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특파원 간담회서 “미중, 무역전쟁, 환율전쟁으로 글로벌 경제 충격”
“日은 벌써 미 언론 상대 설득하는데 한국은 무대응” 비판도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 미국 내 대표적 경제전문가로 꼽히는 손성원 SS이코노믹스 대표겸 미 로욜라 메리마운트대학 석좌교수는 8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과 한일 갈등 격화 등으로 한국 경제가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위기에 빠졌다면서 장기적인 경제 전략과 기술 고도화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이날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되고 있고, 일본과의 관계도 악화되면서 가뜩이나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던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려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손 교수는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올해 2%대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0.4% 포인트 줄어들고, 중국의 성장률도 1.6% 포인트 정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라면서 “이로인해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0.5%포인트 내려갈 우려가 있다”고 예상했다.
손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일본과의 관계 악화까지 겹치면서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다른 국가에 비해 더 취약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 특파원과 간담회 하는 손성원 교수. [사진=뉴스핌] |
손 교수는 “한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를 탈출 하기 위해선 당장 추경과 금리 인하 등 단기 처방에 급급해 하지 말고 장기적인 전략 계획을 세워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외국 전문가들도 한국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모든 분야가 너무 많이 바뀐다는 지적들을 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정치·경제 각 분야가 모여서 국가 발전 전략을 세우고 이를 장기적으로 밀고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침체의 골이 깊어지는 한국 경제의 신성장 동력과 관련, “어차피 한국의 노동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높은 생산성으로 견인해야 한다”면서 “인공지능(AI)과 하이테크의 기술정보(IT) 산업 등을 집중 육성하는 장기 계획을 정부가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손 교수는 한일 관계와 관련, “단순히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적이고, 정치적 문제여서 단기간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어제(7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미국 언론인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했는데, 한 기자가 일본 대사관에서 주최하는 한일 갈등 관련 설명회에 참석하고 오느라 지각을 했다”면서 “일본 대사관은 미국 언론인들에게 자료도 배포하고, 일본 입장을 적극 설명했는데 한국측에선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고 들었다”고 소개했다.
손 교수는 “최근 일본이 한국 수출에 다소 유연성을 보이는 듯한 행동을 취한 것도 결국 국제 사회 여론이 나빴기 때문”이라면서 “한국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유리한 국제 여론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손 교수는 당분간 한국 경제가 어려움에 처하면서 원 달러 환율은 내년에 1,250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은행은 그동안 핫 머니 이동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만 의식해서 금리 정책을 펴는 소극적인 모습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한 뒤 “2020년부터 미국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한은이 현재 1.50%인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편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 손 교수는 “중국은 (시간을 끌면서) 내년 대선 이후 대통령 혹은, 새로운 참모들을 염두에 두면서 빅딜(큰 합의)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양국간 무역 분쟁이 계속되고 결국 환율 전쟁으로 확전되고 글로벌 경제의 충격도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정기 설문에서 내년 미국 대선까지 미 경제가 경기침체(리세션)에 빠질 확률을 그동안 약 15% 수준이라고 응답했지만 최근에는 35% 정도라고 답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손 교수는 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과 관련, 최소 0.5%포인트 이상의 인하로 시장에 "쇼크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연준이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시장에 주는 임팩트가 별로 없었다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연준이 지난해 4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과 관련, "너무 빨리 너무 많이 올렸다"면서 "최근의 금리 인하도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의해 내렸다는 생각이 강해 연준의 신뢰가 훼손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환율 시장 개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의 참모들이 이 문제에 대해선 단호한 것으로 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직접 개입을 지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도 외환 보유고가 최근 상당히 감소한 상황에서 위안화를 많이 내릴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