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호 변호사, 직권남용 혐의 양승태 재판서 증언
“임종헌 전 차장, 먼저 연락해 재차 요청”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지난 2015년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소송에서 전범기업 측을 대리하며 당시 사법부와 의견 교환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한상호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외교부에 의견서 제출 촉구서를 내달라고 법원행정처의 부탁을 받은 것 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한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18일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이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8.16 alwaysame@newspim.com |
그는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된 후 양 전 대법원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청탁하려고 한 적도 없고 의견서에 관한 이야기만 몇 번 했다”며 “당시 (의견서 촉구는) 법원행정처의 계속된 요청으로 소송지휘를 받아 협조한 것”이라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김앤장 측에 외교부 의견서 제출을 촉구하는 서면을 법원에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또 검찰은 임 전 차장의 이런 요구가 상급자인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변호사는 “임 전 차장이 먼저 전화했고 윗분들 허락 없이 저한테 연락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양 전 대법원장이 모든 것을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임 전 차장이 논의할 사항이라고 생각해 (당시 전합 회부를 알았을 것이라) 추측했던 것”이라고 증언했다.
이날 박 전 대법관 측 변호인은 “당시 법원행정처장이었던 피고인과 강제징용 사건에 대해 논의한 적 있나”, “법원행정처장이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할 수 있나”, “전합 회부 같은 중요사항을 누가 정했는지 알아야 한다” 등을 질문하며 한 변호사를 몰아붙였다.
이에 한 변호사는 “드릴 말씀이 없다. 제가 답변할 사항이 아닌 것 같다”며 변호인에게 “그만 물어보시라”고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 8월에도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15년경 임 전 차장으로부터 강제징용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기로 한 사실을 들었다”며 “사법행정을 총 지휘하는 양 전 대법원장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증언한 바 있다.
다만 김앤장 내부문건에 대해서는 “의뢰인과의 의사교환 내용이 담겨있어 말씀드리기 곤란하다”며 거듭 증언거부의사를 밝혔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