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일드커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10년물과 3개월물의 수익률 역전에 이어 월가 투자자들이 주시하는 침체 바로미터인 10년물과 2년물 일드커브 역시 역전을 코앞에 둔 것.
무거운 표정의 월가 트레이더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투자은행(IB) 업계 이코노미스트 사이에 꼬리를 무는 침체 경고와 맞물려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자극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장중 한 때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과 2년물 수익률의 스프레드가 1bp(1bp=0.01%포인트)로 좁혀졌다.
장기물 수익률이 단기물을 뚫고 내리는 이른바 일드커브 역전이 임박한 셈이다.
10년물과 3개월물에 이어 10년물과 2년물까지 역전할 경우 금융시장에 강한 충격이 예상된다.
미 장기물 국채 수익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000억달러 물량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경고 이후 경기 한파에 대한 우려가 번지면서 가파른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10년물 수익률은 이달 들어서만 35bp 곤두박질 쳤고, 30년물 수익률은 2.11%까지 밀리며 사상 최저치와 거리를 크게 좁혔다.
이날 미 무역대표부(USTR)가 휴대폰과 노트북을 포함한 일부 품목에 대한 추가 관세 시행을 12월15일까지 연기한다고 발표했지만 일드커브의 경고음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
이와 별도로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는 침체 경고에 대한 목소리를 연일 높이고 있다. 9월1일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 관세를 예고한대로 시행하는 한편 중국의 보복이 이어질 경우 급격한 경기 하강 기류를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가 이코노미스트와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3분의 1에 해당하는 응답자가 앞으로 12개월 이내 침체가 닥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지난 2011년 유로존의 부채 위기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투자자들 가운데 43%가 12개월 사이 단기물 국채 수익률의 하락을 예상, 금융위기가 강타했던 2008년 이후 채권시장 향방을 가장 크게 낙관했다.
일부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실수를 지적하고 있다. 정책자들이 지난달 31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제로금리 정책 종료 이후 11년만에 연방기금 금리를 인하했지만 침체 리스크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내셔널 얼라이언스의 앤드류 브레너 채권 헤드는 CNBC와 인터뷰에서 “연준이 실수를 범하고 있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며 “아울러 연준이 앞으로도 적극적인 정책 대응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BMO의 존 힐 채권 전략가 역시 “일드커브가 뚜렷한 침체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현 수준의 기준금리는 충분히 경기부양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최근 모간 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가 제로금리 정책의 부활을 점치는 등 IB들 사이에 전폭적인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의견이 꼬리를 물고 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