최종수정 : 2019년11월06일 09:17

"진정한 신뢰·창의적 해법으로 미래지향적 관계 복원"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G20 의회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순방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은 5일 와세다대학교 초청 방문 강연에서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인 문재인-아베 선언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이 자리에서 "한일 양국은 숙명적인 친구이자 동반자이며 파트너"임을 강조하며 현재 경색돼 있는 한일 관계를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한일 관계 회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의장은 이어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한일 양국의 과거·현재·미래 꿰뚫은 두 지도자의 놀라운 통찰력과 혜안의 결과"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과 자신은 일본에 각별하고 깊은 애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위안부 문제의 본질은 피해 할머니의 마음 속 응어리를 풀어주는 것"이라며 "반세기를 이어온 한일 양국 의회의 교류를 통해 해법을 모색할 때"임을 강조했다.

문 의장은 그러면서 "새로운 제도를 마련 입법적 노력은 의회의 책무"라며 "강제징용 피해자 등과 관련 한국 국회가 선제적으로 입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일본을 공식 방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은 5일 오후 도쿄의 와세다대학교에서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 문재인-아베 선언을 기대합니다 : 진정한 신뢰, 창의적 해법으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복원"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2019.11.06 kimsh@newspim.com

다음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와세다대 초청 강연 전문이다.

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 국회의장 문희상입니다.

존경하는 와세다 대학교 학생 여러분, 교수님과 교직원 여러분, 진심으로 반갑습니다. 많은 관심을 갖고 참석해주신 모든 청중 여러분께 반가움의 인사를 전합니다. 오늘 세계적인 명문 와세다 대학교에서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특별강연의 기회를 만들어 준 와세다 대학교 국제화해학 연구소 아사노 토요미 소장님과 고려대학교 평화와 민주주의연구소 박홍규 소장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G 20 국회의장 회의를 계기로 일본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가장 기대되었던 일정이었습니다.

와세다 대학 학생 여러분!

이곳 와세다 대학은 일본의 명문 교육기관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훌륭한 인재를 배출한 곳입니다. 오부치 게이조, 모리 요시로 총리님을 비롯해 전후 7명의 내각총리대신을 배출하였습니다.

수많은 졸업생들이 일본 사회의 각 분야에서 최고의 리더로 성장했습니다. 와세다 대학 출신인 무라카미 하루키 선생은 한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의 작가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나에게는 이곳 와세다 대학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1943년 와세다 대학에 입학해 야구팀 주장을 했던 김영조 선수가 바로 나의 장인어른입니다. 한국으로 돌아오신 뒤에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코치와 감독을 역임하셨고 야구교본도 집필할 정도로 뼛속까지 야구인이셨습니다.

오래전 젊은 나이에 작고하셨지만, 생전에는 당연히 모교의 교가를 즐겨 부르셨다고 합니다. 나의 아내가 몇몇 소절을 기억해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진취의 정신, 학문의 독립, 영원한 이상, 빛나는 우리의 발걸음"이라는 가사들에서 와세다 대학의 당당한 학풍과 기상을 느끼게 됩니다. 오래 전 장인어른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오늘 여러분과의 만남이 더욱 뜻깊고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 한일 양국, 숙명적인 친구이자 동반자이며 파트너

학생 여러분!

일본에게 한국은, 한국에게 일본은 어떤 의미입니까. 지정학적으로는 가장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입니다. 역사적으로는 1,500년 이상의 길고도 깊은 교류가 이어지는 관계입니다. 문화적으로 같은 어순을 사용하는 우랄 알타이 계통의 언어를 쓰고 있으며, 불교와 유교의 문화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한일 양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보편적 가치를 선도해왔습니다. 특히 안보에 있어서도 한미동맹, 미일동맹, 한미일 공조의 한축으로서 긴밀히 협조해 왔습니다. 한일 양국은 상호간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중요한 파트너이자 동반자입니다.

이러한 역사적, 문화적, 정치적 배경 속에서 양국 국민의 상호 교류는 그 얼마나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한해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 국민이 8백만 명이고,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 국민도 3백만 명에 달합니다. 양국 국민의 인적 교류는 타국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인간관계의 연장이 곧 국제관계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일본 양국은 서로 이사 갈 수 없는, 가장 가깝고 오랜 이웃이자 친구인 동시에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숙명입니다.

□ 한일관계, 이대로 방치하는 건 무책임한 일

와세다 대학 학생 여러분!

안타깝게도 최근 한일관계에 커다란 시련이 닥쳐왔습니다. 이번 일본 방문을 앞두고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없었습니다.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간혹 어려운 시기를 거치면서도 양국간 교류와 협력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발전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양국관계는 출구를 찾지 못하는 미로에 갇힌 것 같습니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고 했습니다. 외교관계에 있어서 신뢰는 관계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신뢰의 위기입니다.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아사히 신문도 '한일관계를 이대로 방치하는 건 미래에 대한 무책임'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크게 공감하며 한국의 정치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도 느낍니다.

나는 지금의 상황을 바라보며 두 가지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하나는 1963년 멀리 유럽의 독일과 프랑스입니다. 또 하나는 바로 20여 년 전 두 손을 맞잡은 한일 양국의 두 지도자입니다.

□ 독일·프랑스 화해, 지도자의 미래지향적 리더십이 큰 작용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의 전쟁을 겪으며 수 백 년간 앙숙관계에 있던 독일과 프랑스는 1963년 1월 엘리제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조약에는 상호간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협력의 새 시대를 연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외교와 국방, 교육과 문화 등 전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며, 이를 위해 국가지도자와 고위 관료들이 정기적인 대화의 틀을 만드는데 합의했습니다.

우리가 독일과 프랑스의 사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 핵심에 독일의 과거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죄와 프랑스의 화해와 용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맺어진 양국의 화해협력은 유럽연합을 탄생시키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특히 샤를 드 골 프랑스 대통령과 콘라드 아데나워 독일 총리가 맺었던 엘리제 조약의 정신은 이후에도 미테랑 대통령과 헬무트 콜 총리로 이어지며 더욱 빛을 낼 수 있었습니다.

양국 정치지도자들의 미래지향적인 리더십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입니다. 지금 유럽연합의 리딩스테이트(leading state)로서 굳건한 입지를 가지고 있는 두 나라의 위상은 한일 양국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 김대중-오부치 선언, 한일 양국의 과거·현재·미래 꿰뚫은 두 지도자의 놀라운 통찰력과 혜안

여러분, 또 하나의 장면은 여러분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1998년 10월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과 일본의 오부치 총리가 이루어낸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선언'입니다. 한일관계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합니다. 이 선언을 구상한 김대중 대통령은 앞서 얘기한 독일과 프랑스의 화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늘 이 선언이 성사되는데 오부치 총리가 가장 큰 공로자였다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또한 오부치 총리가 일본의 역대 총리가 주저하고 꺼려하던 한국에 대한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 '통절한 반성과 사죄의 뜻'을 표시하는 용기와 결단을 보여주었고, 이는 참으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나는 두 지도자 사이에 형성된 신뢰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탄생시킨 배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심어린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낸 선언이기에 후속조치도 신속했습니다.

인적 물적 교류협력 촉진은 물론이며, 국방 관계자들의 교류와 정보 교환을 통한 안보 협력 강화, 대북정책에 관한 긴밀한 정책 공조, 경제 협력 강화, 일본 대중문화의 한국 시장 진출 개방, 일본 입국비자 간소화, 과거사 공동 연구와 같은 공식 또는 비공식적 교류의 확대 등이 총망라되었습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 이후 한일관계의 패러다임은 근본적인 전환점을 맞이하였으며,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확신합니다.

여러분,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선언'을 꿰뚫고 있는 정신입니다. '과거를 직시하면서 미래를 지향하자', 과거를 직시한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고, 미래를 지향하는 것은 인식된 사실에서 교훈을 찾고 보다 나은 미래를 함께 열어가자는 것입니다.

한일 양국의 과거, 현재, 미래를 꿰뚫은 두 지도자의 놀라운 통찰력과 혜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재를 사는 우리가 과거에 발목을 잡혀 미래로 못 나가면 어리석은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미래를 핑계로 과거를 덮으려 한다면 더욱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대중 대통령과 문희상, 일본에 각별하고 깊은 애정 있어

존경하는 여러분!

한일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김대중 대통령에게 일본은 특별한 나라였습니다. 46년 전, 이곳 도쿄에서 납치되어 죽음의 고비를 넘겼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6년의 감옥 생활과 10년 이상의 가택연금, 다섯 차례의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독재정권의 온갖 탄압과 모진 고문을 참아내며 기어이 대한민국에 민주주의의 꽃을 피웠습니다. 전 세계가 그 공로를 인정해 노벨평화상을 수여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늘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자 긴 세월 동안 애써 준 일본의 국민과 언론, 정부의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일본이 한국의 민주주의 쟁취와 IMF 시기 경제위기를 벗어나는데 큰 지원을 해준데 대해 항상 감사해하셨습니다.

여러분, 나는 대한민국 국회의장을 맡고 있는 지금까지 40여 년의 정치인생을 걸어왔습니다. 그 정치인생에 있어서 김대중 대통령은 내가 갖고 있는 정치신념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나의 정치적 스승이자 아버지셨습니다. 나 역시 일본과 일본 국민에 대해 각별하고 깊은 애정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나는 청년시절부터 JC 활동을 통해 일본의 동년배들과 깊은 교류가 있었습니다. 정치를 시작한 후에도 그 누구보다 일본에 우호적으로 활동했던 지일파로 활동했습니다. 양국 의원들의 최대 조직인 한일의원연맹의 한국측 회장도 다년간 역임하며 일본측 의원들과 다양하고 깊은 교류를 했습니다. 그만큼 일본에 대한 이해도도 충분하다고 자부합니다.

지난 2월 본의 아니게 어느 외신의 보도로 일본 분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미 일본의 정치인들과 의회지도부에 미안하다는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일본 언론에도 보도 되었습니다. 오늘 일본의 미래인 대학생 여러분 앞에서도, 다시 한 번 나의 발언으로 인해 일본 분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면 미안하다는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 한일 총리 회담, 얽힌 실타래의 한쪽 실 끝 찾은 것

존경하는 여러분!

지난 10월 24일 일본의 아베 총리와 한국의 이낙연 국무총리가 만났습니다. 이낙연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아베 총리에게 전했습니다. 레이와시대의 개막을 축하하고 양국관계의 발전을 희망하며, 태풍피해를 당한 일본국민을 위로하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태풍피해와 관련해서는 나 역시 참의원, 중의원 두 분 의장님께 위로 서신을 보낸 바 있습니다.

이번 총리회담에서 양국 총리 모두 한일 양국은 중요한 이웃국가이며 한일관계의 이런 어려운 상태를 계속 방치할 수 없음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북핵문제와 관련해 한일과 한미일 공조가 중요함을 공유했습니다. 특히 당국뿐만 아니라 청소년과 민간교류를 통한 의사소통을 계속해 나가자는데 인식을 같이했습니다. 매우 의미있는 회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바로 어제 태국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남을 가졌습니다. 한일 현안에 대해 대화를 통해 해결하자고 양국 정상간에 공감대를 이룬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일관계를 풀어갈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나는 도저히 풀릴 것 같지 않던 얽힌 실타래의 한쪽 실 끝을 찾았다는 표현으로 기대를 표하고자 합니다.

□ 한국 정부와 의회, 국가 간 약속 어기지 않았고 존중

지금의 한일갈등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양국간 입장 차이에서 촉발되었습니다. 이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한국의 GSOMIA 종료 선언 등의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이어졌습니다.

일본은 우리 정부가 국가간 약속 지키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부인하거나 파기를 선언한 바가 있지 않고, 이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다만, 한국 대법원은 불법적 식민지배에 의한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배상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즉 정부간 약속과는 별개로 개인의 청구권까지 포기시킬 수는 없다는 해석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대법원의 판결을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존중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 정부도 그동안 '샌프란시스코협정'에 대해 외교보호권을 포기하는 것이지 개인 청구권의 포기가 아니라는 점을 밝혀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본질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 마음속 응어리 풀어주는 것

위안부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정부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파기를 선언한 적도 없고 재협상을 요구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피해 당사자들이 전혀 동의하지 않는 합의는 시작부터 현실적이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의 본질은 피해 당사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것입니다.

특히 돌아가실 때까지 남아있을 마음속 응어리와 한을 풀어드리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올해 초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 故김복동 할머니는 돌아가시는 순간까지도 "돈이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100억이 아니라 1000억을 줘도 역사를 바꿀 수가 없다"고 절규하셨습니다. 그분이 원했던 것은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였습니다.

여러분,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고노 요헤이 전 중의원 의장께서는 "한일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과 인간의 이해이며, 일본인과 한국인이 서로에 대해 진심으로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하며,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고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를 강조한 말입니다.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징용 피해자의 문제는 일본과 한국이 공유하며 추구해온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의 문제입니다. 양국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피해자들의 응어리를 풀어주기를 기대합니다.

□ 반세기 이어온 양국 의회교류 통해 해법 모색할 때

존경하는 여러분!

앞서 말씀드린 현안에 대한 한일 양국 정부의 입장은 서로 견고합니다. 때문에 타협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상황을 이대로 계속 방치한다면 양국 국민에게 큰 상처와 피해를 주게 될 것입니다. 지금의 한일 갈등이 이전의 어려움과는 다르게 가장 위태롭게 보이는 이유가 있습니다.

양국 정부 간 관계에 그치지 않고 국민대중의 감정에까지 파고드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 심각성이 위험수준입니다. 신속하게 해법을 마련해야 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합니다.

바로 이 시점에서 한국과 일본 양국 의회와 정치인들이 창의적인 역할을 도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회의 역할은 양국 정부 간 할 수 있는 일은 적극 지원하고, 정부 간 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그에 대한 창의적인 해법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후 한일의회의 교류는 1972년 시작된 한일국회의원 간담회를 시작으로 반세기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일 갈등을 해결하는 비공식 외교라인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나 역시 한일관계의 해법을 양국 의회가 모색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공식· 비공식 일정을 통해 일본의 정치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한일 갈등을 조속히 타결해야 한다는데 모두가 뜻을 같이 하고 있었습니다.

□ '새로운 제도' 마련 입법적 노력은 의회의 책무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하여 일본 정부는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고 하고, 일본 기업은 위자료 지급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전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실질적인 손해배상을 받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국의 대법원 판결에 따른 강제 집행 시한도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대통령이나 국회는 현행법상 사법부의 판결에 따른 강제집행을 중단하거나 연기시킬 권한이 없습니다. 그동안 양국 정부 간에 오간 제안들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일 관계는 나란히 달리는 열차의 형국입니다.

이제 한일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는 입법적 노력은 의회지도자들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한국의 입법적 해법을 내놓으려고 합니다.

한국 국회에는 이미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는 법안들이 여러 건 제출되어 있기도 합니다. 나는 이러한 법안들을 분석하고 종합하여 단일안으로 제안하려고 합니다.

□ 강제징용 피해자 등과 관련 한국 국회가 선제적 입법하겠다

제안하는 법안은 한국 국민의 피해와 아픔을 한국이 선제적으로 품어야 한다는 대전제에서 출발하겠습니다. 과거에 우리 국민이 겪었던 고통을 국가가 나서 치유하며 나가야 할 때가 되었고, 대한민국의 국력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침 올해는 상해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법안이 구체적으로 담아야 할 내용은 첫째, 강제징용 피해자와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 한일 사이의 갈등을 근원적이고 포괄적으로 해소하는 내용이어야 합니다.

둘째,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이미 집행력이 생긴 피해자들과 향후 예상되는 동일한 내용의 판결에서 승소한 피해자들에게 '위자료'가 지급된다면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이 '대위변제'된 것으로 간주되고, 배상을 받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민사소송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오랜 논란이 종결되는 근거를 담아야 하겠습니다.

셋째,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위하여 한일청구권 협정 등과 관련된 모든 피해자들의 배상문제를 일정한 시한을 정해 일괄적으로 해결하는 규정을 담아낼 필요가 있습니다. 당연히 이와 관련한 심의위원회를 두어야 하겠습니다.

재원마련에 대해서는 "기금"을 조성하되, 양국의 책임 있는 기업이 배상하자는 1+1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 하는 방향이 바람직합니다. 기금의 재원은 첫째 양국 기업의 기부금으로 하되, 책임 있는 기업뿐만 아니라 그 외 기업까지 포함하여 자발적으로 하는 기부금 형식입니다.

둘째, 양국 국민의 민간성금 형식을 더하겠습니다. 셋째, 현재 남아있는 '화해와 치유 재단'의 잔액 60억 원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기금을 운용하는 재단에 대해 한국정부가 출연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피해 당사국인 한국의 선제적 입법을 통해 한일 양국이 갈등현안에 대해 포괄적으로 협의하고 양보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고, 화해협력의 물꼬를 틀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당장 이러한 법안 제안에 대해 양국 정부는 입장을 내놓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결국, 국민의 대의기관인 양국의회가 긴밀하게 협의하며 세심하게 논의하고 추진해야 할 사안입니다. 일본 측의 적극적인 화답과 동참도 기대합니다.

물론 양국 국민의 눈높이에 못 미쳐 모두에게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제안하고 말해야 합니다. 이 또한 나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양국 국민의 전향적인 이해와 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도쿄올림픽 성공기원, 한중일 2년 단위 개최 의미 커

존경하는 여러분!

북핵문제와 관련한 동북아의 국제정세가 녹록치 않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2년 동안 남북 간에 네 차례의 정상회담이 있었습니다. 북미 간에는 두 차례, 북중 간에는 다섯 차례, 북러 간에는 한차례 등 동북아 역내 국가들 간의 정상회의가 빈번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최근 이러한 탑다운 방식의 외교가 일상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가장 유사입장국(like-minded country)인 한국과 일본이 정상급 회담을 거의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일 양국은 외교안보 차원에서 상호간에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특히 동북아의 안정과 번영·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구하는데 있어서, 일본이 견지하는 비핵·평화 원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2020년 도쿄 올림픽이 1년도 남지 않았습니다. 사상 유례없이 아시아의 한·중·일이 2년 단위로 연이어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물론 세계 평화를 주도하는 계기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도 도쿄 올림픽이 반드시 성공하기를 기원하며, 한일 양국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 문재인-아베 선언을 희망

여러분, 외교는 가능성의 예술이고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구는 부산입니다. 아베 총리의 지역구는 시모노세키입니다. 현재도 두 지역을 오가는 연락선이 있는데, 이 배 위에서 이루어지는 한일정상회담을 상상해봅시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버금가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을 것입니다.

그 정상회담을 통해 첫째, 1965년 국교정상화를 매듭지었던 한일청구권 협정과 1998년 김대중-오부치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정신을 재확인하고, 둘째,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한국 배제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조치를 원상복구하며 셋째, 양국의 현안문제(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등)를 입법을 통해 근원적으로 해결한다는 대타결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봅니다.

한일 정상이 빠른 시일 안에 만나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능가하는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 '문재인-아베 선언'이 이뤄지기를 희망합니다.

□ 조화와 존중의 마음으로 공생공영의 새 시대로 나아가자

와세다 대학 학생 여러분!

지난 9월 열렸던 야구 세계청소년선수권 대회 한일전의 한 장면이 세계인에게 작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9회 말 일본 투수가 던진 볼이 한국 선수의 머리 쪽으로 날아와 헬멧에 맞았습니다. 자칫 감정이 폭발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어린 두 선수는 모자를 벗고 서로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고 답례를 했습니다.

세계야구소프트연맹은 '존중(Respect)'이라는 제목을 달아 동영상을 게재했습니다. 한일 양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또한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보여준 이상화 선수와 고다이라 선수의 우정은 양국 국민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기성세대, 특히 양국의 정치지도자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부끄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의 미래는 밝다'라는 희망적인 생각도 가져봅니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레이와 시대 개막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상서롭고 평화로운 조화'라는 뜻이 마음에 크게 와 닿습니다. 인간관계, 공동체, 국가, 국제관계 속에서 조화라는 말처럼 중요한 말이 또 있을까 합니다.

여러분, 한일 양국이 조화와 존중의 마음으로 공생공영의 새로운 시대를 향해 함께 나아가길 기대합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일본을 공식 방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은 5일 오후 도쿄의 와세다대학교에서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 문재인-아베 선언을 기대합니다 : 진정한 신뢰, 창의적 해법으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복원"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2019.11.06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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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해킹 사태 '2차 피해' 우려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SK텔레콤이 230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 유심(USIM) 정보 유출 사실을 공식 인정한 이후, 대응이 늦어 가입자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주말 첫날인 토요일에도 전국 곳곳의 SK텔레콤 대리점에는 유심 교체를 요청하거나 상담을 원하는 고객들이 몰렸다. SK텔레콤은 지난 25일 서울 을지로 T타워 본사에서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해킹 사고를 인정하며 고객들에게 사과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사이버 침해 사고로 인해 고객 여러분과 사회에 큰 불편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FDS(이상거래탐지시스템) 강화 등 불법 복제 유심 인증 차단 조치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해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출된 정보는 이동가입자식별번호(IMSI)와 단말기고유식별번호(IMEI) 등 핵심 통신 식별 정보로, 이를 악용할 경우 유심을 불법 복제해 타인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하는 '심 스와핑(SIM Swapping)'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서울 마포구 한 SK텔레콤 대리점. 입구에 유심 재고 부족에 대한 안내글이 붙어있다. [사진=양태훈 기자] 26일 서울 마포구의 한 SK텔레콤 대리점에는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유심 교체를 문의하는 고령 이용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대리점 입구에는 '현재 유심 재고가 없습니다'는 안내 문구가 부착됐고, 상담을 요청하는 고객들로 붐볐다.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직원들에게 무조건 유심 교체를 해주지 말라고 지시가 내려왔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퍼지며 불안을 증폭시켰다. 한 이용자는 "교체를 요청했지만 유심 재고가 없다며 거절당했다"고 토로했다. 명의도용을 막기 위해 SK텔레콤이 안내한 'PASS 앱 명의 제한 기능' 역시 이날 한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접속자가 급증하면서 PASS 애플리케이션 서버가 다운됐고, 일부 이용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긴급하게 명의 보호 조치조차 할 수 없다", "SK텔레콤이 사고를 주말 직전에 터뜨려 놓고 고객들은 제대로 된 보안 수단 하나 없이 무방비 상태로 방치됐다" 등 답답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26일 서울 마포구 한 SK텔레콤 대리점. 입구에 유심 재고 부족에 대한 안내글이 붙어있다. [사진=양태훈 기자] SK텔레콤은 오는 28일부터 공식적으로 유심 무상 교체를 시작할 예정이다. 유심을 자비로 교체한 가입자에게는 요금 감면 방식으로 환급 지원도 할 방침이다. 그러나 2300만명 가입자에 더해 SK텔레콤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이용자 187만명을 포함하면 최대 2500만명에 달하는 수요를 충족해야 해, 당분간 대란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유심 무료 교체를 전국 T월드 매장과 공항 로밍센터 등에서 시행할 예정"이라며 "일시에 많은 고객이 몰려 당일 교체가 어려운 경우 예약 신청을 받아 순차적으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5월 중 유심 보호 서비스의 기능을 강화해 해외 로밍 시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dconnect@newspim.com 2025-04-26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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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이낙연, 대선 출마 시사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24일 자신의 거취에 대해 "어느 것이 이 시점에 국가에 더 보탬이 될까를 판단해서 늦기 전에 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이날 뉴스핌TV와의 특별 인터뷰에서 "출마를 하건 누군가를 돕건, 아니면 그것도 하지 않건 몇 가지 선택지 중에서 잘 선택을 하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 전 총리는 "국민적 정당성을 가진 국회와 대통령이 마주 달리는 기차처럼 충돌해서 파멸이 온 것"이라며 "이것을 빨리 극복하기 위한 개헌을 주장했지만 민주당에서 개헌을 못하겠다고 하면 공수가 뒤바뀐 내전 상태가 계속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행이 뻔히 보이는데도 이대로 가자는 건 불을 보고 덤벼드는 불나방 같은 어리석은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 전 총리는 "국민의힘은 결연함이나 절박함이 보이지 않고 웰빙을 위해 사는 사교 클럽 같고 민주당은 대중의 생각과는 동떨어진 자기들만의 성에 갇혀서 희한한 짓들을 하는 사교집단 같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대한민국은 침몰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께서 혁명적인 결심을 좀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전 총리는 이재명 민주당 경선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법원의 결정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파기환송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여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의 일문일답]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안녕하십니까? 저는 뉴스핌의 이재창 정치 전문 기자입니다. 오늘은 특별 인터뷰로 준비했습니다. 이낙연 전 총리님 모시고 조기 대선 정국과 한국 정치의 병폐, 나아갈 방향 그리고 개헌 문제 등 다양한 정국 현안 문제에 대해 말씀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낙연 전 총리) 네 감사합니다. -(이 기자) 요즘 화제가 된 총리님 유튜브 영상으로 얘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이 총리님이 개헌연대 국민회의에서 한 연설이 담긴 유튜브 영상이 오늘 제가 들어오기 전에 보니까 113만을 돌파했습니다.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요. 총리님도 놀라지 않으셨어요? -(이 전 총리) 놀랐어요. 바로 첫날 50만 명을 돌파하길래 이게 무슨 일인가 했죠, 굉장히 어리둥절했습니다.제가 처음 한 얘기도 아니고 평소에 계속 해 왔던 얘기인데 그것이 좀 정리돼서 알려지게 되니까 많은 관심을 받게 된 것 같아요. 우리 국민들이 어떤 걱정, 어떤 목마름이 있길래 저같이 보잘것없는 연설에 이렇게 많이 관심을 보여주셨는지 감사하고 또 책임도 많이 느낍니다. -(이 기자) 그날 연설에서 정치 개혁과 사회 통합 그리고 위기 극복 방안 등 상식적인 말씀을 하신 거였는데 그 연설에 왜 그렇게 대중이 좀 열광했다고 보시는지 궁금하네요. -(이 전 총리) 상식에 목말라 계셨던 것 아닌가 싶어요. 대중들이 다들 느끼고 계시거든요. 그런데 현실 정치에서는 자기 쪽은 잘한다고 하고 상대방만 욕하고 있잖아요. 국민들은 양쪽 다 큰일 났다고 생각하는데 정치에서는 그렇지 않거든요. 뭐랄까요? 갭이랄까 괴리가 있어 제가 말씀드린 것이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끄는 데 기여한 것 같아요. -(이 기자) 위기 극복과 정치 개혁, 사회 통합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라면 힘을 합하겠다, 협력할 수 있다 고 개헌 연대나 제3지대 연대를 시사했는데 어떤 특별한 구상을 가지고 계신지요? -(이 전 총리) 그날 얘기를 했었지요. 위기 극복, 정치 개혁, 사회통합 이 세 가지의 과제를 말씀드리면서 각 과제마다 두 가지씩의 구체적인 과제 를 말씀드렸어요. 위기 극복에서는 첫째는 대미 관세 협상을 포함한 주변 4강국과의 관계 안정화 그리고 또 하나가 사법부의 신뢰 회복, 두 번째 정치 개혁은 개헌과 양당의 현재 행태에 대한 비판 그걸 고쳐야 한다. 세 번째 사회통합에서는 통합형 지도자가 필요하고 통합형 정치가 필요하다, 두 가지씩 주었는데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얘기가 진행되길 바랍니다. 그냥 누구니까 도와달라 누구 미우니까 도와달라, 그런 식의 이합집산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 기자) 이재명 민주당 경선 후보도 강하게 비판하셨죠. "방탄 외에 3년간 한 일이 뭐냐"고 강하게 비판하셨는데요. -(이 전 총리) 방탄 말고 딴 것도 했겠죠. 그런데 방탄을 위해서 워낙 기상천외한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을 하다 보니까 그것만이 국민들 기억에 남게 되는 거잖아요. 한 세 가지를 말씀드리면 하나는 입법 폭주가 있어요. 허위사실 공표죄가 문제가 되니까 그건 뭐 선거법에서 빼버리자라든가 또는 배임죄를 없앤다거나 제3자 뇌물죄가 어떻다든가 이런 식의 과잉 입법 그리고 예산 삭감도 액수 자체는 4조밖에 안 되지만 하필이면 대통령실 검찰 경찰 감사원의 특활비 특공비 이것만 전액 삭감했어요, 굉장히 기분 나쁘게 하는 거잖아요. 일부러 의도했던 것처럼 그렇게 비친단 말이에요. 게다가 뭐니 뭐니 해도 30번에 육박하는 탄핵 시도, 이건 완전히 정부를 마비시키는 결과까지 가져올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 것이 워낙 강렬하게 인상에 남고 또 국민들의 우려를 자아내다 보니까 다른 것이 덮인 거지요. 그래서 탄핵 말고 국민을 위해서 한 일이 뭔지 스스로 설명해 봐라 하는 질문을 했었죠. -(이 기자) 대법원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 전원합의체에 회부하자마자 회의를 계속 연이어서 열고 있어요. 일각에서는 재판에 속도를 내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있는데요. 대법원 확정 판결이 선거전에 나올까요? 그리고 그게 대선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전 총리) 제가 선거법 재판 2심에서 무죄가 나온 뒤에 대법원이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게 좋겠다 그렇게 글을 쓴 적이 있어요. SNS에 발표했는데 그대로 됐습니다. 그래서 일부 네티즌들은 제 예언이 적중했다고 그러는데 점쟁이는 아니고요. 민주당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께서 왜 정치에 관여하려고 하느냐 이런 식으로 경계망을 치고 있죠. 제가 보기에는 이런 것 아닌가 싶어요.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존경이 무너졌거든요. 그것을 회복해 놓고 떠나야겠다는 대법원장님 나름의 절박한 마음이 있었지 않나 싶어요. 정치에 또는 선거에 영향을 안 주는 것도 미덕일지 모르지만 그런 자세 때문에 사법부 불신이 이렇게 생긴 것 아니에요. 특히 조희대 대법원장님 전임 대법원장 시절입니다마는 대법관 매수 의혹이 번졌는데 아무 조사도 없이 그냥 흐지부지 넘어갔단 말이에요. 이런 것들이 쌓여서 법원의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 특히 가까이서 보면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의 진퇴 파면 여부를 상당히 신속하게 절차적인 시비를 받아가면서까지 8 대 0 전원일치 파면이라고 결정해서 굉장히 국민들의 수긍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헌재에 비하면 대법원은 많이 점수를 까먹었어요. 그동안에는 정치적 사건만 놓고 보면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 파면, 법원은 이재명 대표 심판 이런 일을 맡았다. 그러면 법원 쪽은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고 질척거리는 그리고 간간히 나오는 판결이 이상하다 이런 것들을 냈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마도 대법원장님 입장에서는 떨어진 사법부의 위상을 회복해 놓고 떠나야겠다 이런 생각을 가졌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제가 법원의 일을 함부로 예측하는 건 옳은 일이 아니지만 파기환송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기자) 만약에 파기환송이 나온다면 선거에 영향을 미칠까요? -(이 전 총리) 여론에는 영향을 주겠죠. 그러나 출마 자격을 당장 빼앗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법원으로서는 그 선으로 가지 않나 싶어요. 그런데 이제 고민이 있습니다. 파기환송이면 다시 고등법원 갔다가 다시 대법원까지 올라오잖아요. 그러면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이라고 그럴 거란 말이에요. 이 무죄 추정 얘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무죄 추정 말하는 거 좀 염치없는 짓 아닌가요? 과거에는 기소만 돼도 출마를 못 한다거나 1심 유죄 판결 받으면 출마를 못 한다거나 이랬었어요. 그것이 그 당시에 무죄 추정을 몰라서 그랬겠습니까? '일반 국민들보다 더 높은 도덕성을 갖겠습니다' 이런 다짐 아니었겠어요? 그런데 그냥 재판을 마냥 미루면서 무죄 추정을 가지고 영업을 한단 말이에요. 그건 정말 염치없는 짓이라 생각해요. 원래 무죄 추정이라는 것은 힘없고 약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인데 권력자들이 무죄 추정을 가지고 그 방탄을 삼으려고 그러는 건 거듭 말씀드리지만 몰염치한 짓이다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이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실용주의를 강조했습니다. 자기는 대통령이 되면 이념에서 탈피하겠다 이런 말씀도 하셨고요. 진보 보수 가리지 않고 장관도 기용하겠다 이런 말씀도 하셨어요. -(이 전 총리) 그분의 말씀은 잘게 떼에서 보면 다 그럴싸한데 모아서 보면 앞뒤가 안 맞아요. 예를 들면 친일파도 문제 삼지 않겠다고 했는데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헌법재판관들 누구 누구 을사오적 되지 마라 또 조금 마음에 안 들면 이완용이다 이렇게 몰아가고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또 친일파 문제 삼지 않겠다 그러면 어느 쪽 말을 믿어야 되는 것이냐 그런 의문이 생기는 것이고요. 그리고 또 하나 민주당 내에 극좌 세력을 공천으로 다 정리했다 이런 비슷한 말을 했다는 건데 그건 또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어요. 오히려 그 비명횡사한 사람들이 더 합리적이고 중도적일 겁니다. 그런데 그걸 이렇게 뒤집어버리잖아요. 안타깝죠. 세금은 깎아주겠다고 하면서 돈은 많이 풀겠다고 말한다든가 이게 앞뒤가 안 맞는 얘기거든요. -(이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기소됐어요. -(이 전 총리) 안타깝지요. 저는 결백하시리라 믿지만 꽤 오래된 일이 이제 하나씩 진행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마는 현행 헌법 생긴 뒤로 8명의 대통령이 있었거든요. 8명 중에 4명이 감옥 갔고요. 2명은 아들이 감옥 갔고요. 한 분은 퇴임 후에 검찰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고 그런 불행한 일을 겪지 않은 단 한 분의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이었는데 그분마저 이렇게 되는 게 굉장히 안타깝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기자) 지난 3년간 정치가 극단적인 대결로 치달았습니다.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을 앞세워 법안과 탄핵 등을 막 밀어붙였죠. 여권은 대통령 거부권으로 맞서는 악순환이 계속됐어요. 이런 대결 정치가 결국은 대통령 비상계엄과 탄핵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로 막을 내렸습니다. -(이 전 총리) 그렇죠. 쉬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을 압박했죠. 거대 야당이 그 방법은 제가 아까 말씀드린 대로 과잉 입법 또 무리한 예산 삭감 또 줄탄핵 이런 것 등등으로 쉬지 않고 압박을 했는데 그런다고 해서 계엄으로 대처한 것은 그분의 미숙함이고 어리석음이지요. 대통령도 뭔가 망상에 사로잡힌 나머지 오판을 한 걸로 보이는데요. 하여튼 그 결과를 놓고 보면 이런 사태 불행한 사태가 왔어요. 간단히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국민적 정당성을 가진 두 권력기관이 충돌한 거지요. 국회도 국민이 투표로 뽑은 거고 대통령도 국민이 투표로 뽑은 건데 둘이서 마주 달리는 기차처럼 충돌해가지고 이런 파멸이 온 거지요. 이것을 빨리 극복하기 위해서 저는 개헌을 주장했습니다마는 민주당에서 개헌을 못하겠다 그러면 이런 상태를 계속 끌고 가자는 얘기예요.잘못하면 공수만 바뀐 내전 상태가 계속될 수도 있다 그런 얘기 아니겠어요? 그런 불행이 뻔히 보이는데도 이대로 가자는 건 불을 보고 덤벼드는 불나방 같은 어리석은 처사지요. 그래서 이 기회에 말씀드리면 그런 불행을 끊기 위해서라도 개헌과 새로운 체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 기자) 지금 대선전이 한창입니다. 민주당은 이재명 경선 후보가 거의 90% 안팎의 득표율로 사실상 후보 확정 수순으로 들어가는 거 아닌가 이런 느낌이고요. 국민의힘은 이제 4강이 결정된 상황인데 당내 일각에서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출마해야 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모두 비정상적으로 보입니다. -(이 전 총리) 양당이 모두 굉장히 병적인 거예요. 좀 과장되게 비판을 하겠습니다. 양쪽 다 사교하고 관계돼요. 국민의힘은 사교 클럽 같아요. 민주당은 사교 집단 같아요. 사교의 한문이 틀릴 겁니다. 예컨대 국민의힘은 뭐 결연함이나 절박함이 보이질 않아요. 그냥 정치 자영업자들 그때그때 생계나 웰빙을 위해서 보따리 싸가지고 왔다가 때 되면 돌아가는 그런 식이예요. 민주당은 일반 대중의 생각이나 감각과는 동떨어진 자기들만의 성에 갇혀서 희한한 짓들을 하고 있잖아요. 그런 것이 계속되면 불행은 계속될 것이고 대한민국은 침몰할 거예요. 이번에 대선을 기해서 우리 국민들께서 혁명적인 결심을 좀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떤 분들은 그걸 중도 혁명이라고 표현하던데요. 이름이 뭐든 간에 극단을 배제하고자 하는 혁명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 기자) 이번 대선에서 역할을 하실 생각이 있습니까? -(이 전 총리) 뭔가 국가에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야 그냥 놀아도 좋은 나이가 됐다고 생각합니다마는 국가의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으로서 이런 위기를 보고도 외면하고 혼자 안일함을 추구하면 그건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뭔가 국가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기자) 국가적 위기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이제 파탄 난 정치가 아닐까 싶은데요. 근본 원인은 뭐라고 보십니까? -(이 전 총리) 올해 들어서 국제적인 평가가 이렇게 나왔어요. 미국의 포브스가 세계 각국의 국력 평가를 했는데 대한민국이 6등으로 나왔거든요. 1등 미국, 2등 중국 3등 러시아 4등 독일 5등 영국 6등 대한민국 7등 프랑스 8등 일본 9등 아랍에미리트 연방 연합 10등 이스라엘 이렇게 나왔을 거예요. 그건 해방 이후 80년 동안 온 국민들이 피땀 흘려서 이룩한 아주 금자탑 같은 성취죠. 그런데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산하 기관인 EIU가 해마다 각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평가하는데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우리가 완전한 민주주의 라고 평가받았는데 이번에는 결함 있는 민주주의로 평가받았어요. 그 당시에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는 아시아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 수준을 1등으로 뽑았는데 지금은 일본이나 대만한테도 밀리는 걸로 나옵니다. 또 하나가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 산하에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가 각국의 민주주의를 평가했는데 대한민국은 독재가 진행되는 나라로 분류해 놨어요. 이걸 다 합치면 국력은 세계 6위인데 민주주의도 떨어지고 독재가 진행된다. 이 얘기는 지난 80년 동안 국민들이 피땀 흘려서 이룩한 이 성취를 정치가 허물어뜨리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죠.  작년 가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으신 3명 중에 한 분의 책에도 한국 얘기가 많이 나와요. 그분이 이랬어요.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양대 정당이다. 도무지 타협할 줄 모르고 극단으로 가는데 왜 그러냐하면 양당 모두  강경파와 온건파가 있기 마련인데 둘이 섞어놓으면 강경파가 이겨요. 양쪽 다 강경파가 이기다 보니까 강대강의 충돌만 생기잖아요. 그래서 이걸 정치인들의 각성으로 개선한다는 건 백일몽 같은 얘기일 거고요. 다당제로 가야 됩니다. 그래서 어느 쪽이든 마음대로 못하고 제3세력, 제4 세력의 동의를 얻어야만 정치가 이루어지게끔 하면 극단 대결의 정치는 끝날 수 있을 거예요. 삼김 시대, 그게 13대 국회일 겁니다. 4당 체제였는데 그때가 안건 합의 처리 비율이 가장 높았어요. 김재순 국회의장이 '이것은 황금 황금분할이다' 이렇게 표현할 정도였거든요. 안철수 씨 국민의당에 있었을 때 3당 체제, 그때도 합의 처리 비율이 높았어요. 그런데 이제 양당 체제가 되고 어느 한쪽이 지나칠 만큼 거대한 의석을 갖게 되면 힘을 주체를 못하고 힘을 써요. 그러다 보니까 날치기가 나오고 무리한 법이 나오고 그래서 정부는 또 거부권으로 대응하고 거부권이 30번이 넘었을 겁니다. 이게 말이 안 되죠. -(이 기자) 한때 안철수 의원이 주도한 국민의당이라는 게 있었잖아요. 의석 40여 석 가까이 좀 얻은 적이 있죠. 호남에서 돌풍도 일으켰고요. 안건 처리 비율도 높았다고 하는데 국민들이 왜 이렇게 양당에 집착을 했을까요? -(이 전 총리) ox 문제에 지나칠 만큼 익숙해진 거죠. 아군과 적군으로 구분하고 마구 증오하고 적대하는 그런 문화가 생기면 그 어느 쪽엔가 속해서 가는 것이 편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좀 중재하려는 사람들을 무슨 회색분자다 사쿠라다 이렇게 모멸을 해버리지 않습니까? 그러면 대한민국 정치는 영원히 타협도 없고 그냥 강대강의 대결만 생긴다는 얘기인데 그 점에서는 우리 언론이나 우리 국민들도 조금 생각을 바꾸실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기자) 요즘 정치가 3김 시대보다도 훨씬 못한 퇴보를 거듭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 전 총리) 그렇습니다. 3김 시대는 정치가 참 좋았었죠. 그때는 좋았는데 왜 지금은 나쁜가, 역시 리더십이죠. 지도자가 어떤 분이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덕을 많이 봤죠. 그쪽에서 많이 죽을 쓰니까 이쪽의 잘못이 덮여지는 그래서 적대적 공생 관계라는 말도 있었는데 그런데  덕이 아니라 부담도 생겼을 거예요. 윤석열 정권을 겪고 나서 많은 국민들은 지도자가 어떤 사람이냐는 게 굉장히 중요하구나 이걸 깨닫게 되신 것 아닌가 싶어요. 제가 최근에 그런 말을 하는데요. 어떤 친구가 저한테 해준 소리예요. 대한민국이 제대로 되려면 보수는 보수해야 되고, 진보는 진보해야 된다, 그 말을 하더라고요. 무슨 얘기냐면 보수라는 게 지키는 건데 과거에 좋았던 것도 지키지 못하고 모두 파괴해서 지금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오히려 나쁜 것만 더 득세하고 있다. 그래서 보수는 전통적으로 지켜왔던 가치 이런 걸 지켜라, 그게 보수고 진보는 그들이 먼저 진보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퇴보하고 있지 않냐, 당신들부터 진보해 봐라 그 얘기입니다. 그럴싸한 말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이 기자) 제가 언젠가 보수쪽 4선 5선 중진 의원들께 보수의 가치가 뭡니까? 답을 못해요. 보수의 가치를 모르는 분들이 보수 세력의 중심에 있으니 보수의 가치가 지켜질까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전 총리) 그렇죠. 보수는 품격 신뢰 이런 것이겠죠. 미국에서 재미있는 조사가 한 번 있었어요. 길을 걸어가는데 어떤 어려운 사람이 도움을 청한다. 그 사람을 보수가 더 잘 도울까? 진보가 더 잘 도울까, 이런 조사를 했는데 보수가 더 잘 도운다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어요. 저는 뜻밖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조사 결과에 대한 해설을 보면 진보는 이렇게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은 국가가 할 일이지 왜 내가 하냐라고 생각하고 보수는 이건 개인의 문제다. 내가 돕겠다 이렇게 한다는 거예요. 뭐든지 좋습니다. 좋았던 것은 지키고 퇴행적인 것은 시정하고 이래야 발전이 있을 텐데 그냥 눈앞의 이익에만 매몰되고 특히 선거에 뭐가 더 이익이냐 이것만 생각하다 보면 한없이 상대 측을 적대하고 증오하고 모멸하고 이런 유혹을 떨칠 수가 없을 거예요. 그거 안 되려면 뭔가 좀 온건하고 합리적인 세력들이 있어야 되는데 그걸 죽이고 있지 않습니까?네 -(이 기자) 보수의 가치는 자유고 진보의 가치가 평등이죠. 그래서 보수는 자유시장 경제, 선택적 복지, 능력에 따른 기회 평등 등을 추구하고 진보는 평등이다 보니까 경제 민주화, 보편적 복지, 평준화 교육을 추진하잖아요. 그런데 보수는 그런 자유의 가치를 좀 많이 망각한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고요. 정치가 올바로 굴러가려면 양날개가 온전해야지 나를 수 있는 건데 한쪽 날개가 망가지면 다른 쪽 날개도 망가져 파탄 나는 거지 않습니까. 지금 우리 정치가 그런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전 총리) 맞아요. 자유 말씀을 하셨는데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자유를 무지하게 여러 번 외쳤지만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니까 공허하게 끝나버린 거죠. 공연이 이념 전쟁만 불러일으키다가 끝나버린 것 아닙니까? 그래서 보수건 진보건 대단히 죄송한 얘기지만 공부 좀 해야 돼요. -(이 기자) 총리님은 요즘 술 드세요?  -(이 전 총리) 전혀 한 방울도 안 한 지가 한 9개월 정도 됐습니다. 건강상의 이유인데요. 제가 술 안 마시니까 국가 경제가 더 나빠진 것 같아요. 제가 2년 7개월 13일 국무총리 하면서 끝날 때쯤 막걸리협회 감사표를 받았잖아요. 밖에 나가서 자기 돈 내고 먹는 것은 통계로 안 잡히는데 총리 공관에서 예산으로 막걸리를 사오는 것은 통계에 다 잡히거든요. 통계에 잡힌 것만 보니까 막걸리를 2년 7개월 동안 99종류 6971병을 마셨더라고요. 행사용이지요. 그래서 그 업계에서는 굉장히 초기부터 유명해졌어요. -(이 기자) 제가 왜 이 질문을 드렸냐면, 요즘 여야 국회의원들이 밥도 같이 안 먹는답니다. 술은 고사하고 밥도 같이 안 먹으니 정치가 풀리겠습니까? 일각에서는 같은 당에 있어도 계파가 다르면 밥도 안 먹는대요. 정치가 망가진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전 총리) 그렇습니다. 제가 초선 재선할 무렵만 해도 국회 국정감사가 특히 야간에 많은데요. 그게 끝나면 밤 10시든 11시든 한잔씩 하고 헤어지거든요. 그냥 삼삼오오 이렇게 어울리는데 당과 관계없이 제일 선배가 술값 내주고요. 그리고 이 의원 오늘 좋았어 뭐 이렇게 칭찬해주면 좋잖아요. 그런 일들이 있었는데 지금 이렇게 된 거 참 안타깝지요. 제가 총리할 때 야당 지금 국민의힘이죠. 야당이나 여당이나 원내대표의 임기가 1년이라서 원내대표가 바뀌면 그 원내 부대표들도 바뀌어 가지고 10여 명씩의 단체가 생기잖아요. 민주당은 제가 초청하면 다 오셨는데 국민의힘은 2년 7개월 동안 원내대표가 세 분 나왔어요. 김성태 원내대표만 저의 초청에 응해주고 나머지 두 분 얘기할까요? 나경원 정우택 원내대표는 거절해 버리더라고요. -(이 기자) 그게 그렇게 힘든 걸까요? 이런 퇴행적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사실 정치 개혁이라는 게 너무 공허한 얘기가 될 것 같아요. 밥도 못 먹는데 무슨 쟁점 현안에 대해서 절충하고 타협이 되겠어요? -(이 전 총리) 지금 양당제인데요. 저는 4당 체제쯤 됐으면 좋겠어요. 보수도 온건파 정당이 생기고 진보도 합리적인 정당이 생기고 그래가지고 완충지대가 있으면 좀 나아질 것 같다 생각하고요. 총리가 저녁 먹자는데도 안 오는가 그런 것을 죄악시하는 문화가 있어요. 자기들끼리만 어디 우물에 갇힌 것처럼 자꾸 생각을 그쪽으로 몰아가고 자기들끼리 또 확인하고 그러니까 점점 더 괴상해지는 거죠. (하)편에서 계속   leejc@newspim.com 2025-04-2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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