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의 레포 금리 상승에 월가가 커다란 경계감을 보이고 있다.
자금 조달 비용 상승이 금융권의 숨통을 조이는 것은 물론이고 단기 유동성이 마비되면서 지난 2008년과 같은 구조적 위기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사진 = 로이터 뉴스핌] |
레포 금리 상승은 독일이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경기 한파가 중국과 멕시코, 싱가포르, 영국 등 주요국 전반으로 확산되는 상황과 맞물려 투자자들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1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국채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할 때 이자 비용이 2.183%로 파악됐다.
이는 은행권이 연방준비제도(Fed)에 예치한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율 2.1%를 0.2%포인트 가량 웃도는 수치다.
올해 상반기 0.1%포인트 내외에서 등락했던 이자율 차이는 지난 7월 이후 두 배 가량 뛰었다. 미국 30년물 국채 수익률이 2.0%를 뚫고 내릴 움직임을 보이는 등 장기물을 중심으로 수익률 하락이 두드러지는 상황과 무관하게 레포 금리가 강한 상승 탄력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대적인 세금 인하를 포함한 경기 부양책에 따른 세수 공백을 채우기 위해 국채 발행을 대폭 늘린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레포 금리 상승은 자금 시장 전반에 후폭풍을 일으킬 수 있어 주목된다.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 추이를 지속하면 유동성 경색과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8년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당시에도 레포 금리의 가파른 상승과 자금 시장의 마비가 순차적으로 벌어졌다.
금융 업체의 단기 자금 조달 통로가 막히면서 이른바 거래 상대방 리스크가 크게 치솟았고, 이는 결국 리먼 파산과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최근 레포 금리 상승폭이 11년 전과 비교할 때 제한적이지만 이에 따른 충격이 없지 않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아울러 지구촌 전반의 경기 한파와 맞물려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GLMX의 글렌 하블리섹 최고경영자는 WSJ과 인터뷰에서 “전세계 경제가 하강 기류를 타고 있고, 이는 금융시스템을 흔드는 악재”라며 “월가에서 레포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이들이 없는 만큼 금리 상승에 따른 파장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국채 발행이 이어지면서 레포 금리 상승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금융권 자금 거래의 기준 금리를 리보(Libor)에서 SOFR(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로 개편하고 있어 레포 금리 상승이 보다 강력한 충격을 일으킬 전망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