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상대로 조사 나서면 인권위 '후폭풍' 맞을 수도
인권위, 2016년 국정원 '기획 탈북' 조사 당시 거센 비판
지난해 처음으로 검찰 상대로 직권 조사 결정..가능성 배제 못해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검찰을 상대로 조사에 나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가인권위가 조국 장관과 가족 수사 과정에서 빚어진 무차별 인권침해를 조사할 것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에 대해 인권을 침해한 검찰을 국가인권위원회가 직권 조사해달라'는 취지의 청원이 올라왔다. [캡쳐=청와대 홈페이지] |
청원인은 지난 15일 올린 게시글에서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가족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 대한 검찰의 무차별 인권침해가 있었다"며 "이에 대해 인권위가 철저하게 조사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은 게시 8일 만인 이날 6만6560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인권위가 무소불위의 검찰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을 두고 인권위가 검찰을 상대로 조사에 나설 경우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인권위는 지난 2016년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이 이들의 탈북을 주도했는지 여부를 직권조사했다. 인권위는 1년여에 걸쳐 조사를 벌였지만 "국정원의 비협조 등으로 정부가 이들을 탈북시켰다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이른바 기획 탈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인권위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정부 입장을 고려한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는 거센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다만 최근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대규모 촛불집회로 이어지는 등 검찰의 막강한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높아지는 만큼 인권위가 전격적으로 검찰 인권침해 의혹에 대한 직권조사에 나설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그 내용이 중대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인권위 조사대상에는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인권위가 검찰을 대상으로 직권조사에 나설 법적 근거는 충분한 셈이다.
특히 인권위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검찰을 대상으로 직권조사에 나선 바 있다. 인권위는 지난해 2월 검찰 내 성희롱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의 진정을 접수한 뒤 검찰에 대한 직권조사를 결정했다. 조사대상에는 대검찰청 감찰부와 운영지원과 직원 등이 포함됐다. 당시 인권위 조사를 두고 큰 관심이 쏠렸으나 법무부가 동일 사건을 자체 조사하기로 하면서 현재는 인권위 조사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인권위는 현재 검찰의 조 전 장관 가족 인권침해 의혹 조사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 조사 가능성,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필요하다면 검찰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일 수 있다"며 "다만 아직 인권위 내부적으로 논의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