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을 필두로 주요국 국채시장에서 기록이 연일 속출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30년물 국채 수익률이 사상 처음으로 2% 선과 1% 선을 뚫고 내렸고, 안전자산으로 ‘사자’가 홍수를 이루면서 이른바 서브 제로 채권 물량이 16조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가 바쁘게 일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전날 3% 폭락했던 뉴욕증시가 장중 상승 반전을 이뤘지만 후반 백기를 들었고, 투자자들은 채권시장이 보내는 침체 신호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한편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공격 베팅하는 움직임이다.
중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경제 지표 악화가 뚜렷한 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를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 실패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배경으로 꼽힌다.
15일(현지시각) 미 30년물 국채 수익률이 장중 6bp(1bp=0.01%) 하락하며 1.969%에 거래됐다. 전날 아시아 거래 시각에 2% 선이 사상 처음으로 뚫린 뒤 반전을 이뤘던 수익률은 재차 1% 선으로 후퇴했다.
벤치마크 10년물 수익률 역시 장중 한 때 1498%까지 떨어지며 3년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지난달 미국 소매 판매가 0.7% 증가, 시장 예상치보다 호조를 이뤘지만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매입 열기는 꺾이지 않았다.
영국에서도 이변이 벌어졌다.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사상 처음으로 1.0% 아래로 하락한 것. 이날 수익률은 11bp 가량 급락하며 0.952%로 밀렸다.
AXA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크리스 이고 최고투자책임자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비관적인 경기 전망과 정치적 불확실성, 이에 따른 심리적 불안감이 국채 수익률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은 유럽 주요국도 마찬가지다.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6bp 하락하며 마이너스 0.712%에 거래, 사상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웠고 같은 만기의 영국 국채 수익률 역시 4bp 하락했다.
스웨덴은 이날 1억4000만유로 규모의 10년 만기 국채를 마이너스 0.295%의 수익률에 발행했다. 입찰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면서 장기물 국채를 서브 제로에 발행하는 사례를 남긴 것.
국채 수익률 하락에 제동이 걸리지 않자 장 초반 반등했던 뉴욕증시는 내림세로 돌아섰다. 장 후반 다우존스 지수가 100포인트 떨어졌고,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각각 0.4%와 0.6% 선에서 하락했다.
CNBC에 따르면 월가의 옵션 트레이더들은 뉴욕증시의 변동성 확대에 적극 베팅하고 있다. 변동성 상승을 겨냥한 옵션 거래가 50일 평균치에 비해 두 배 늘었다는 소식이다.
반면 리스크 헤지 수요가 봇물을 이룬 데 따라 바클레이즈가 집계하는 선진국 국채 지수는 올들어 7%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두 번째 높은 수치다.
우량 채권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는 이른바 서브 제로 채권 물량은 이날 장중 16조달러 선을 돌파했다.
BNP 파리바는 투자 보고서에서 “침체 리스크가 상승하고 있다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며 선진국 국채 수익률의 기록적인 하락의 배경을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경기 향방을 둘러싼 우려와 함께 주요국 중앙은행이 충분한 정책 대응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국채 수익률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