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지난 1841년 설립한 전세계 최고령 여행사 영국 토마스 쿡의 파산에 월가의 투기 세력이 잭팟을 터뜨렸다.
업체의 디폴트를 겨냥한 파생상품 베팅이 적중하면서 대규모 투자 수익을 거머쥔 것. 앞서 영국 패션 유통 업체인 뉴 룩과 프랑스 소매 대기업 랠리에 이어 기업 신용부도스왑(CDS) 거래가 연이어 쏠쏠한 수익률을 안겨주고 있다.
토마스 쿡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을 필두로 유럽 주요국의 실물경기 한파가 날로 고조되는 만큼 기업 파산 리스크를 노린 전략이 적중하는 사례가 꼬리를 물 전망이다.
23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소나 애셋 매니지먼트와 XAIA 인베스트먼트를 필두로 월가의 투기 세력이 토마스 쿡의 CDS 매입으로 2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손에 쥘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 위기에 몰렸던 영국 여행사가 파산하는 시나리오에 공격 베팅한 결과다. CDS를 포함한 파생 상품 시장은 최근 토마스 쿡의 생사 여부를 놓고 연일 격전을 벌였다.
업체가 긴급 자금을 수혈하지 못하고 끝내 파산 신청을 내자 최악의 상황에 무게를 뒀던 트레이더와 헤지펀드가 승기를 잡은 셈이다.
스프레드 리서치의 마크 피어슨 신용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토마스 쿡이 파산 절차에 돌입하면서 CDS를 대량 사들인 헤지펀드 업계가 안도하는 표정”이라고 전했다.
토마스 쿡은 온라인 여행사와 치열한 경쟁 속에 부채가 대폭 늘어난 데다 터키를 필두로 유럽 주요 관광지의 정치권 리스크 및 폭염으로 치명타를 입었다.
앞서 최대 주주인 중국 포선과 은행권으로부터 9억파운드의 구제 금융 합의를 이루면서 위기를 모면하는 듯했던 업체는 지난 주말 긴급 자금 확보가 불발된 동시에 영국 정부가 지원을 거부하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한편 16개국에서 총 호텔과 리조트, 항공사를 운영하는 업체의 파산에 따른 파장이 주요국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이날 CNBC에 따르면 영국 근로자 2만1000여명을 포함해 전세계 약 60만명의 직간접 인력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다.
파산 충격이 여행 예약 웹사이트와 신용카드 업체, 항공사와 여행사를 강타하면서 연간 1900만명에 달하는 고객들 불편도 가시화되고 있다.
당장 수 십만명의 여행자들이 항공기 결항에 발이 묶였고, 그리스를 포함해 관광 수입 의존도가 높은 지역은 울상이다.
영국 주요 공항은 모든 탑승 수속 데스크에서 토마스 쿡 브랜드를 삭제했고, 소셜 미디어에는 마지막 비행을 마친 토마스 쿡 승무원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 속속 등장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