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수 롯데푸드 대표이사 증인 채택
[서울=뉴스핌] 최주은 기자 =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역 민원 해결을 위해 국감장에 불려 나간다는 소문이 일파만파 확산된 가운데, 결국 증인 채택이 철회됐다. 국감장에는 신 회장 대신 조경수 롯데푸드 대표가 나가기로 했다.
4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이날 오전 신동빈 회장의 국감 증인 출석 요구가 최종 철회됐다. 앞서 신 회장은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의 요구에 따라 오는 7일 롯데푸드의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거래상 지위남용)을 이유로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바 있다.
이 의원 지역구인 충남 아산에 위치한 후로즌델리가 롯데푸드의 갑질로 큰 손해를 봤다는 게 출석 요구의 핵심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이 의원이 올해만 20여 차례의 전화 또는 면담을 요청해 합의 이행 요구를 했을 뿐만 아니라 합의금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은 협력사 대표와 친인척 관계도, 금전적인 관계도 없다고 해명했지만 지역 민원을 이유로 기업 총수를 국감 증인으로 부르겠다며 합의를 종용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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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 사회복지정책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19.06.14 alwaysame@newspim.com |
논란이 커지자 국회에서도 이 문제가 회자됐다.
지난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복지위 국감이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일 이유가 없다”며 “기업 총수를 증언대에 세우는 게 바람직한지 현실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당 지도부 역시 신 회장 출석을 반대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같은 날 이명수 의원은 “당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의원 본인의 문제일 수 있다”며 국민적 사안이 아닌 개인의 문제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증인 출석 요구 철회 가능성을 시사했고 실제 증인 채택을 철회했다.
이에 대해 재계 일각에선 분노를 표출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기업 총수를 불러내는 일을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며 “한 기업부터 계열사까지 수 백 수 천명을 아우르는 사람을 사사로운 입신양명에 이용하면 안 된다”고 토로했다.
또 실무진이나 해당 계열사 대표가 답변해야 하는 일을 그룹총수가 불려가는 일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더구나 나랏일을 하는 국회의원의 요구에 직접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힐 수 없어 이 같은 일이 근절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국감 시즌이 되면 증인 출석 명단에 여러 기업의 수장 이름이 오르 내린다”며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될 일 사안임이 분명해도 의원실 결정에 대놓고 거스르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 증인 채택 불발로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는 조경수 롯데푸드 대표가 국감장에 나서게 됐다.
한편 롯데푸드는 2004년부터 후로즌델리에서 팥빙수를 납품받다가 2010년 거래를 중단했다. 후로즌델리가 정부의 식품위생기준을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후로즌델리는 거래 중단으로 약 100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후로즌델리는 2013년 파산했다. 그러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롯데푸드를 거래상 지위남용으로 신고했고, 롯데푸드가 2014년 7억원을 합의금으로 지급하면서 공정위 사건은 종결됐다. 최근 후로즌델리는 원유(原乳) 50%와 연포장재 전량 공급권을 요구했고 롯데푸드는 실체가 없는 회사 및 전문성 결여로 제품 공급 요구를 거절했다. 그러자 후로즌델리 전 모 대표가 이 의원에게 민원을 제기함과 동시에 롯데 측에 50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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