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월가에 골드러시가 후끈 달아올랐다.
옵션 트레이더들이 금과 은의 가격 상승에 공격 베팅하고 나선 것.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골드바 [출처=블룸버그] |
여기에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리스크와 홍콩의 과격 시위 역시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9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트레이드알러트에 따르면 SPDR 골드 트러스트 상장지수펀드(ETF)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옵션은 펀드 가격의 27% 상승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또 다른 옵션은 해당 ETF의 가격이 현 수준에서 40% 급등, 200달러까지 뛰는 시나리오를 점치고 있다. 이날 SPDR 골드 트러스트 ETF는 141.3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금값 상승 베팅은 은과 연계된 옵션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이셰어 실버 트러스트 ETF가 현 수준에서 19% 뛸 때 수익이 발생하는 옵션 거래가 후끈 달아올랐고, 일부 옵션 트레이더들은 78% 랠리에 베팅하고 있다.
해당 ETF에도 투자 자금이 홍수를 이루기는 마찬가지다. 아이셰어 실버 트러스트 ETF로 밀려든 자금은 최근 한 달 사이에만 4억2500만달러에 달했고, 연초 이후 수치는 11억4000만달러로 파악됐다.
SPDR 골드 트러스트 ETF에도 최근 한 달 사이 9억달러, 연초 이후 22억6000만달러에 달하는 뭉칫돈이 홍수를 이뤘다.
연초 이후 금값과 은값은 각각 18%와 17%에 이르는 랠리를 연출했다. 투자 자산 이외에 산업용 소재로도 쓰이는 은이 금값의 상승률을 앞지를 가능성이 투자자들 사이에 제기됐다.
금속 상품의 강세 흐름에 대해 JP모간은 투자 보고서를 내고 “올들어 금과 은이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경기 침체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상태”라며 추가 상승 가능성을 제시했다.
RBC 캐피탈 마켓의 크리스토퍼 루니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소위 하드 브렉시트 리스크와 트럼프 행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조짐이 금값과 은값 상승 베팅에 불을 당겼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한 달 사이 미국의 환시 개입과 이에 따른 환율전쟁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크게 고조됐다.
이와 함께 연준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과 이에 따른 달러화 하락 전망도 금속 상품의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편 골드러시는 월가에 제한된 움직임이 아니라고 이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인도의 금 연계 ETF로 지난달 145억 루피(2000만달러)의 자금이 유비, 2012년 12월 이후 최대 규모의 ‘사자’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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