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시 전자담배 판매 금지 검토... 권고안 제출
국내 유통 액상, 니코틴 제외한 식품첨가물로 구성
[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 미국 내 전자담배 흡연으로 인한 중증 폐질환 사망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지역이 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액상 전자담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러스(LA)시는 가향 전자담배를 포함한 전자담배 판매 금지를 검토 중이다. LA 시의회는 앞서 미 식품의약청(FDA)의 안전 권고안이 마련될 때까지 전자담배 판매를 금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시 당국에 제출했다.
◆ 미국, THC 함유 카드리지서 유독성 '시안화수소 검출' 보도 나와
전자담배 흡연하는 남성.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 같은 전자담배 판매 금지 초치는 미국 내 지역 중 6번째다. 미국에서는 현재까지 의문의 폐질환으로 최소 14명이 사망하고 1000여 건의 발병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이들이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이들 환자들은 대마성분으로 알려진 ‘테트라하이드로카라비놀(THC)’과 ‘비타민E 아세테이트’를 넣은 변종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마약으로 분류되는 THC는 대마초 성분 중 향정신성 효과가 가장 큰 물질로 환각 작용을 일으킨다. 미국의 경우 대마를 합법으로 인정한 일부 주에서 해당 성분을 카트리지에 넣어 전자담배로 흡입할 수 있도록 변형한 제품이 시중에 팔리고 있다. 이때 THC농도 조절을 위해 '비타민E 아세테이트'를 첨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THC가 함유된 액상 카트리지 연소 시 유독성 기체인 '시안화수소(hydrogen cyanide)'가 검출됐다는 분석 결과도 공개됐다. 미국 NBC뉴스는 미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마리화나 제품 테스트 시설에서 마리화나 복합물질인 THC를 함유한 18가지 카트리지를 분석한 결과 시안화수소가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유독성 기체로 인한 발병 여부에 주목하고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한 추가검사를 진행 중이다.
◆ 국내 액상 전자담배 "니코틴 외 식품첨가물로 문제된 성분 없어"
국내에서도 KT&G ‘릴베이퍼’, 쥴랩스코리아 ‘쥴’ 등 액상 전자담배가 판매 중이다. 하지만 국내 판매업체들은 미국 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는 성분을 함유하지 않아 미국 사례와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전자담배용 액상은 글리세린(VG)과 프로필렌글리콜(PG), 니코틴, 향료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니코틴을 제외하고 모두 식품 첨가제로 사용하는 물질이다.
쥴랩스코리아 측은 “당사 제품에는 테트라하이드로카라비놀(THC), 대마초에서 추출된 어떠한 화학 성분이나 비타민 E 화합물이 일절 포함되지 않았다”며 “미국과 한국 상황은 별개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최대한 당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KT&G 역시 ‘릴 베이퍼’의 카트리지에는 이들 성분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앞서 국정감사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과 보건복지부의 가이드라인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4일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에 대해 KT&G와 쥴랩스코리아 관계자를 보건복지위 국정감사 일반 증인으로 채택, 질의를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보건복지부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
지난달 26일 쥴랩스 미국 본사 케빈 번즈 최고경영자(CEO)가 전격 사퇴하면서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은 더욱 심화된 바 있다. 김 의원이 “미국 본사 대표가 사퇴한 것이 (유해성 논란과)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쥴랩스코리아 측은 “그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김 의원은 KT&G관계자에게 “안전성 검사를 실시했나. 문제가 없다고 확신하는가”라고 묻자 이 관계자는 “전자담배도 담배 일종으로 생각하며 (제품에 따라) 덜 유해하다고 말하기 힘들다”면서 “당국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조사 중이며 결과에 따라 방침이 정해지면 이를 성실히 따르겠다”고 답했다.
한 전자담배 업계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은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으로 국내 전자담배 제조, 판매 등 업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정부에서 국민 건강을 위한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방침을 정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액상 전자담배로 인한 폐질환 등 사고가 아직 발생하지 않았지만 보건복지부는 사용 자제를 권고한 상태다.
hj030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