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법원, 매년 7월 말~8월 초 여름 휴정기
판사들 “2주 휴정에도 휴가는 짧게 다녀와”
“기록 검토·판결문 작성 등 밀린 업무 처리”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2주 휴가요? 재판은 없지만 짧은 충전 뒤 대부분의 시간은 재판 관련 기록을 검토하거나 판결문을 쓰면서 보냅니다. 휴정기여도 2주를 꽉 채워 휴가를 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죠.”
전국 각급 법원들이 지난 29일부터 8월 9일까지 2주간 하계 휴정기에 들어가면서 법정 문은 굳게 닫혔지만 판사들은 법봉만 내려놓았을 뿐, 여전히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30일 법원에 따르면 법원은 사건 당사자 및 판사·검사·변호사·법원 직원 등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1년에 두 차례 2주간 휴정한다.
휴정기 제도는 각급 법원·재판부별로 쉬는 기간이 달라 사건 관계인들이 휴가를 제대로 가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 2006년 도입됐다. 휴정기 도입 초기에도 법원·재판부마다 휴정기가 달라 변호사들이 휴가를 못 간다며 변호사협회 등에서 법원에 기간 통일을 요청한 바 있다. 최근에는 전국 법원이 일제히 같은 기간에 휴정한다.
법정은 문을 닫지만 판사들은 이 기간 전부를 편하게 쉬지는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느 직장인들처럼 주말을 붙여 개인 휴가를 쓰는 등 일주일도 감지덕지라는 입장이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휴정기 이후 잡힌 재판 및 선고 사건 기록을 검토하는 등 재판 준비를 할 예정”이라며 “주변에서 잠깐이라도 휴가를 다녀오라고 권유해 휴가를 낼지 생각 중이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현직 판사는 “이번 하계 휴정기에는 별다른 휴가 계획이 없어 하루만 쉰다”며 “휴정기에도 출근을 하지만 재판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고 전했다.
수원지법 부장판사 출신 정강찬 법무법인 푸르메 변호사는 “판사들은 항상 시간이 모자라 평소에는 휴가를 쓸 수 없어 되도록 휴정기에 맞춰 휴가 일정을 짜고 재충전 기간을 보냈다”면서 “일주일 정도 휴가를 가고 나머지는 밀린 업무를 처리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또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박정수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판사시절 휴가를 3~4일 정도 다녀왔고 나머지 시간은 출근해서 기록이 두껍고 복잡한 사건을 차분히 살펴봤다”며 “휴정기 동안에는 보통 재판이 없으니 기록이 방대한 사건을 집중적으로 검토했다”고 말했다.
판사들보다는 낫지만 일부 재판일정이 빼곡한 변호사들도 휴정기 내내 쉬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휴정기인 8월 5일에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 키맨이자 성폭행·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건설업자 윤중천 씨의 재판이 열린다.
같은날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들의 재판도 예정돼 있다.
이들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들은 이번주 번갈아 짧은 휴식을 거친 뒤 재판 준비에 다시 돌입할 예정이다.
shl22@newspim.com