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오는 10월 10일로 예상되는 중국과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대중국 '자본(증권)투자' 제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중국과 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내고 민주당의 탄핵 조사로 불리하게 돌아가는 여론을 희석하는 한편, 중국의 경제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다목적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나스닥이 요건을 강화해 소규모 중국 기업의 기업공개(IPO)를 제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 美 재무부, 투자제한 검토 보도에 "당장은 아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IPO 금지 △기존 중국 기업 상장 폐지 △미국 공적 연기금의 중국 주식 투자 중단 △미국 기업이 산출·관리하는 글로벌 주가지수(MSCI 등)에 편입된 중국 주식의 퇴출 등 대중국 자본투자 제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토 단계는 현재 초기로, 어떤 기준으로 제한을 둘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당일 미국 주식시장은 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가 각각 0.5%, 1.1% 하락하는 등 크게 흔들렸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의 알리바바와 JD.COM(징둥닷컴)은 각각 5.2%, 6% 급락했고 바이두는 3.7% 떨어졌다.
미국 재무부는 금융시장이 동요하자 다음 날 "현재로서 중국 기업의 미국증시 상장을 가로막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무부가 '현재로서'라는 단서를 달아 당장은 아니더라도 미국 정부가 이같은 자본시장 규제 조치를 꺼내들 것이라는 불안감을 키웠다.
◆ 행정부 매파들, 수개월 전부터 논의...의회도 같은 주장
외신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같은 '급진적인' 방침을 두고 여러 포석이 깔린 다목적 카드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우선, 내달 10일로 전망되는 중국과의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여당인 민주당의 탄핵 공세로 불리하게 돌아가는 여론의 시선을 돌리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앞서 미국 경제매체 CNBC방송은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다음달 10일부터 워싱턴DC에서 이틀간 열린다고 보도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키우치노 보루히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협박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 외신들은 미국 자본을 이용해 외연을 확대하는 중국 기업을 억제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미 행정부 내 대중국 매파들은 이같은 자본투자 제한 방안을 수개월 동안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보도가 나오기 전부터 논의 중이었던 만큼 중국의 협상 태도와 탄핵 문제의 여론 방향과 무관하게 규제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5월 미국 워싱턴에서 만난 류허(劉鶴) 중국 국무원 부총리(왼쪽부터),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행정부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 자본투자 제한 조치들은 미국 의회의 주장과 흡사해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현재 미국 의원들은 중국 기업들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이유로 들며 공적 연기금의 중국 기업 주식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는 중국 공산당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미국 증권당국의 감독 수용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현재 중국 기업의 감사 자료는 중국의 법률에 따라 공개가 제한돼 있지만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기업들은 재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기업은 상장 폐지된다.
◆ "나스닥, 규정 강화 통해 소규모 中 기업 IPO 제한"
이런 가운데 나스닥이 규정 강화 등을 통해 소규모 중국 기업의 IPO를 제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30일 기업 임원과 투자은행 관계자 등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고, 이유는 중국 기업이 IPO 때 자금을 주로 미국 투자자가 아닌 중국 쪽으로부터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상장되면 해당 기업 주식은 소수의 중국 투자자가 쥐고 있는 꼴이 돼 거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기관투자자의 관심도 떨어지게 된다. 기관투자자는 나스닥이 끌어오고 싶어하는 고객이다. 예로 중국의 온라인 제약업 네트워크인 '111'은 지난해 나스닥에서 IPO를 통해 1억달러를 조달했으나, 회사 주식은 주로 회사 임원진 측근들에게 팔렸다.
이에 나스닥은 주식의 평균 거래량 요건을 상향하는 등 IPO 규정을 강화해 지난달 시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6월에는 나스닥이 미국과 연계된 주주, 사업체, 경영진, 이사가 없는 곳을 포함해 미국과 연계성이 떨어지는 기업들의 상장을 지연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기업, 투자은행 관계자들은 중국 소규모 기업의 IPO 대기시간과 심사가 길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나스닥과 가까운 소식통은 상장 규칙의 변경은 백악관과의 논의 결과가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정부의 자본투자 제한 조치 검토 보도 직후 나온 소식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로이터는 "나스닥의 소규모 중국 기업 IPO에 대한 조치는 금융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최신 화약고를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나스닥 로고 [사진= 로이터 뉴스핌] |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